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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괴물'로 살 것인가…


"괴물로 사는 것과 착한 사람으로 죽는 것, 뭐가 더 나쁠까(Which would be worse…to live as a monster or to die as a good man)?"

최근 개봉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 나오는 대사다. '셔터 아일랜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호흡을 맞춰 만든 작품이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스토리 라인을 이해하기가 꽤 힘든, 이른바 '반전 영화'다.

결말에 가서 반전이 드러난다. 실종사건, 테디의 수사, 미궁에 빠져드는 상황 자체가 치밀하게 꾸며진 사이코 드라마였던 것. 테디는 사실 중죄를 저지른 정신병 환자다. 테디는 그 병원에 2년간 수감돼 치료를 받아왔다. 치료될 기미가 없자 병원은 마지막 방법으로 거대한 상황극을 연출했다.

테디의 실제 이름은 앤드류 래디스. 래디스의 아내는 심한 조울증 때문에 자식 셋을 익사시켰다. 그런 아내를 래디스는 권총으로 쐈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아내를 죽인 죄책감에 래디스는 정신병자가 되고 만다. 래디스는 '기억'과 '환상'을 혼동한다. '괴물' 같은 본래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어서 '나는 착한 테디'라는 환상을 지어낸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는 효과를 본다. 테디는 '나는 래디스'라는 진실을 받아들인다. 치료된 래디스는 병원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반전이 또 한 번 벌어진다. 래디스는 스스로 묻는다. '괴물로 살 것이냐, 착한 사람으로 죽을 것이냐…' 그리곤 수사 파트너(사실은 주치의)에게 "수사를 계속하자"고 말한다. 자신이 래디스임을 또 다시 부정하고 테디임을 선택한 것이다.

애초 그에게 행복한 선택은 없었다. '사느냐, 죽느냐…' 최악(最惡)을 피하기 위해 차악(次惡)을 택해야 하는 존재윤리적 물음. 그 앞에서 '괴물' 래디스는 스스로 '착한' 테디를 선택했다. 정신병 환자인 테디를.

치료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뇌신경 일부를 제거하고 좀비처럼 살아가야 하는, 사실상의 죽음이다. 래디스의 선택이 괴물로 살기를 회피해서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린 것인지, 괴물이 되기 전 순수하고 착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원형회귀의 표현인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영화의 결말에 이르면 디테일과 스토리 라인은 무의미해진다. 막장에 이른 '괴물'이 자신에게 던진 처절한 물음이 관객의 뇌리를 길고도 아프게 후벼판다.

반성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대개는 평온한 자책과 성찰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극단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관객을 거칠게 벽에 몰아붙인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고 있나?'

누구나 자신 속에 '괴물'을 안고 살아갈 지 모른다. 작으면 잘못이나 실수, 크면 악행이나 범죄다. 그 괴물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을 후회하고, 엇나간 자신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면에서 선과 악이 충돌한다. 고뇌하고 번민하면서 양심의 둘레를 빙빙 도는 사람들이다.

반면, 자신 속에 괴물이 있는지 모르고 더욱 더 괴물다워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진짜 괴물로 성장한다. 그런 괴물은 실제로 흔하다. 양심과 죄의식은 접은 듯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고, 악행을 저지르고, 파렴치한 사람들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내 안에도 괴물이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닌지 궁금해졌다.

'죄의식'에 집착하는 것 같은 박찬욱 감독이 이동진 영화전문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살면서 저지르게 되는 실수와 악행을 잊거나 묻어버리고 넘어가지 않는 게 진짜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숭고한가 묻는다면 저는 죄의식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여러분은 혹시 몸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이재권 논설실장 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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