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익현]모바일 시장의 새것 콤플렉스


따지고 보면 그 지인이 별난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2년 쯤 되면 고민에 빠진다. 약정이 끝나자마자 폰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게 2012년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모바일 풍속도다.

곰곰히 한번 따져보자. 최신 스마트폰은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에 이른다. 40인치 LED TV와 맞먹는 수준이다.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2년에 40인치 텔레비전 네 개를 교체하는 셈이다. 과소비도 이런 과소비가 없다.

물론 스마트폰은 통신사 보조금이 있기 때문에 텔레비전과 직접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른다. 소비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액수는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바일 족들의 '새것 콤플렉스'는 정도가 지나친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스마트폰은 약정 기간이 지나더라도 전혀 불편 없이 쓸 수 있다. 새 폰들과 특별히 기능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정 기간이 끝나면 교체 욕구를 강하게 느끼곤 한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같은 인기 제품의 신모델이 출시되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새로운 폰으로 교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른 제품이라면 상상도 못할 과소비가 아닐 수 없다.

'새 것 콤플렉스'란 작고한 문학 평론가 김현이 처음 쓴 말이다. 근대 문학 초기 한국 지식인의 부박한 신문물 추종 현상을 꼬집기 위해 이 말을 썼다. 잠시 그 얘기를 해 보자.

한국 근대문학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는 현해탄이다. 일본 유학생들을 통해 서양문물이 수입된 중요한 경로가 현해탄이었기 때문이다. 현해탄을 통해 들어온 서양문물은 수 백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이 땅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그 바람은 한국 문학과 문화에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새 것 추종이란 부작용이 뒤따랐다. 김현이 새것 콤플렉스라고 했을 때 염두에 둔 건 바로 이런 현상이었다. 조급증에 빠진 신문물 초기 지식인들의 부박한 서양문물 추종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에서도 새 것 콤플렉스의 혐의가 느껴진다. 분명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또 잠자고 있던 이 땅의 IT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새로운 것만 추구하면서 중심을 잃은 듯한 모습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단순 비교라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2년에 한번씩 40인치 텔레비전을 바꾼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이젠 모바일 바람을 좀 더 차분하게 맞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새로운 것 보다는 내 용도에 맞는 제품을 찾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부박한 '새 것 콤플렉스'를 걷어내는 길이 아닐까?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익현]모바일 시장의 새것 콤플렉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