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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N스크린 시대 승리자가 되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이었던 것 같다. 주변의 몇몇 기자들과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그리고 소니가 직접 경쟁을 하게 될 것"이란 말을 나눈 적 있다. 전혀 다른 영역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체들이 거실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란 얘기였다.

요즘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그 때의 전망이 들어맞은 것 같진 않다. 세 업체 중 어느 한 곳도 그 때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스크린을 앞세운 업체들 간의 거실 점령 전쟁이란 당시의 생각이 그리 틀린 것 같진 않다.

예를 들어보자. 기자는 가끔씩 일찍 집에 들어가면 야구 중계를 시청한다. 그렇다고 스포츠 채널로 보는 건 아니다.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야구 중계방송을 즐긴다. 케이블 방송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이 기자 뿐만은 아니다. 요즘 지하철을 타고 가노라면 휴대폰으로 드라마 감상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바일을 통해 지상파 DMB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생활 속에서 이미 미디어 융합을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를 실천하고 있다. 스크린 장벽이 무너진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명이 최근의 흐름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방송이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젠 같은 콘텐츠가 다른 스크린에까지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콘텐츠를 휴대폰, PC, TV 화면을 통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현상을 3스크린(Three screen)이라고 부른다.

잘 아는 것처럼 3스크린은 미국 AT&T가 처음 들고 나온 개념이다. AT&T는 지난 2007년 모바일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AT&T 비디오 쉐어' 서비스를 미국 160개 도시에서 런칭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마스터스 골프경기를 PC와 TV, 휴대폰 단말기 등 3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점에서 3스크린 전략은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방송과 통신 융합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애플, 구글 등이 스마트TV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삼성과 LG 역시 '바다'와 '넷캐스트 2.0'을 탑재한 스마트 TV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통합되는 스크린이 휴대폰, PC, TV에 머무는 것 같진 않다. 당연히 3스크린 개념도 확대되고 있다. 휴대폰, PC, TV에 VoIP가 추가되면서 한 때 4스크린이란 말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아예 N스크린이란 말이 주로 사용된다. 더 많은 스크린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패드에 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N스크린은 정보 서비스나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라면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경쟁대상이 아니었던 기업들이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들 역시 N스크린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경쟁이 전방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기자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터넷만 들여다보고 있어선 해답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와이어드'의 현란한 아이패드 콘텐츠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와이어드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멋진 콘텐츠를 내놨다. 하지만 사람들이 와이어드에 열광하는 것은 현란한 동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품질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현란한 멀티미디어가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어디 콘텐츠 업체 뿐이랴?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업체들 역시 N스크린 시대의 생존 전략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다. 넋 놓고 있다간 새로운 시대 흐름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N스크린 시대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한 대답같지만, 종합적인 사고와 기획 능력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기술에만 집착해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것도, 사람을 앞세운 페이스북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런 시대 흐름을 잘 읽었기 때문이다.

N스크린 시대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단편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사고를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국내업체들의 지혜가 요구되는 때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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