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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실시간 선거 드라마' 감상기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예상을 뒤엎는 승부, 막판 뒤집기.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각본 없는 드라마'란 말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기자는 이번 '선거 드라마'를 텔레비전과 트위터로 동시에 봤다. 이쪽을 보다가 답답하면 저쪽으로 옮겨 앉았다. 여기서 '이쪽'은 텔레비전이고, '저쪽'은 트위터다.

솔직히 고백하자. 어제 오후 4시 무렵까지만 해도 굳이 선거 개표 방송을 볼 생각이 없었다. 뻔한 승부를 확인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넘어갈 무렵 트위터에서 엄청난 물결이 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침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주류 언론들과 달리, 그 곳에선 그 무렵부터 벌써 들끓고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마음을 바꿔먹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울 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가고 있다" "투표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마구 올라왔다.

모르는 사람들이 올린 글들이었으면,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팔로워'로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이기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다는 의심은 던져 버릴 수 있었다.

팔로잉하고 있던 소설가 이외수 씨는 "투표 완료!"란 글과 함께 인증샷까지 올렸다. 팔로잉 상대는 아니지만, 소설가 박범신 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투표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런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투표 마감 이후 감상할 수 있었다. 다소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텔레비전과 달리,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생생한 소식들이 올라왔다. 각당 캠프 현장 분위기부터 선관위 집계 현황까지 수시로 접할 수 있었다.

방송사의 개표 방송이 사전에 잘 기획된 쇼라는 느낌이었다면, 트위터의 실시간 중계는 각본 없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잠시 물 건너 미국 얘기를 해보자. 로렌스 제이콥스 등이 쓴 'Talking Together'란 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시민들의 참여의식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실증적인 조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공적인 담론에 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미국 시민사회의 실종'을 외쳤던 로버트 퍼트남 같은 학자들의 학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퍼트남은 '나 홀로 볼링'이란 책을 통해 미국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 실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 있다.)

선거 드라마를 보면서 제이콥스의 'Talking Together'란 책을 떠올리게 됐다.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많은 시민들이 선거를 매개로 안에 담아뒀던 울분을 쏟아낸 것이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는 이런 욕구를 담아내는 훌륭한 마당이었을 따름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수화된 언론이 밑바닥 인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맞는 얘기다. 시민들이 소통하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소통의 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여전히 살아 있는 시민의 힘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Talking Together'하는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멍석만 잘 깔아주면 신명나는 한판 춤판을 벌이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정부와 여당으로 돌아갔다. 이런 교훈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남은 기간 '소통의 정치'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소셜 미디어로 무장한 참여 시민들이 이 정부에 진정으로 원하는 덕목일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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