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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새로 그려야 할 글로벌 IT 산업 지도


괴물, 애플의 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2010년 1분기 세계 전자통신 분야 주요 기업 실적을 보면 안다. 통신 서비스, 단말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세계 유수 전자통신 기업의 실적이 이 괴물의 영향권 안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애플이 세계 전자통신 산업의 지도까지 바꾸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게다. 기술을 토대로 한 이 분야 사업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2008년 하반기 미국 금융위기로 휘청댄 세계 경제는 2010년 1분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자 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 약진을 추동한 것이 애플이다. 이 회사의 혁신적인 제품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연타석 홈런이 세계 전자산업을 자극하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수혜는 엇갈리고 있다. 애플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수혜 기업은 애플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겹치지 않는 곳이다. 애플의 협력사에 가까운 곳들이다.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의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격동하는 세계 전자 시장에서 애플과 함께 파도 마루에 올라탄 형세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올 1분기에 ‘사상 최대’라는 기분 좋은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매출 5조8천억원 영업이익 7천89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오죽하면 권영수 사장이 “애플 덕 많이 본다”고 했을 정도다. 하이닉스도 매출 2조8천억원에 영업이익은 7천990억원을 올렸다.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도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만 1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분야 영업이익도 무려 1조9천억원을 넘었다.

미국 인텔도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

애플과 협력하더라도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은 큰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 애플 제품을 유통시키든 그렇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서비스 사업자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의 등장으로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무엇보다 시장 방어를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올 1분기에 경쟁이 치열했던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다.

아이폰을 내놓은 KT나 이를 견제했던 SK텔레콤이나 결과가 좋지는 않다. KT는 매출 4조8천억원에 영업이익 5천527억원이란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아이폰 덕에 7.6%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아이폰 보조금 탓에 외려 7.6% 깎였다. KT를 견제하던 SKT도 비슷하다. 매출 3조182억원에 영업이익 4천805억원. 마케팅 비용을 8천억원 가까이 쏟아 붓는 바람에 영업익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애플 직격탄’을 맞은 건 노키아와 삼성전자 정도를 제외한 휴대폰 업체다. 선발이면서도 스마트폰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원조격’인 모토로라의 1분기 성적표는 그야말로 참혹하다. 휴대폰 분야 매출은 16억4천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 감소했다. 또 1억9천200만 달러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휴대폰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줄어든 850만대를 기록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역대 최소인 3%대다.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굴욕'에 가까운 상황에 내몰렸다.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갔었던 LG전자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일단 어렵게 차지한 3위 자리를 애플에게 내줬다. LG전자 휴대폰 부문은 1분기에 매출 3조1천396억 원에 영업이익이 277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감소하였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6%대에서 0.9%로 급락했다. 모토로라에 비하면 낫지만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에릭슨 같은 일본 업체는 뉴스조차 뜸하다.

애플로 인해 변한 글로벌 IT 산업 지도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애플이 구글과 향후 모바일 사업에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HP, 델, IBM 처럼 전통적으로 PC와 대형 서버에 오리엔티드 됐던 다국적 기업까지 모바일 컴퓨팅 쪽으로 급선회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 PC 시장 1위인 HP가 12억 달러(약 1조3300억원)를 들여 미국 모바일 기기업체 팜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애플 괴력’에 모두 입 벌리고 있는 순간 눈여겨 볼 곳은 삼성전자다. 여타 업체처럼 스마트폰 주도권에서 애플에 밀렸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다. 반도체 LCD, 휴대폰, TV를 중심으로 한 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서도 안정된 구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애플의 파상적인 공세에도 견고히 나온 휴대폰 실적이 돋보인다. 1분기 휴대폰 매출은 9조1천8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영업이익도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도 역대 최고다.

이 지도의 최종본이 어찌될 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다만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은 있다. 대세는 모바일에 있다는 점과 ‘혁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애플, 개방의 화두를 세계에 흩뿌린 구글, 안정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세계 전자산업의 중심이 된 삼성전자가 3각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겠다. 여기에 전통적인 강호 HP와 IBM, MS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관심을 끌만한 사안이다.

/이균성 디지털산업부장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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