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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감동이 부족한 '손학규 소설'


신작 '손학규 소설'이 마침내 2년 만에 출간됐다. 장장 글자 수로는 2만 여자, 원고지로는 약 100장에 이르는 긴 글이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바로가기)"는 제목의 단편이다.

그런데 조금은 추상적이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다.

그렇고 그런 진부한 말들이 많이 나열돼 있는 것 같아 기대만발이었던, 한 독자로서 식상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겠다. 2년 동안 칩거하면서 준비한 '소설'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 하다.

2년 동안 와신상담, 두문불출, 대오각성 했던 그의 글을 기대했던 많은 독자들이 있었다. 2년을 정리하면서 돌아온 그의 글은 여전히 아래로 흐르지 못하고 위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의 가장 큰 목적이 권력 장악에 있기에 당연 그렇다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것도 진정성 있는 수단이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데 그 수단을 살피는데 있어 구체적이지 못한 '손학규 소설'은 그래서 술술 넘어가지 못한다. 중간 중간 '컥컥' 답답한 느낌만 던져준다. 기성 정치인과 차별점을 쉽사리 발견하지 못하겠다.

우선 그의 소설에서는 현 정치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양극화된 국민의 삶, 정파의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국 정당의 현실, 이명박 정권의 후퇴하는 민주주의, 성장과 분배의 이율배반적 현실 등등.

익히 알고 있는 상식적 발언만 지루하게 나열돼 있다. 이 정도의 상황은 대한민국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현실들이다. 양극화된 삶의 구체적 현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파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정당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의 적나라함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결여돼 있다.

2년 동안 칩거하면서 만난 서민과 빈민, 주변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됐으면 더 빛났을 것이다. 지루한 반복 동의어는 기존 정치체계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손학규 소설'은 그러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인간의 재발견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가치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 회복의 중심에는 ▲사람 ▲행복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진보적 자유주의를 근원적으로 재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줄거리를 끌고 가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 부분에 이르면 답답함의 절정을 이룬다. 그동안 '정치 소설'의 반복 동의어 연속이다.

그는 대한민국 비전으로 ▲국민생활우선의 정치 ▲정의로운 복지사회 ▲건전한 시장경제질서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공동체 ▲세종대왕 리더십 등을 내놓았다.

그가 직접 손과 발로 뛰어 다니며 경험했던 '민심대장정'의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그렇고 그런 말과 추상적 함성만이 도처에 적혀 있고 강조돼 있다. 그는 마무리 짓는다.

"우리 사회는 돈과 권력이 모든 것이 되는 천박한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서겠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 세력'을 하나로 모으겠습니다."

2년 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정치무대로 돌아오는 일성(一聲)치고는 감동이 부족하다. 기성 정치인의 말·외침과 다른 감동·희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학규의 복귀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소설에서 희망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 너, 손학규는 뭔가 다르겠지'라는 기대감 말이다. 지루하고 신선하지 못한 한국 정치현실에 나름의 철학을 가진 그에 대한 신비감, 경외감, 동질감이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손학규 소설'의 첫머리인 "춘천을 떠나며" 혹은 마지막 "2010년 8월15일 정든 춘천을 떠나며"라는 문구가 그 어떤 문장보다 더 감동을 준다. 그가 떠나고 다시 돌아오면서 경험했을 감정을 독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의 짧은 '단편 소설'만 놓고 섣부른 판단과 비판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그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감동을 줄지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추상적 외침 보다는 구체적 현실속에 있을 때 감동이 있다. 그가 보여줬던 '민심대장정'의 감동 말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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