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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인권위 치욕의 날


11월1일은 국가인권위원회 치욕의 날로 기억돼야 할 것 같다.

두 명의 인권위 상임위원이 '인권위의 반인권적 운영을 고발한다'는 변을 토하고 사퇴했다. 1일 인권위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인권위의 반인권적 운영을 고발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인권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인권위가 반인권적 운영을 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는 충격적이다. 두 위원의 '사퇴의 변'은 인권위가 썩을 대로 썩어 독립적 기관임을 포기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경란 위원은 '사임의 변'을 통해 "현 위원장(현병철 위원장)의 부임 이후 인권위는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이제 고사(枯死)의 단계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이 밝힌 인권위의 파행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권위가 적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 현병철 의원장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다수의 위원들이 찬성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포하는 횡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뿐이 아니다. 위원장의 편리대로 기준과 원칙을 바꾸는 일 또한 다반사였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최근 상임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운영규칙 개정 시도도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 갖추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인권위 동료들은 때로는 이 같은 반인권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애써왔지만 위원장의 독주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는 주변의 아픈 지적마저 아랑곳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국민의 기본권인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살펴야 할 인권위가 속으로는 처참할 정도로 권력화 돼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는 목소리가 묻어 난다.

문 위원은 "(인권위를 운영하는 데 있어)현 위원장의 판단의 근거는 유감스럽게도 인권이란 잣대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오직 권력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남영 상임위원의 '사임의 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 위원은 "위원회는 국가기관의 사찰활동 및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보듯이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법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인권침해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상임위원의 내부 고발적 '사임의 변'을 보면 인권위가 그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인권(국민의 기본권)보다는 권력을 챙기고,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법이 정한 원칙을 어기는 것은 물론 위원장 맘대로 폐기처분시키고, 민감한 사건과 관련된 인권 침해 사례는 무시해 버리는 인권위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동당은 "오죽했으면 오늘 한나라당 추천인 문경란 위원까지 사퇴를 결심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권력에 빌붙어 운영되는 기관은 인권위 아니라도 수없이 많다. 인권위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현병철 현 위원장은 '인권위 파행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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