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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펜트하우스'와 '초가집'


[정종오기자] 1988년과 2011년. 나에게 필요했던, 필요한 에너지를 가늠해 본다. 1988년 대학시절, 필요한 에너지를 50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교정에서 2km 정도 떨어진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해 있는 번화가까지 걸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학교가 끝나면 우르르 친구들과 어울려 천천히 걸었다. 스터디(Study)를 하든, 술을 먹든, 그 어떤 모임이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발이 움직였다. 걸어가면서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길가의 경치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읽었다. 당시에는 휴대폰도 없었다. 노트북도 없었다. 리포트를 손으로 직접 써 내는 경우도 많았다. 인터넷은 당연 없었으며 PC방도 없었다.

2011년 지금, 필요한 에너지는 80으로 증가했다.

가까운 거리도 걸어가기보다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기계를 이용한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계절을 읽기는커녕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휴대폰은 꺼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집에서 충전은 계속된다. 노트북은 24시간 회사 책상에서 전원이 연결된 채 켜져 있다. 글을 쓸 때도 내 손목의 노동보다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아이패드를 이용한다. 인터넷은 24시간 움직이고 PC방은 도처에 널려 있다. 1988년과 비교해보면 2011년 지금, 내게 필요한 에너지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져 버렸다.

120층 최첨단 빌딩의 맨 꼭대기 '펜트하우스'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 초가집.

"어느 곳에서 살고 싶은가?"

별 망설임 없이 '펜트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버튼 하나로 120층까지 쏜살같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잘 갖춰져 있는 보안체계와 전기 시설⋯모든 것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되는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싶어 한다.

어느 누구도 밤에 촛불을 켜야 하고, 힘겨운 팔 운동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초가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만약 전기가 갑자기 끊긴다면?"

'펜트하우스'와 '초가집'의 혼란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은 대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작동을 멈추고⋯ 보안체계는 해체되고⋯냉장고의 음식은 썩어 들어갈 것이다. 샤워는 꿈도 꾸지 못하고, 당분간 120층에 올라가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120층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초가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전기가 나가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여전히 촛불을 밝히면 되고⋯ 펌프질을 통해 물을 끌어올려 씻고⋯장작불을 지펴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혼란의 늪은 깊고, 더욱 팽창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가 대지진으로 붕괴되면서 온 지구촌이 불안에 떨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농작물이 방사능에 이미 오염됐고, 미미하지만 방사능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에까지 도착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문제를 두고 원자력발전소 관리업체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잘못만을 따져야 할까. 우리 모두가 필요한 에너지를 쉽게, 편리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기본적 원인이 아니었을까.

원자력의 편리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편리성에만 주목한 나머지 혼란과 위험성에 대해우리 스스로 망각하려 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에너지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혼란도 극대화된다는 것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생각을 바꿔볼 때가 아닌가 싶다.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가능한 줄이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들을 차분히 생각해 볼 때이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가 에너지로 인해 불거지는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이다. 원자력발전소의 파괴와 붕괴로 불어 닥친 혼란과 불안은 어느 한 개인과 단체의 잘못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의식 속에 숨어 있는 에너지에 대한 이율배반적 태도 때문이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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