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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두가 간과한 사모펀드의 모토


대표적 모험자본…'고위험 고수익' 구조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사모펀드(PEF)가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기정사실화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필두로 최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논란까지 일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현행 법령상 펀드는 투자 대상과 운용방법에 따라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로 구분된다. 공개적으로 누구나 투자가 가능한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된다.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 방식이어서 펀드 금액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는 공모펀드 상 제약 등이 전혀 없다.

사모펀드는 대표적 모험자본으로써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주되 투자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가 지는 것을 모토로 출발한 금융상품이다. [사진=아이뉴스24DB]
사모펀드는 대표적 모험자본으로써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주되 투자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가 지는 것을 모토로 출발한 금융상품이다. [사진=아이뉴스24DB]

그러나 모두가 간과한 것이 있다. 사모펀드는 애당초 대표적 모험자본으로써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주되 투자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가 지는 것을 모토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사모펀드는 우리가 흔히 펀드라고 알고 있는 공모펀드와는 출발점이 아예 다른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이다.

지난달 국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DLS·DLF 사태에 대해 "투자자도 위험이 전혀 없는 고수익 상품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더욱이 실물경제에서 사모펀드는 고위험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면서 공모펀드와 달리 관계금융 방식으로 장기자본을 직접 공급한다. 앞서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지분율 계산방식 일원화 등이 포함된 금융투자분야 상시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도 비상장사에 대한 모험자금 공급 활성화 차원이다.

최근 사모펀드 비판에 방아쇠를 당긴 DLS·DLF 사태의 경우 일부 은행이 사모펀드 형식을 취해 공모펀드처럼 이들 상품을 소개한 '불완전 판매'를 문제의 핵심으로 보는 게 맞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사모펀드 규제 강화를 내세우며 고위험으로 설계된 상품 자체를 문제시 하는 건 자본시장에서 금융투자상품의 고유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은 이미 사모펀드로 무섭게 몰리고 있다. 실제 2015년 200조원 수준이던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은 지난 4일 기준 396조7천98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작년 4월 순자산 300조원를 돌파한 지 1년4개월여 만에 '4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도 다양한 사모펀드 상품의 출시를 유도하고 손실을 감당할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전문시장'으로서 사모펀드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시장에는 금융상품별 특색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 자칫 여론에 짓눌려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한다면 이도 저도 아닌 '구색 맞추기'식 정책만 될 뿐이다. 물론 변칙 투자나 불완전 판매는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 그러나 금융투자상품 고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또한 지금 우리 자본시장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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