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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돈 많을수록 깨끗한 공기 마신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1인 가구'로 사는 한 친구가 추천할 만한 공기청정기 브랜드가 뭐냐며 기자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기자는 별 생각 없이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SK매직 등의 브랜드를 나열했다. 그러나 친구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저가형 공기청정기를 찾는다고 했다. 좀 더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가성비 좋은 공기청정기로 몇몇 업체들이 거론됐다. 최근 사물인터넷·인공지능이 탑재되고 미세먼지를 더욱 잘 걸러내는 각종 기술이 동원된 프리미엄 공기청정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같은 프리미엄 제품들은 사치였다. 결국 친구는 공기청정기를 사지 않기로 했다.

고가 공기청정기와 저가 공기청정기 간 가격 차이는 꽤 크다. 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 각종 첨단 기능들이 탑재된 국내 주요 브랜드들의 공기청정기 가격은 대개 100만원을 넘어간다. 극단적으로 독일의 '헬스에어테크놀로지 GmbH'은 600만원대에 달하는 공기청정기를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반면 저가형 제품들의 경우 20만~40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최근 주요 공기청정기 업체들이 고가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면서 공기청정기 상당수가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들 제품을 출시하면서 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한 각종 기술을 부각시키며 기술 경쟁을 벌인다. 그 사이 가격대는 슬금슬금 올라간다.

미세먼지·황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몰아치면서 공기청정기가 사계절 가전,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업계에서는 자평한다. 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기청정기가 다소 비싼 게 아니냐는 목소리는 수두룩하다.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DIY 공기청정기가 작게나마 꾸준한 인기를 끄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맑은 공기는 마셔아 하는데 돈이 부족하니 직접 만들거나, 부속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라도 택하는 것이다.

한 외산 공기청정기 업체는 '호흡에도 클래스가 있다'는 광고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사의 제품 질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겠지만 '숨을 쉬는 데까지 차등을 둬야만 하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지불할수록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이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요소인 공기마저 낮은 클래스로 마셔야 한다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난 1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는 높이 100m가 넘는 초대형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언뜻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시범 가동 결과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인근 10㎢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15%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국내 공기청정기 업체들도 이렇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공기청정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고가 제품 일색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 계속되고 공기청정기의 가격대가 점차 올라간다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공기마저 계층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중국의 초대형 공기청정기로 인해, 반경 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평등한' 공기를 마셨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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