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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공개 구애…"김익현을 사세요"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런 경우 대부분 B대학은 스타 한 명 보내주면 동료 선수도 몇 명 함께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십상이다. 감독 입장에선 스타급 선수에게 동료를 위해 조금만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금전적인 거래가 오간 경우는 논외로 하자.)

언뜻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거래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식의 거래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고전적인 음반 판매방식이다. 음반을 사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곰곰 한번 따져보라. 스타 음반 중 정말 좋아하는 곡이 몇 개나 되는 지. 많아야 두 세곡 정도다. 엄청난 마니아가 아닌 이상 그 한 두곡 때문에 음반 하나를 통째로 산다. 스타급 한 명에 여러 명을 끼워서 보내던 야구계 관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네덜란드 언론사 DNP, 기자 개인별 유료화 모델 도입

애플이 아이팟으로 음반 시장을 뒤흔든 건 이런 허점을 잘 파고든 때문이다. 원하는 곡만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켰다.

(그래서 난 2000년대 초반 이후 음반 시장 몰락 이유를 P2P 불법 복제에서만 찾는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음반업계가 이용자들의 욕구를 외면한 채 전통적인 '강매방식'을 고수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두가 좀 길었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요즘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콘텐츠 유료화 얘기. 더 정확하게는 언론사의 콘텐츠 판매 방식에 대한 얘기다.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니먼 저널리즘랩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실렸다. 네덜란드 신생 언론사인 De Nieuwe Pers가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유료화를 단행했다는 소식이다. 월 구독료 1.79유로를 내면 원하는 기자의 글들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월 4.49 유로를 내면 콘텐츠를 전부 다 볼 수 있지만, 핵심은 기자 개인 유료화다.

De Nieuwe Pers는 서비스 시작 수 주 만에 2천 명 가량의 유료 구독자를 모았는 데, 이 중 40% 가량이 기자 개인 구독자라고 한다.

이런 방식을 도입한 De Nieuwe Pers의 설명이 흥미롭다. 신문 전체를 구독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평소 신뢰하고 좋아하는 기자만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훨씬 더 공평한 판매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에 100% 공감한다. 신문을 통째로 구독하는 건, 아날로그 시대의 판매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일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카카오페이지 역시 이런 점을 잘 파고든 플랫폼이다. 벌써부터 허영만 씨를 비롯한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사 역시 카카오페이지를 적극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그러자면 기자의 개성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 언론사란 브랜드가 소모하는 실탄이 아니라, 경쟁력을 가진 개별 콘텐츠 생산자란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콘텐츠 패키지는 어떠세요?

자, 이제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지금부터 독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콘텐츠 상품 패키지를 제안할 테니, 구매할 의사가 있는 지 한번 따져보라는 얘기다. 방식은 De Nieuwe Pers와 비슷하다. 가격도 월 3천300원으로 책정했다. (이건 순전히 계산을 편하기 하기 위한 조치다. 월 3천300원으로 해야 연간 구독료 4만원으로 딱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품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해 봤다.

1. IT 외신 큐레이션 서비스

IT외신 큐레이션 서비스는 매일 아침 제공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땐 밤새 발생한 IT 외신들을 항목별로 정리해준다.

하지만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면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홈 처럼 많은 관심이 있는 사안이 생길 땐 그 이슈만 집중 정리해준다. 주요 외신들에 올라온 모든 기사를 전부 모은 뒤 항목별로 분류해 준다.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은 링크한 샘플 상품을 한번 살펴보시라.

업데이트 시간은 매일 오전 9시. 정확하게 출근 시간에 맞춰 배달해 준다. 하루 IT 외신 정리하는 데 세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샘플: 페이스북 홈, 외신들은 어떻게 보도했나)

2. 하루 한 건 IT 이슈 심층 분석

큐레이션을 하고 나면 특별히 스트레이트 기사는 쓸 필요가 없다. 설명만으로 부족한 분은 링크를 따라 들어가 영어로 읽으면 된다. 영어가 다소 부담스러우면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를 참고하시라. 굳이 남들 다 쓰는 기사 쓰느라 시간 허비할 생각 없다.

대신 하루에 한 건 정도를 잡아서 심층 분석을 해 줄 예정이다. 물론 이 때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모델 소개나 새로운 서비스 분석 등 돈 되는 정보 위주로 할 생각이다.

3. 미국 IT 언론사 경쟁 포인트 분석

미국엔 엄청나게 많은 IT언론사들이 있다. 고만고만한 분식점들이 경쟁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미국 IT 언론사들은 전문점 성격이 강하다. 그게 그들의 경쟁 포인트다.

매주 한 차례씩 주요 IT 언론사들을 집중 분석해준다. 콘텐츠 전략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수익 모델은 뭔지, 인력 구성은 어떤지 등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최소 6개월은 지속 가능한 기획이다.

4. 고전과 소셜 미디어

역시 주 1회 업데이트한다. 고전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이해해보자는 게 기획 의도다. '호밀밭의 파수꾼' '톰소여의 모험' 같은 소설에서 '나홀로 볼링' '증여론' '공론장의 구조변동' 같은 묵직한 책까지 두루 다룬다. 이 기획 역시 6개월은 지속 가능하다.

◆P2P 언론 10년, 이젠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할 때

출근 하면서 지하철 속에서 한번 따져봤다. 연간 구독료 4만원이니까 독자 1만 명을 모으면 연 4억원이 된다. 이 정도 수입이 가능하다면 "다른 일 안하고 이 일에만 전념할 테니 날 가만 내버려두라"고 회사에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저 정도 콘텐츠를 지속하려면 다른 모든 업무로부터 해방되어야만 한다. 하루 꼬박 들여다봐야 가능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나의 공개 제안은 이게 전부다. 여러분들도 한번 판단해보시라. 반응이 좋으면 사고 한번 쳐 볼 생각도 있다. 뭐, 반응이 신통찮으면 슬그머니 그냥 하던 일 계속하면 되는 것이고.

하워드 라인골드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쯤 전 출간한 '참여군중(Smart Mobs)'이란 책에서 "모든 사람들이 P2P를 통해 언론 활동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란 질문을 던진 적 있다. 라인골드가 그런 질문을 던진 지 불과 몇 년 만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언론사는 이제 또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조직보다 기자 개인을 더 부각시켜야 될 지도 모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시험 삼아 이런 공개 제안을 한번 해 봤다.

독자 여러분도 곰곰히 한번 따져보시라. 구매 의사가 있는 지. 김익현이란 상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분들은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좀 보여주시면 고맙겠다. 그래야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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