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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기억상실증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스스로 막다른 골목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말았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정책 대결이 아닌 '선정적 대결'로 자신을 자리매김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시장이 시민으로부터 분노와 실망을 받는다면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광고에서 시작됐다. 옷을 다 벗고… 중요 부분을 식판으로 가리고…얼굴을 잔뜩 찡그린 아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 옆으로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라는 문구를 달고 이로 인해 삭감되는 다른 예산을 강조했다.

광고에 대한 반응만을 놓고 본다면 서울시는 일단 성공했다. 광고가 나가고 온통 이 광고가 서울시민들에 회자됐기 때문이다. 그 어느 광고보다 선정적이고 사람들의 눈길을 받기에 충분했다.

왜 아니겠는가. 발가벗긴 아이가 찡그리고 있는 얼굴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세훈 시장은 광고의 주목률을 높이는 3가지 소재…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헌데 붙일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의 판단은 없었던 것 같다.

해당 광고가 신문에 나간 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어떻게 저런 선정적 광고를 할 수 있느냐."

"시 예산으로 이같은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느냐."

"오세훈 시장을 주민소환 하자."

시민들은 뿔이 났다. 분노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의 민심(民心)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6월2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47.5%, 한명숙 46.8%의 지지율이었다. 1%의 차이도 나지 않았다.

재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 직후 이런 말을 한다.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의 승리를 받아 들이겠다."

"민심의 뜻을 깊이 헤아리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많은 분들의 뜻도 깊게 헤아려 균형 잡힌 시정이 이뤄지도록 유념하겠다."

"서울시를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신 유권자 여러분의 뜻을 받들겠다."

과연 이같은 오세훈 시장의 말이 본인 스스로 실천되고 가슴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민심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민심의 분노를 사고 있고,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신 유권자 여러분의 뜻을 받들기'보다는 여소야대를 인정치 않고 있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기 보다는 독선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장은 5년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은 영원이 이 터전에서 살아가는 '늘 있는 존재'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승리 직후 자신이 스스로 내뱉었던 말을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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