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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 '직무유기'에 상처입는 상암 시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공자는 논어에서 "예로부터 모두에게 죽음은 있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의 근본이 국민의 신뢰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에서다.

최근 몇 주간 상암롯데몰 문제를 취재하면서 서울시 측의 태도에서 신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만났던 상암동 주민, 망원시장 상인들은 각자 이해가 달랐지만, 서울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낼 때는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상암롯데몰 개발을 두고 6년간 참았던 롯데쇼핑도 서울시에 대한 불신을 최근 '최후 통첩'으로 드러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4일 서울시 측에 사업계획대로 개발이 불가능할 경우 토지를 환매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마저도 묵살했다.

서울시는 롯데쇼핑의 환매 요청뿐 아니라 지난 9일 항의 방문한 상암동 인근 주민들의 집단 행동도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와 유착 관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망원시장 관계자들과도 상암롯데몰에 관해 아무런 의견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상암롯데몰 공사가 6년째 표류하면서 이해당사자 모두 지쳐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상암롯데몰 공사가 6년째 표류하면서 이해당사자 모두 지쳐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상암롯데몰 관련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제출하라"는 말만 롯데 측에 반복하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는 이제 관계자 모두에게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서울시에게 상암롯데몰은 난감한 문제다. 부지를 롯데로부터 환수한다면 상암동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집단행동은 물론 법정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 상암롯데몰 건설 허가를 내준다면 망원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비난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상황이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시가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이다. 실제로 취재를 할 때 대부분 주민들이 "서울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해 관계자들 모두 서울시가 상암롯데몰 문제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하거나, 중재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상암롯데몰 문제를 대응하는 서울시의 모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도로 나라를 다스린(무위지치)' 명나라 만력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위지치'로 명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만력제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것은 백성들이었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서울시가 지금 해야 할 정치는 '무위지치'가 아닌 '신뢰를 얻는 정치'다. 이미 상암롯데몰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 방식을 바라본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의 행정 역량에 신뢰를 내려놓고 있는 상황이다. 상암동 주민들의 신뢰 상실이 서울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기 전에 서울시는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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