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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아이패드 외신 사대주의(?)


결국 방통위가 아이패드 전파인증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인용에 한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전파 인증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쓰더라도 전파인증 위반 딱지를 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규제 조항은 있지만 사실상 실효가 없었던 부분을 서둘러 해소한 데 대해선 환영의 뜻을 전한다. 방통위가 모처럼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것 같아서 보기도 좋다.

당연히 박수를 보내야 할 텐데, 선뜻 그렇게 되질 않는다. 규제를 푼 것은 잘 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영 찜찜한 때문이다. 국내 언론엔 둔감하다가 외국 언론에 과민 반응하는 모습도 불편하기 그지 없다.

잠시 그 과정을 되짚어보자.

26일 유인촌 장관이 공식 브리핑 때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 전파인증 받지 않은 제품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장관은 버젓이 쓰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자 문화부는 "연구용으로 반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장관 해프닝은 월스트리트저널에도 보도됐다. '한 부처 장관이 일으킨 아이패드 소동(South Korean Official’s iPad Causes a Stir)'이란 제목으로 기사화됐다.

그리고 곧바로 방통위가 "개인용에 한 해 전파 인증을 면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통위가 "예정된 행보를 따른 것일 뿐 유장관 해프닝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 역시 방통위가 유장관 해프닝 때문에 전파 인증 규제 철폐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 정책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 그렇게 무원칙하게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는 해명을 듣고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명대로 이번 정책 결정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면, 국가적 자존심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국내 언론이 숱하게 꼬집을 때는 의연한 자세를 견지했던 방통위 아닌가?

물론 외국 유수 언론에 국내 이야기가 보도되면 당연히 신경 쓰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국격(國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번 보도는 그 정도 사안으로 보긴 힘들다. 그냥 해프닝을 전해주는 간단한 기사에 불과하다. 방통위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기사가 아니란 얘기다.

최근 국내에선 "한국의 모든 규제 전봇대는 잡스가 다 푼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폰을 들여올 때부터 애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아이패드 전파 인증 면제 추진 움직임에도 비슷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이런 비판들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 계기를 통해서라도 쓸데 없는 규제가 풀린다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비판엔 귀를 닫으면서, 미국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엔 크게 반응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그것이야 말로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이번 같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영향 받는다면, '잡스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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