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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요즘 힙한 게 뭐니?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요즘 뭐가 힙하니?"

인터넷에서 자주 회자되는 '힙하다'는 영어 단어인 '힙(hip)'에 한국어 '하다'를 붙인 말이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유행을 앞서간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힙함'을 추종하는 이들을 힙스터라고 부른다.

30대 기자와 친구들 사이에서 최근 힙한 상품은 넷플릭스다. JTBC 스카이캐슬 같은 드라마도 본방송을 시청하기 보다 넷플릭스 다시보기(VOD)로 몰아봤다고 해야 힙하다는 느낌이 든다.

넷플릭스는 2~4명 이용자가 한 계정을 쓰는 걸 막지 않기 때문에 월 이용료를 친구나 가족과 더치페이하는 건 일상이 됐다. 계정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봤던 콘텐츠를 추천하다보면 이 서비스를 해지하기가 어렵다.

현재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이같은 힙의 아이콘은 '아이폰'이었다. 휴대폰을 담당 취재하기도 했던 3~4년전엔 삼성전자가 아무리 많은 갤럭시 폰을 팔아도 힙함에 있어서 아이폰 위상을 뺏어오긴 힘들었다.

당시 아이폰과 PC 맥을 실제로 썼는데 국내 제조사 기기에 비해 만듦새가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국내 음원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데 아이튠스를 통해서만 음원을 내려 받아야 하는게 귀찮을 뿐이었다. 한번 고장나면 삼성이나 LG폰 처럼 제때 고칠 수 없으니 신주단지 모시듯 다뤄야 했던 점도 불만이었다.

하지만 커피숍 테이블에 맥과 아이폰을 올려놓고 뿌듯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만 폭스콘 노동자를 착취해 수익률을 높여도, 이어폰 단자를 없애서 편의성을 낮춰도 애플이 용서되는 이유를 알았다. 애플은 '혁신'이라며 포장을 얄밉게 잘했다.

애플이나 넷플릭스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다. 애플은 휴대폰을 파는 회사가 소프트웨어 파워를 보여 준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아카데미 이사회에서 이들의 영화를 시상식에서 제외해야할지 여부를 놓고 논쟁까지 벌여야 하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경쟁력 이상의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업종을 막론하고 한국 기업들은 너도 나도 제2의 넷플릭스를 표방한다. 넷플릭스가 되겠다기 보다는 콘텐츠 사업을 키운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주요 소비층이 된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국내 기업은 자본력 탓에 미국이 홈그라운드인 기업들과 상대하기 버겁다. 서비스 운영이나 제작 역량을 폄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K-팝이나 드라마 파급력을 보면 자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만 포장하는 방식은 더 치열하고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신조어나 유행어만 남발할게 아니라 어떤 층이 어떤 플랫폼에서 열광할지 면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제조사, 유통업체들과 합작하며 한국 캐릭터 사업의 힘을 키우는게 좋은 사례다. 힙스터의 환심을 살만한 한국산 서비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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