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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
동지 발견! 결혼정보회사 회원 모임을 만나다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8)
2014년 10월 09일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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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기자] 남자1호와의 별 소득 없던 만남 후, 생각할수록 나는 내가 미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 소개팅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가입만 하면 내 짝을 결정사가 알아서 척척 골라 눈앞에 대령해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 나의 오해임이 분명했다.

앞으로의 미팅이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해.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해!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결혼정보회사 소개팅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얼마나 준비 없이 임했었는지. 게다가 이것은 건당 60만원짜리 소개팅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로 검색포털에 들어갔다. 한참을 결혼정보회사 소개팅에 대한 정보를 찾아 헤매던 중 눈에 확 들어오는 커뮤니티가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사람이나, 가입할까 고민중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2004년에 생긴 카페여서 나름 회원수나 정보가 많이 축적되어 있었다. 앞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담, 여러 결혼정보회사마다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가 등 엄청난 정보들이 수두룩했다.

오호라, 여기 마음에 드는데! 당장 가입을 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수년 동안 그 카페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샅샅이, 꼼꼼히 읽었다.



여러 결정사의 서로 다른 운영 시스템에 대한 장단점도 볼 수 있었고, 커플매니저와 회원 간의 갈등을 겪는 사례도 읽을 수 있었다. 매너 없는 맞선 상대로 인한 불쾌함을 다룬 글도 적지 않았다.

결정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 맞선 상대에 대한 불만 토로가 전부는 아니었다.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는 건지, 만나면 차만 마시는 게 나은지, 밥까지 먹어야 하는지, 밥도 먹고 차도 마셔야 하는지, 상대방을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지, 자가용을 가져갈 경우에는 남자가 여자 쪽 문을 열어줘야 하는지, 잘 들어갔느냐는 전화나 문자는 얼마 만에 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극히 시시콜콜한 질문과 답변도 꽤 많았다.

어찌 보면 참 사소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허둥대고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남녀들이, 데이트에 직면해 당황하고 있었다. '과년한 어른들의 소개팅'은 학생 때의 가벼운 소개팅과는 문법이 달라서였을까.

커뮤니티의 글을 읽노라니, 회원들은 당황스러움 속에서 헤매는 '결정사 활동 초보'들에게 서로의 경험을 나눠주고 이끌어주며 용기를 북돋워 주곤 했다. '마음에 쏙 드는 상대를 만나 기대가 컸었는데, 상대의 반응이 없다'며 괴로워하는 글이 올라오면 '인연이 꼭 올 것'이라며 다독여주는 댓글들이 수없이 붙었다.

하지만 따뜻한 위로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를 테면 누군가가 '지난 번 맞선 상대 반응이 별로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 스펙은 이만저만하고, 그날 이러저러하게 데이트를 했다'고 글을 올려 자신의 맞선 실패 요인 분석을 요청했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키가 작고 직업이 이렇고 나이도 많은데, 그날 옷차림이 어색했고, 대화 주제를 잘못 골랐기 때문이다'와 같은 직설적인 지적을 해주기도 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었겠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그런 '까칠하지만 진심어린' 조언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혼정보회사 회원'이란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

커뮤니티에서는 전반적으로 '동지애'가 흘렀다. 우리들은 모두 혼기가 꽉 찼으나 아직 짝을 찾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동일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 바로 '결혼정보회사에서 누군가를 소개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결혼정보회사의 회원이라는 것. 이것은 꽤나 큰 비밀이다. 생각해 보라. 주변에 당당하게 '나 결혼정보회사 가입했다'고 내놓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얼마나 봤는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 외에는 주위에 자신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숨긴다. '돈을 내고 결혼상대를 소개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정서로는 뭔가 꺼림칙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냥 '중매로 만났다'고 하면 그다지 이상한 시선이 없는데, 묘하게도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한다'고 하면 속물로 보는 인식이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할 결혼상대와의 만남에 돈이 웬 말이냐는 것일 테지. 나부터도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들을 제외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친한 친구에게조차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따라오는 부작용이 있었다. 짝사랑이든 연애든 남녀상열지사를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남녀 문제란 상당한 감정의 움직임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어디 감정뿐이랴. 그에 따른 에너지 소모도 엄청나지 않나.

또 결정사 소개를 받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고민들은 불쑥불쑥 생기곤 했다. 커플매니저와 코드가 잘 안맞는다든가, 이상한 소개만 들어온다든가, 아예 소개 자체가 뜸하다든가 등등. 가입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결정사 회원이기 때문에 받게 되는 새로운 스트레스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친구나 직장동료들 모르게 비밀리에 결정사 미팅을 하다 보면 이런 스트레스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털어놓고 하소연 할 수가 없어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친구들과 수다 떨며 털어버릴 사안들이건만,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시시콜콜한 맞선자리 고민을 부모님께 친구에게 말하듯 주절주절 떠들 수도 없고.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다. 아, 대나무 숲에라도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은 모두 이런 상황에서 방황하던 끝에 결정사 회원 커뮤니티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니, 이게 왠 감정의 탈출구야? 결정사 회원 커뮤니티에는 나와 동일한 비밀을 간직한 또래 남녀들이 수천 명이나 모여 있었다. 익명의 공간인 그곳에서 우리들은 편안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비밀을 공유하며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튼 몇 년치의 기록들을 접하고 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는 백지상태에서 적군과 싸우러 나간 어리바리한 병사와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을. 그곳에 적혀있는 무수한 고민의 흔적들. 첫 소개팅을 앞두고 허둥대던 내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어쩐지 안심이 됐다. 그래, 나는 이 세계에서 혼자가 아니었어!

/image_gisa/201409/writer_lhk.jpg" width="80" height="90">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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