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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다함께 홀로 사는 세대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 되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페친들에게 뭘 잘못한 것 아닌가란 생각마저 들었다. 하루 이틀쯤 지나자 페이스북 하는 재미가 뚝 떨어졌다. 하루 정도 더 지나자 세상과 단절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일상 생활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닷새째 되던 날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내 글 보이냐?"고. 그렇게 확인한 다음에야 설정이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덩달아 단절됐던 내 삶도 다시 연결됐다.

닷새 가량의 '페이스북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페이스북 중독 정도가 생각보다 강한 데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학생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부모들이 '중독 진단' 받자며 한바탕 난리를 부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이란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MIT 사회심리학 교수인 셰리 터클은 이 책을 통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화된 현대인들의 인간 관계를 꼬집고 있다.

저자가 그리고 있는 모습은 적나라하다. 이젠 직접 전화를 하는 대신 이메일과 문자로 모든 걸 해결한다. 요즘엔 페이스북 메시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계적인 알고리즘을 인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런 기계적인 존재들과의 교제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부담스럽게 느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꼬집는다.

이 책의 원제인 `Alone Together'는 이런 모습을 꼬집은 말이다. 여러 사람들과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긴 하지만, 정작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다함께 홀로'인 상태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 단절' 경험을 통해 '다함께 홀로'라는 셰리 터클의 명제를 절감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아'가 '스스로 존재하는 자아'를 밀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때문이다. 내가 며칠 동안 몹시도 외롭고 힘겨워했던 것은 '페친'이란 이름으로 의인화된 기계적 알고리즘으로로부터 단절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저자인 셰리 터클은 페이스북 프로필 꾸미기에 열중하면서 사람들이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 비쳐질 자신의 모습을 점점 더 이상화한다는 얘기다.

이런 경고가 상당히 근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셜 미디어로 촘촘하게 연결될수록 점점 더 자기 속으로 빠져 버릴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토털 리콜' 상태로 빠져버리는 것 아닐까? 물론 괜한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셰리 터클의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는 않았다. '다함께 홀로'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끔씩 페친들에게 전화라도 한 통화 넣어야겠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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