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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한나라당의 위기와 냉소주의


최근 며칠 동안 실시간 검색어 '톱10'에 이런 키워드가 랭크됐다. ▲나경원 키 ▲전현희 블로그 ▲강용석 추가발언 ▲남경필 의원 부인사찰…하나같이 현역 국회의원의 이름이 붙었다.

정치인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이슈 '톱10'에 드는 경우도 드물며 '키' '부인 사찰' 등의 검색어는 더욱이 이채롭다. 이 드문 경우의 수가 최근 며칠을 두고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불거진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의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중이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은 반성 보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도 뒀다. 참석한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참석한 학생과 통화했다며 성희롱 발언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참석한 학생들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사실이었다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직접 당사자가 사실이라고 밝힌 만큼 진실과 거짓은 확연해 졌다.

남경필 의원 부인사찰이라는 키워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경악' 수준으로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총리실 산하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여당 의원 주변까지 사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의 입맛에 들지 않으면 전방위 불법 사찰을 통해 올가미를 덧씌우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먼지'가 나올 때까지 '탈탈' 털어 이를 근거로 협박하겠다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은 치졸한 정치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새로운 지도부 체제를 꾸렸다. 안상수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 시대가 시작됐다. 안 대표는 자신의 4대 키워드로 '변화·개혁·화합·쇄신'을 꼽았다. 원 사무총장도 '소통·서민'을 주요 테마로 내놓았다.

현재의 한나라당 모습을 보면서 과연 안 대표와 원 사무총장이 내놓은 키워드가 실행모드로 돌입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변화하겠다고 , 뼈를 깎는 고통으로 쇄신하겠다고, 머슴의 자세로 소통하겠다 하더라도 이를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원희룡 사무총장이 최근 트위터에서 굴욕(?)당한 일도 에피소드로 넘기기에는 가볍지 않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원 의원이 "고뇌가 참 많습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대뜸 "아무 일도 하지 마십시오. 진정입니다"는 답을 내놓았다.

어떤 일을 하는 것 보다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이 철저한 냉소주의를 한나라당은 지금 무릎을 꿇고 곱씹어 봐야 한다. 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 화합과 쇄신은 아이디어에 불과할 뿐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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