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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IBM의 340억달러 도박


[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지난달 28일(미국 현지시간) IBM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회사인 레드햇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IT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340억 달러라는 거액을 쏟아붓는 데다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IBM은 레드햇의 주가에 63%의 프리미엄을 붙이고, 부채까지 떠안는 조건으로 레드햇을 인수하기로 했다. 레드햇의 최근 회계연도 매출의 10배가 넘는다.

이는 역설적으로 IBM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보인다. IBM은 2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다 올들어 반짝 늘었으나 최근 분기 다시 줄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한참 뒤쳐져 있다. 클라우드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몇년간 노력해왔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수합병(M&A)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다음 진화 단계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이며, 레드햇과 힘을 합하면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IBM은 레드햇의 기업용 쿠버네티스 플랫폼 '오픈시프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폴 코미어 레드햇 제품·기술 부문 사장은 합병 발표 이튿날 열린 미디어 세션에서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쿠버네티스 기술은 IBM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의 핵심"이라며 "쿠버네티스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하려면 상업용 리눅스 벤더여야 하며, 이 점에서 레드햇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16년 앞선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술은 대부분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사용되며, 레드햇이 누구보다 오픈소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잘 아는 회사인 건 맞다. 클라우드의 미래는 오픈소스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합병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일례로 레드햇의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IBM의 문화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IBM이 레드햇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부문로 통합하되, 독립된 별개 부서 형태로 운영하기로 한 건 이런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알뷘드 크리쉬나 IBM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부문 수석 부사장은 "(개별부서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독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수회사' IBM은 내년 창립 109년을 맞는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남은 IBM의 경험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큰 자산이다. IBM이 이번에도 위기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레드햇이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할지 미래가 궁금해진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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