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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아이돌에 빠진 아웃도어, 혁신은 '나몰라라'


수십억대 아이돌 마케팅에 치중…아웃도어 브랜드 정체성 약화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아웃도어업계가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수억대의 스타마케팅에 혈안이 됐다. 최근에는 일상 속 운동을 즐기는 2030세대를 겨냥해 아이돌 모시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아이더는 이달 초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함께 촬영한 겨울 다운패딩 영상 광고를 공개했다. 다이나핏 역시 아이돌그룹 세븐틴과 모델 계약을 체결했으며 블랙야크는 걸그룹 라붐 솔빈에 이어 남성 아이돌그룹 뉴이스트W과 손잡고 올 가을겨울시즌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빠른 시간 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아이돌 마케팅만한 게 없다"며 "일부 아이돌그룹의 경우 광고료가 10억원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실패 가능성도 적고 이슈도 만들 수 있는 데다, 소비층을 10~20대로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소비 불황에 가장 많이 쓰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기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아웃도어업계가 제품 혁신보다는 스타마케팅이라는 '쉬운 길'에만 치중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12개 아웃도어 브랜드(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레드페이스·머렐·밀레·블랙야크·빈폴아웃도어·아이더·웨스트우드·케이투·코오롱스포츠·콜핑)의 등산바지 12종에 대한 성능을 시험·평가한 결과, 모두 땀을 흡수하는 기능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습속건 기능을 광고한 제품조차 운동 시 발생하는 땀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반복 세탁 시 발수성(의류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물방울을 튕겨내는 성능)이 떨어지거나 햇빛 또는 마찰로 인해 색상이 변하는 제품들도 발견됐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유럽의 섬유제품 민간 친환경 인증기준(OEKO-TEX) 이상으로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인체 및 환경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는 잔류성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생식기나 신장, 면역체계 등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동안 '속았다'는 반응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타 의류 브랜드보다 비싼 가격에도 아웃도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고기능성에 대한 믿음 때문었는데 고가 정책의 상당부분이 수십억원대의 광고마케팅 비용 때문이었다는 점에 분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웃도어업계가 제품 혁신 없이 마케팅에만 의존했던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7조원에 달했던 아웃도어 시장규모가 2~3년 만에 5조원 이하로 추락한 데에는 출혈경쟁식 마케팅 전략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외연보다는 내실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아웃도어 브랜드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고유의 마운틴 라인은 도외시하고 애슬레저룩이나 러닝화, 아동복 등 다른 패션 브랜드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존엔 하지 않던 아이돌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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