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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구본준 LG전자호'의 새로운 항해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스티브 잡스도 사실은 실패자였다. 건드리는 족족 실패하면서 피와 땀이 서린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것도 자신이 영입해 왔던 질 어밀리오의 친위 쿠데타로.

하지만 그의 초기 실패가 애플이란 회사에 해만 끼친 것은 아니다. 잡스의 수많은 시행착오들은 이후 애플이 최고 혁신기업으로 떠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다시 부름을 받은 잡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을 수 있었다. '실패한 혁신'의 토대 위에 '강력한 리더십'이 덧입혀지면서 새 바람을 몰고 왔다.

LG전자가 결국 CEO 교체란 승부수를 던졌다. 노키아가 CEO를 교체한 지 불과 이틀만이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바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이번 CEO 교체는 외견상 전격적이긴 했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다. 지난 2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이 90%나 폭락하는 쇼크를 겪었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찌됐던, 남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남 부회장이 LG전자에 남긴 것도 결코 과소 평가돼선 안 될 것이다.

그가 LG전자 호에 남긴 것이 '빈곤한 실적'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라다폰과 쿠키폰 등 디자인을 강조한 히트작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후발주자 LG전자를 휴대폰 시장에 연착륙시킨 공도 적지 않다. LG전자에 도입했던 각종 실험과 혁신들 역시 단순한 수치만으로 평가절하하기 힘든 가치를 분명 지니고 있다.

물론 2008년부터 불기 시작한 '스마트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스마트폰 등 고부가 제품 출시가 지연되면서 경쟁의 끈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이런 상황에 빠진 LG전자가 '스마트의 늪'을 헤어나오는 데는 구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장의 전투에서 실패하더라도, 장기적인 계획을 밀고 나가기가 한결 수월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CEO 교체가 LG전자의 '비어 있던 퍼즐 한 조각'을 제대로 맞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빠른 의사 결정과 강력한 추진력 없인 최근의 스마트폰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선 구본준 부회장이 해낼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선 '휴대폰 강국'이다. 그 과정에서 남 부회장이 해낸 역할도 적지 않다. 떠나는 남 부회장에게 흔쾌히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시대를 따라잡는 데는 구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꼭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구 부회장은 애플을 비롯한 해외 세트업체 CEO와 원만한 인맥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과의 공동 신제품 개발을 비롯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상당한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준식 개혁이 '스마트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오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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