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종오]고위관료의 '거침없는 말'


한심하다 못해 측은하고, 분노까지 치민다.

정부 외교 고위 당국자가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며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북한 가서 살아라"고 거침없는 말까지 내뱉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한 정부 외교 고위당국자가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21세기에 그가 이런 '막말'을 한 배경은 단순하다.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생각하는 젊은 애들이 있다."

"민주주의의 좋은 것은 다 누리면서 북한을 옹호하고…이북(북한) 가서 살지."

"(민주당 찍고 한나라당을 안 찍는)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

철저한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있는 그의 해석은 철없음을 떠나 분노까지 치밀게 만든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지역 의회까지 야당이 석권했다. 이를 두고 이 당국자는 젊은 애들이 뭘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 정권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철없는 국민'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의 해석대로라면 '민주당을 찍어주고, 민주주의의 좋은 것만 누리는 철없는 애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민이 무식하고, 어리석어 나라 자체가 망하고 있다는 '거침없는 말'이다. 이런 사람이 한 나라의 외교를 책임지는 고위급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슬픔이다.

한나라당을 찍지 않고 민주당을 찍는 '철없는 애들'은 아예 북한에 가서 살라는 말까지 하는 고위 관료. 그 '머리'로 어떻게 그 자리에 까지 간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관료가 시쳇말로 '잘리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 정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각대로 최근의 이슈를 바라본다면 어렵지 않게 해석될 수 있다.

수정안이 폐기되고 원안으로 통과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국회의원들이 뭘 모르고 한 짓이다. 수정안을 반대한 국회의원들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가 될 것이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돼 조사과정에서의 투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주를 받고, 어버이 수령을 떠 받드는 애들의 저급한 수준"으로 해석될 것이다.

4대강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는 4대강 사업을 목숨걸고 계속 추진할 테니, 반대하고 싶으면 대한민국에 살지 말고 북한에 가서 김정일하고 같이 살아라"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한심하다 못해 측은하다.

그가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그는 아마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네 X도 북한가서 살아라."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종오]고위관료의 '거침없는 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