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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2P 금융 법제화의 골든타임


법 사각지대…무분별한 투자, 그리고 피해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죄송하지만 9개월 전 자료가 다에요. 저희도 정기적으로 보고 받을 권한이 없거든요".

P2P 금융 내 부동산 대출 비중을 묻는 말에 돌아온 금융당국 관계자의 답변은 이랬다. 작년 5월, 그러니까 반년도 더 전 집계한 수치가 최신자료라고 했다. P2P 금융에 관해선 법적 규제가 없어 당국조차도 비공식적으로 1년에 한두 번 그 규모를 파악하는 게 전부란 하소연이었다.

마침 같은 날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P2P 금융이 부동산 쪽에만 지나치게 집중돼 어떻게 규제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P2P 금융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제도 미비를 이유로 제대로 된 수치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에서 "P2P 금융이 핀테크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수연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에서 "P2P 금융이 핀테크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수연 기자]

국내 P2P 대출 시장은 2016년 누적 대출액 6천억원에서 지난해 4조8천억원으로 2년 새 8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탓에 그간 이들 P2P 금융 업체의 리스크 관리 부실과 유사수신업체의 횡령·사기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속출했다. 2017년 금융당국이 뒤늦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단 비판만 받았다.

그런 점에서 지난주 금융당국과 업계가 P2P 금융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연 건 일면 의미가 있었단 평가다. P2P 금융 투자자 및 차입자 보호 문제는 이날 자리에서도 화두였다. ▲투자자 투자금과 차입자 상환금 등 투자자 재산의 분리 ▲P2P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 적시 ▲중간회수시장 마련에 대한 법제화 방안이 실제 제언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과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참고해 정부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일에 맞춰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과 감독 규정 등 하위 법령을 제정하고, 법 시행에 필요한 제반 절차 및 시스템 구축 등 추진할 것이란 복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새 금융산업으로 P2P 금융을 키워내겠단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P2P 금융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신자료'라며 밝힌 작년 5월 기준으로도 국내 P2P 금융 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 대출잔액은 1조1천억원, 전체 P2P 금융 대출 잔액의 65.1%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P2P 갭 투자를 필두로 한 '하이리스크' 부동산 투자다.

이처럼 P2P 금융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대출에 쏠리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시 대출 연체 등으로 인한 P2P 금융업체의 줄도산과 투자자 손실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만해도 P2P 업체 6곳이 부동산 부실 등의 이유로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았다. 무분별한 투자와 차입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P2P 금융을 감독당국의 철저한 규제 하에 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영국은 P2P 금융업체를 금융감독청(FCA)에서 인가하고 미국의 경우 증권관련법을 적용하고 있다.

P2P 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법제화가 그 기반이 돼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P2P 금융을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규제할 체계가 절실하다. 철저한 감독 체계와 투자자 안전장치를 마련할 P2P 금융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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