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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삼성 백혈병 보상, 이번엔 끝내자


삼성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보상 협상이 한 발짝 더 뗐다. 협상 중재기구인 '조정위' 구성을 놓고 불거진 위원의 성향논란도 협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막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삼성 측은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의 조정위장 추천 때도 그렇지만 이번 정강자 교수와 백도명 교수에 대한 위원 추천 역시 받아들였다. 백 교수는 과거 삼성 백혈병 문제를 주도했던 인물로 이번 조정위 구성에 반대해온 반올림 측 전문가로 꼽힌다.

앞서 가족위가 추천한 김지형 전 대법관 역시 진보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이 탓에 조정위 구성을 놓고 편향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측이 고심 끝에 이를 수용했지만 결코 유리하다 할 수 없는 카드를 받아든 셈이다.

7년여를 끌면서도 제자리였던 협상이다. 앞서 협상테이블에 나선 가족위 결단도 높이 살 대목이지만 연거푸 가족위 측 제안을 수용하며 문제를 풀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 역시 높이 살만 한다.

사실 삼성이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섰을 때 의지야 짐작은 했지만, 협상이 풀려나가기는 난망이었다. 당초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협상을 이끌던 반올림의 주장은 요지부동이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재발 방지를 이유로 삼성이 노조 결성을 막아서도 안되고, 반올림측 인사가 포함된 기구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은 기본이다.

주장만 되풀이 되니 협상은 진척이 없었다. 피해자 구제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쌓이는 불신은 소통만 막았다. 결국 반올림에 속해있던 피해자 가족 일부가 나와 '가족위'를 꾸리고 삼성과 마주 앉았다. 매듭을 끊어내니 엉킨 실타래는 풀리기 시작했다. 9부 능선을 넘었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이제 중재기구 구성을 끝냈으니 한 고비는 또 넘긴 셈이다.

조정위 출범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조정은 말 그대로 분쟁을 중간에서 화해하게 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합의토록 하는 일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중재란 의미가 없다. 때문에 위원의 성향이 문제면 조정은 없다.

이번엔 넘어섰지만 한번 불거진 위원의 성향논란은 언제든 조정결과의 객관성 내지 공정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불씨다. 여기까지 온 협상 당사자들의 의지와 전향적인 자세만큼 이제 조정위가 논란을 잠재울 합리적 보상 등 중재안을 내놓을 차례다.

더욱이 이번 협상은 유사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조정위 역할이 갖는 의미는 더욱 무겁다. 결과에 따라 여타 직업병 보상의 물꼬를 틀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한쪽만 고집하면 전부를 잃을 수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솔로몬의 지혜는 늘 협상 테이블에서는 '신의 한 수'다. 피해자 가족과 기업 양측 모두에게 설득력 있는 중재안으로 지난했던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박영례 산업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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