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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장사, '자본 놀이터' 아닌 '사람 일터'돼야


최대주주 바뀌고 상폐된 기업 '부지기수'

[아이뉴스24 장효원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들려온다. 모든 최대주주가 인수하는 기업의 경영을 활성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은 더 그렇다. 밀물처럼 들어온 자본은 회사를 맘대로 주물러 단기 차익을 본 후 썰물처럼 빠진다. 그 사이 회사는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최대주주가 3차례 이상 바뀐 기업 12곳 중 절반 이상인 7곳이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중 5개사는 상장폐지 우려 등으로 거래정지가 된 상태다. 상장폐지가 기업의 도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상장폐지 회사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영업기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업 도산의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투자자들에게는 자본손실로 끝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생계유지가 걸린 문제다. 자본가들의 돈놀이에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은 작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A 상장사를 취재했을 때의 일이다. 15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제조업체 A사는 몇 년 전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탄탄한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시장을 넓혀가며 꾸준히 성장하던 A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지분이 매각됐다. 회사 임직원들은 새로 온 최대주주가 회사를 한단계 도약시킬 거란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새 최대주주는 인수와 동시에 이사진을 전부 갈아치웠고 본사와 멀리 떨어진 서울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서울은 회사 영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지역이었다. 기존에 있던 직원들은 새 경영진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새 경영진은 서울 사무소에서 '머니게임'을 시작했다. 회삿돈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들을 줄줄이 인수하고 액면분할, 유·무상증자, 메자닌 발행 등을 반복했다. 신규사업 진출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명분은 이 같은 투자 행위의 좋은 구실이 됐다.

결국 회사는 연말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폐됐고 얼마 못가 청산했지만 최대주주는 이미 두둑이 한몫 챙겨 떠난 뒤였다. 남은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기업은 사람이 일할 수 있어야 비로소 존재 의의가 생긴다. 특히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차익만 노리는 '투기 자본'보다 투자가 일자리 증가로 연결되는 '착한 자본'이 국내증시에 절실한 이유다.

장효원기자 specialjh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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