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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뉴스]
[김익현]'카카오톡 소동'이 불편했던 이유
2011년 04월 01일 오후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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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링컨 스테펀스란 기자가 우연히 유명인이 연루된 범죄를 포착했다. 의기양양한 그는 바로 기사를 썼다. 대특종이었다.

그러자 경쟁 매체의 사회부장이 담당 기자를 닥달하기 시작했다. '낙종'을 만회하기 위해 뉴욕 경찰청 자료를 샅샅이 뒤진 그 기자는 다른 기사로 응수했다. 이번엔 스테펀스의 차례.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평소 같으면 크게 취급하지도 않았을 기사를 또 썼다.

이후 두 신문사는 경쟁적으로 '범죄 뉴스'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졸지에 뉴욕시가 범죄 소굴로 탈바꿈한 것. 시민들은 연일 보도되는 범죄 뉴스 때문에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뉴욕에 갑작스럽게 범죄가 늘어나자 루즈벨트 대통령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진상 조사에 착수, 두 언론사의 기사경쟁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대통령이 두 신문사에 자제를 요청한 뒤에야 '희대의 기사경쟁'은 일단락됐다. 그러자 '범죄도시' 뉴욕에 평화가 찾아왔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마이클 셧슨이 쓴 '뉴스의 사회학(The Sociology of News)' 첫 머리에 나오는 얘기다. 셧슨은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저널리스트는 현실을 보도할 뿐 아니라, 때론 현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케케묵은 언론학 교과서를 다시 펼친 건 최근 통신 시장을 둘러싼 몇몇 보도 경쟁 때문이었다. 잠시 그 얘기를 해보자.

이틀 전인 지난 30일 오전.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긴장시킨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통신회사들이 인기 스마트폰 앱인 카카오톡을 차단하려 한다는 뉴스였다. 각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통신회사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뭇매를 맞았다.

발단은 한 언론사가 쓴 간단한 기사였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1천만 명을 넘어가면서 통신회사들이 고민에 빠졌다는 것. 이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고민 중이라는 게 그 기사의 골자였다. 이 기사를 쓴 언론사는 제목을 좀 세게 달아서 내보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다른 매체가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수위가 더 높아지기 시작한 것. 이후엔 그야 말로 '브레이크 없는 벤츠'였다. 분노한 네티즌 반응까지 덧붙여지면서 통신회사들은 졸지에 '파렴치한 사업자'로 매도당했다.

결국 해당 통신회사 대표가 "막을 생각도, 검토도 안했다"고 해명하면서 카카오톡 소동은 일단락됐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논란이나 보조금을 둘러싸고 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서로 갈등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확인 덜 된 추측 보도가 확대 재생산된 점이나, 네티즌 반응류의 기사로 논란을 키운 점 등이 판박이처럼 닮았다.

물론 카카오톡 공방이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같은 것들은 통신시장에서 정말 중요한 이슈다. 경우에 따라선 통신시장의 근본 철학을 뒤흔들 수도 있다. 기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기울일만한 사안이다.

잘 만 하면 대특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기사는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1천만 카카오톡 가입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종'이나 '트래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자의 기본과 본분을 지키는 일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지만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는' 사람이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란 얘기다.

최근 여러 이슈들을 둘러싼 경쟁을 보면서 이런 기본이 무시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트래픽 경쟁이 과열되면서 없는 사실을 '슬쩍 만들어내는' 일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확인 덜 된 사실을 일단 터뜨리고 난 뒤 해명하도록 만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때론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스스로 해결해 버리기도 한다.

마이클 셧슨은 <뉴스의 사회학>에서 1890년대 뉴욕을 뒤흔들었던 것 같은 관행이 오늘날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과연 이런 질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자들이 얼마나 될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널리즘의 근본에 대해 다시 통찰해 봤으면 좋겠다. 낙종을 만회하기 위해, 혹은 독자들의 눈을 끌기 위해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마구 나가는 일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기자는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과 반성을 통해 '2011년 한국의 저널리즘'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링컨 스테펀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특히 정계나 재계의 부정 폭로 전문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또 반부패 운동을 주도해 한 때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소개된 에피소드는 스테펀스가 훗날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Lincoln Steffens)'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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