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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의 인터넷 세상]고객과 소통하는 기업
2009년 10월 21일 오후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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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동반 모임이 많은 서양에서는 '사교 활동'이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특별한 여가 문화나 대화 문화가 발달하지 못해 외국과 같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는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에 그 무엇보다 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존재한다. 이른바 '게시판 문화'가 그것인데,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용자 간의 상호 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동일한 관심 주제, 비슷한 취미생활 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노력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게시판은 불특정 다수가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수단이 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 커뮤니티 문화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간 소통(疏通) 방식을 변화시켰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선택 기회와 제품 및 서비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소비자들이 기업보다 똑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많은 기업들은 과거 소비자보다 높은 정보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판매했던 우월적 위치와 비교할 때 점점 힘들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주도권은 점차 약화되는 반면 날카로운 비판과 안목을 가진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소비자들을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용후기나 제품에 대한 불만을 즉각적으로 기업에게 전달하는 등 소비자로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 연대를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 기업 및 브랜드 안티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러한 소비자들을 기업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이들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할 때 관련 동호회, 파워블로거 등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우선 사용하길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이유도 '깐깐한 소비자'를 자사의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요즘 기업에서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만든다는 말을 한다. 이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부정적으로만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상담 사이트에 불만 사항을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는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A라는 기업이 '친근하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려면 수십,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게시판 문화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소통 관계를 형성한다면 커뮤니케이션 활동만으로도 가능한 일이 됐다.

이제는 인터넷을 제대로 읽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깐깐한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절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음식을 먹으러 갈 때 가장 까다로운 사람의 입맛에 맞추듯, 기업들도 무난한 고객보다는 까다로운 쪽에 맞춰야 한다. 안목과 비판을 가진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길을 만들면 무난한 사람들은 따라가기 마련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소통의 진정성'이다. 상업적 의도가 배제된 '소통의 장(場)'을 통해 소비자와의 친근감은 더욱 강화되고 신뢰는 배가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데는 인터넷을 통한 국내 소비자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이 IT의 테스트베드(Test Bed)를 넘어서 모든 제품의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단순히 소비 주체가 아닌 최고의 테스트맨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부작용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소비자와의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까다로운 소비자가 생산한 다양한 콘텐츠가 다른 소비자들에게 제공됨으로써 기업보다 더 높은 신뢰를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계속 발달하고 있는 지금, 소비자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기업이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column_j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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