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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김문수 역사 인식에 문제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기고문을 두고 네티즌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7일자에 '광화문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는 김문수 지사의 특별기고문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위대한 지도자라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다.

김 지사의 기고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공무원 교육을 할 때마다 '대한민국을 누가 건국했는지 아느냐'고 물어본다. 예를 들어 ①단군 ②이성계 ③이승만. 이렇게 얘기해도 '이승만'이라는 정답을 대는 사람은 100명에 5명 정도다. 이성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2명, 단군도 5명쯤 된다. 대다수는 침묵이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성공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글을 고 이어간다.

"조선·고려왕조는 물론 고구려나 발해·신라·백제도 대한민국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다.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는 세습왕조에 국민은 굶주리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실험한 사회주의는 모두 망했다."

이런 논리를 전개하면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맺는다.

"광복과 함께 이렇게 위대한 대한민국의 건국도 기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상징거리인 광화문에 초등학교마다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또 하나 더 세워야 하나. 광화문에 세워야 할 동상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돌아가신 뒤 세워 드리면 된다."

김 지사의 기고문으로만 본다면 그의 역사인식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 성공했다'→'그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람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다'→'그런 분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가 된다.

첫 시작부터가 잘못됐으니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람은 ①단군 ②이성계 ③이승만 정도의 보기만 든 게 문제다. 보기 중에 ④국민·민중 이라는 항목이 생략돼 있다.

1945년 해방이 되기까지 일제시대에 맞서 싸운 주체는 국민·민중들이었다. 그들은 생업까지 포기하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그런 독립투쟁과 참여 덕분에 일제의 강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주체가 과연 이승만인지, 아니면 치열한 현실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분골쇄신한 국민·민중이었는지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이기는 했지만 그의 정권은 무능했다. 무능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정도로 부패한 집단이기도 했다. 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지만 친일파 세력을 척결키는 커녕 주요 요직에 앉히는 반민족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 뿐인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당당히' 자행하다 민중의 큰 저항에 부딪혀 '하야(下野)'라는 치욕적 역사의 주인공이다. 실패한 지도자를 물러나게 한 주체는 4.19 혁명이었다. 물론 그 혁명은 국민이 주도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많은 희생을 치르고 격변기의 역사를 이끌었던 주체들이었다.

그런 혁명과 변혁의 물꼬를 일시에 무너뜨린 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총칼을 앞세운 군부를 등에 업고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당사자였다. 그것도 모자라 유신을 선포하고 평생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장본인이 박정희 였다.

또 한가지. 김 지사는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돌아가신 뒤 세워 드리면 된다"고 말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 이름은 왜 쏙 뺏는지 그 저의도 궁금하다.

김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찬양을 이어갔다. 그의 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하겠다고 나섰을 때 거의 모든 지식인·정치인이 반대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철강산업을 일으킨다고 하니까 내가 다니던 서울대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대한민국에는 기술과 자본·시장도 없는데 자동차·철강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해냈다. 경제학자들이 안 된다고 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서 해냈다. 오늘날 경기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자동차 관련 산업인데 그때 반대했던 내 생각이 부끄럽다."

당시 반대했던 자신을 두고 '부끄럽다'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경기도를 자랑하고 있다. 경기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박정희 시대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김 지사는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이룩한 성공의 역사부터 알아야 한다. 모두가 기적이라며 배우러 오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공 역사부터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어떻게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겠는가."

그렇다. 대한민국의 성공 역사는 분명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 성공이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실패한 지도자'로 인해 이뤄진 것일까. 1960~70년대 '공순이, 공돌이'이라는 천박한 이름으로 불리며, 하루 12~18시간 일하고, 온갖 핍박과 압제를 받은 '위대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거꾸로 4.19 혁명을 이끌고 60~70년대 산업역군이었던 국민들이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독재 지도자'가 아닌 정말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났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한국으로서 미국을 능가하는 국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하야'라는 치졸한 역사를 만든 이승만도, 영원한 권력을 꿈꾸다 하루아침에 죽음을 맞은 박정희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김문수 지사의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이 있는 한 그의 지도자 도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벌써부터 김 지사의 기고문을 두고 시민들은 "김문수가 이상해졌다" "무슨 이런 망발이냐" "도대체 왜 그래" "(이승만·박정희 동상)세우고 싶으면 네 집 앞마당에 세워라" 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지사가 자신의 기고문을 통해 "박정희를 반대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지만 김 지사의 기고문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김문수 찍은 게 부끄럽다"고 날선 비난을 이어갔다.

김 지사가 이런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경기도를 오늘날 이만큼 만든 주체는 경기도민이 아니라 '김문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동상도 세우자 하지 않을까.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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