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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스닥 개미, ‘매물받이’ 노릇만 해야하나


‘기관 매도, 개인 매수’ 고착…마구잡이 상장 능사 아니다

[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은 올해도 우울하다. 코스닥지수가 작년 15.38%나 폭락한데 이어 올해도 지난 24일까지 마이너스 5.44%의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이 7.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10년간 겨우 24.4% 올랐다. 연간 2.44%의 상승률이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639포인트다. 지난 2000년 3월 기록했던 최고치 2925포인트 도달은 언감생심이다. 1996년 7월 코스닥시장 출범 당시의 기준지수 1000포인트에도 크게 못 미친다. 코스닥에 투자했다면 23년 동안 평균 36%의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을 보면 절망감만 들 뿐이다.

이처럼 코스닥지수는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말 85조2천95억원이었던 코스닥 시가총액은 현재 231조757억원으로 10년새 171%나 불어났다.

여기엔 시가총액이 30조3천257억원에 달하는 NAVER를 비롯해 셀트리온(23조9천350억원) 카카오(12조8천27억원) 엔씨소프트(11조8천552억원) 등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겨간 업체들의 시가총액 79조원이 빠졌다. 이를 포함하면 10년간 몸집이 3.6배 넘게 커졌다.

주가는 오랜 기간 바닥을 기고 있지만 유상증자와 함께 신규상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초체력은 허약한데 덩치만 비대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코스닥시장의 침체는 매매비중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고스란히 직결된다.

코스닥시장이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데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횡령·배임 등 각종 스캔들이 난무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신규상장 물량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100개 안팎의 업체가 코스닥에 새로 입성하고 있다. 투자 수요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공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이후 ‘기관 매도, 개인 매수’ 양상이 고착됐다. 기관은 상장하기 전에 투자했던 물량을 내놓고, 개미는 상장 후 시장에서 사들이는 패턴이 되풀이 되고 있다.

기관은 2016년 4조4천705억원, 2017년 1조7천958억원, 작년 9천922억원 순매도했다. 올들어서도 3조8천56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기관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다 받아내고 있다. 2016년 5조7천478억원, 2017년 6천680억원, 작년 3조8천293억원에 이어 올해는 6조9천25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개미들은 기관 매물을 사들였지만 코스닥시장이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재산을 증식하기는 커녕 되레 빼앗기고 있다. 가계의 부가 기관으로 이전되는 꼴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코스닥을 '모험자본의 회수' 시장으로만 여기는 모양새다. 벤처캐피탈로 대표되는 초기 투자 모험자본이 수익을 실현하고 또 다른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금 회수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적극적인 스타트업 투자를 유인하려는 취지다.

이의 일환으로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추는데 골몰하고 있다. 기술특례와 함께 주관사 성장성추천, 이익미실현, 사업모델 트랙을 시행중이다. 최근에는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핀테크 기업에 대한 상장요건도 완화했다.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서 상장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기업을 육성, 우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가계는 자금을 대주는 역할만 하고 열매를 따먹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

현재 코스닥 상장 업체는 1399사로 코스피의 799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GDP(국내총생산)가 우리의 12배에 달하는 미국의 나스닥 상장 업체수도 코스닥의 2배를 밑돈다.

마구잡이로 상장만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더 이상 개미들의 희생만 강요해서도 안된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자꾸 늘린다면 모험자본 회수시장의 근간마저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코스닥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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