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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이제 그만 잡스를 보내주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그의 죽음이 처음 알려지던 작년 이맘 때. 많은 이들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뛰어난 인류의 자산을 서둘러 데려가버린 잔인한 신의 섭리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제 혁신의 시대는 끝났다, 는 가슴 아픈 진단도 이어졌다. 팀 쿡 체제 하에서 애플 고위 간부들이 연쇄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쏟아졌다. 애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잡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다. 1년 사이에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국내 언론들로부터 "혁신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던 아이폰5는 유례 없는 성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첫 주말에만 500만대가 팔려나갔다. 게다가 눈으로 본 사람보다 직접 만져본 사람들이 더 감탄하고 있다.

물론 애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잡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깔끔하면서도 현란한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라면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던 특유의 카리스마 역시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만큼 잡스가 남긴 흔적은 크고 강했다. 잡스 없는 애플은 쉽게 애정을 주기 힘든 대상이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감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낸 잡스 1주기 추모 기사엔 빠짐 없이 '혁신의 실종'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물론 망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아이폰5 출시와 함께 불거진 지도 앱 오류는 이런 감정에 기름을 끼얹었다. "잡스가 있었더라면~"이란 진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좀 더 냉정해지자. 잡스 시절에 수 많은 혁신이 있었던 만큼이나, 오류 또한 적지 않았다. 아이폰4는 출시되자마자 '안테나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잡스 유작'이라던 아이폰4S는 "아무런 특징도 없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그 때도 역시 "혁신이 사라졌다"는 게 단골 비판 메뉴였다.

CNN이 4일(현지시간) 게재한 '팀 쿡 체제 하에서 애플은 어떻게 변화했나(How Apple has changed under Tim Cook)란 기사에 공감한 건 이런 점 때문이다. "팀 쿡이 맡은 이후 애플이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그 기사의 요지다. 잡스 시절보다 부품 파트너 사들과도 훨씬 잘 지낼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마음을 좀 더 열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기자 역시 팀 쿡 보다는 잡스를 더 높이 평가한다. 잡스가 남긴 수 많은 업적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믿는다. IT 업계의 오늘이 있기까지 잡스가 담당해 온 역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잡스의 부재'란 관점으로 애플을 바라보는 건 그리 건강해 보이진 않는다. 그건 소위 '애플빠' 뿐 아니라 애플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는 처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폰5 출시와 함께 '지도 앱' 오류가 불거지자 많은 언론들은 "잡스가 있었더라면, 절대 그런 제품을 내놓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해 CNN은 오히려 잡스와 쿡의 대응 전략 차이에 주목한다.

안테나 게이트 당시 한 달이나 지나서야 공식 사과했던 잡스와 달리 팀 쿡은 곧바로 "지도 문제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공식사과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그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잡스와 '잡스 보다 좀 더 열린' 팀 쿡의 차이란 것이다.

여기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자. 이제 그만 잡스를 보내주자. 그가 남긴 유물이 큰 만큼이나, 그가 하지 못하고 간 일도 많다. 그리고 그건 남은 자들의 몫이다. '지나간 상수'인 잡스를 '여전히 진행 중인 변수'로 만들진 말자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스티브 잡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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