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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애플의 최대 적(敵)은 지나친 수익이다


기업 기사를 다룰 때마다 기자를 고민하게 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적절한 이윤'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을 보니, 기업(企業.enterprise)에 대해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라고 적어놓았다. '돈 버는 게 목적인 집단'이 기업이라는 뜻이다. 이 정의대로 하자면 이윤을 많이 낼수록 좋은 회사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이 정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나쁜 회사가 된다.

이윤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양날의 칼'과 같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적정한 이윤을 넘어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챙긴다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대가 생기게 마련이다. 소비자나 노동자 또는 협력업체가 손해를 보는 주체일 것이다. 이때 지나친 이윤은 그 본질에서 볼 때 건강한 기업 활동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합의 갈취'다. 불법은 아니겠지만 마냥 지속 가능한 일일 수도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기업의 지나친 이윤은 조정 받을 수밖에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던 애플의 경이적인 이윤이 이제는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이 정상(頂上)이거나 그 근처일 수 있다. 앞으로는 올라갈 가능성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지나친 수익이 애플에게는 곧 부닥칠 최대 적(敵)이다.

애플은 사실 이윤을 많이 낼 자격이 충분한 회사다. 애플이 보여준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은 그들이 쌓아가고 있는 이윤만큼이나 가치가 크다. 사용하기 편리한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과 무궁무진한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선보인 무선통신 혁명은 IT 신천지에 가깝다. 소비자는 이에 열광했고 노키아 등 전통의 강호들은 애플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애플의 놀라운 이윤은 그에 대한 보답이다.

문제는 역시 '정도(程度)'다. 무릇 공(功)에 대한 대가는 적절해야 한다. 넘치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IT 혁신에 관한 애플의 공은 컸고 그 보답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가가 공의 가치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애플의 혁신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게을렀던 경쟁 기업이 피를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협력업체와 관련 노동자 및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애플의 이윤이 과잉상태라는 점은 원가분석 만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여러 정보들에 따르면 아이폰4S 중간 모델인 32GB 제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애플이 판매하는 가격은 미국 돈으로 749 달러다. 이용자는 이동전화 사업자에 2년 약정할 경우 299 달러에 살 수 있다. 차이가 나는 450 달러는 이동전화사업자의 보조금 등일 것이다. 이 제품의 부품 원가는 207 달러고 조립비용은 8 달러로 알려졌다.

애플은 판매가 749 달러에서 생산원가 215 달러를 뺀 534 달러 가운데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수익을 남기게 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37%다. 이를 판매가에 단순 대입하면 애플은 아이폰4S 한 대 팔아 277 달러의 이익을 남기게 된다. 이런 이익구조는 삼성전자보다 3배 더 '효율적'이다. 애플과 삼성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엇비슷하지만 이익은 3배 차이가 났다.

눈여겨 볼 것은 749 달러짜리 제품의 조립비용이 8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애플의 6만여 직원과 주주들이 대당 534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폭스콘 등 하청 제조회사의 수십만 직원이 창출한 가치는 고작 8 달러라는 이야기다. 1~2년 전 폭스콘 노동자들이 잇따라 투신자살하고 뉴욕타임즈 같은 미국 주요 언론들이 앞장서 애플의 지나친 이윤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전화 서비스 협력회사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된 4분기 실적에서 미국 최대 이동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적자로 전환했다. 4분기에만 42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는데 이에 대한 보조금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업자들도 이 때문에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장기적으로 통신사업자의 투자 여력을 잠식함으로써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인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소비자도 궁극적론 피해를 본다. 사실 이동전화 회사 보조금이 없다면 749달러는 소비자가 선뜻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그런데 이 보조금 또한 결국엔 소비자가 통신요금 등으로 나눠 내야 할 돈이다. 애플 제품만 있어 대안이 없다거나 비싼 가격이라도 기꺼이 구매하는 소수의 얼리 어덥터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이미 대중화됐고 이런 관행이 지속된다면 일반 소비자로선 좋을 게 없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장터가 대중화하고 기업별 제품과 서비스 품질이 엇비슷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조만간 또 다른 그 무엇을 내놓지 않는다면 애플이 처음 보여준 혁신의 유효시기는 끝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기업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론적으로 제품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야 하는 시기다. 소비자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대안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그게 합리적인 소비다.

태블릿 분야에서 아이패드에 비해 훨씬 저렴한 아마존 킨들파이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합리적인 소비의 징후다. 삼성전자 등도 이런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아이폰에 맞춰 값을 높여 놓고 이동전화 사업자에 판매 장려금을 주는 것보다 애초에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게 산뜻한 전략이다. 삼성 브랜드에 애플 제품에 뒤질 것 없는 성능이면서 가격이 낮다면 소비자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소비자 서비스는 뭐니 뭐니 해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균성 디지털산업팀장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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