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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의 바이오투자]Bridge over troubled water
바이오산업은 R&D의 이어달리기
2008년 10월 22일 오후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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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초 바이오산업계의 주요 이슈는 다국적제약사 펀드의 한국 바이오벤처 투자였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으로 유명한 노바티스사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인 노바티스벤처펀드가 한국의 바이오텍기업에 약 30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하고 그 첫번째 투자대상으로서 신생벤처기업인 ㈜네오믹스를 선정, 100만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고 공표하였다.

네오믹스는 신규 폐암타겟(폐암에 대한 표적물질)을 규명하고 그 물질에 대한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직원이 사장 1명 밖에 없고 업계에서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이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가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이 단순히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세계적인 제약사의 기술적, 사업적 검증을 통과하고 그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바이오벤처가 생긴지는 1992년경 설립된 바이오니아를 시초로 약 15년 가량이 되었지만, 그 동안은 대부분 우물안 개구리였을 뿐 세계적인 기업과의 제휴나 기술이전, 투자유치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디지털바이오텍이 유럽의 제약사인 그루넨탈에 진통제 2건에 대한 기술이전을 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억된다.

현재 신약개발로 대별되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근본적으로 ‘글로벌산업’이다. 대학 또는 기업연구소의 실험실에서 과학적 성과가 나오면 그에 대한 산업적 활용이 실시간으로 고민되는 분야이며 그 성과물은 세계시장에 바로 적용되는 특징을 갖는 소위 ‘과학기술의 직접적 사회화’가 관철되는 특성을 갖는다.

작년에 약 14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나 9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혈전치료제 플라빅스, 3년만에 임상시험을 마치고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단기간 내에 3조원 매출의 대박을 터뜨린 글리벡 등의 신화가 살아 있는 분야이다.

그러하기에 바이오 분야 특허와 논문 등의 성과지표에 있어서 세계 10위권 대에 도달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은 또한 R&D(Research & Development)의 ‘이어달리기’가 요구되는 산업이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적 연구성과도 그 자체로서는 제품이 되지 못한다. 시험관에서 나타난 수십, 수백 개의 유효물질(hit) 중에서 동물시험 및 약물평가시험 등을 통하여 걸러져 최종 선발된 하나의 신약후보물질(drug candidate)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때부터는 생쥐나 개, 원숭이 등을 통하여 약물평가를 받게 되고 그 이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및 의료기관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치게 된다. 통상 3단계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서야 제품출시 허가를 받게 되고 비로소 마지막 관문인 시장의 검증을 거치게 된다.

신약후보물질 수립까지의 과정이 생물학, 화학, 약학 등 다양한 과학적 역량이 녹아든 엑기스라면 비임상시험 및 임상시험은 머니게임의 성격을 띠게 된다. 각 단계별로 수십, 수백억 원의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며 성공확률도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어달리기에 있어서 바이오벤처기업은 통상 Development(개발)의 첫번째 주자로 뛰게 된다. 모르는 사실을 먼저 발견하거나 없는 물질을 먼저 만들어내는 연구단계와는 달리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전문화된 지식으로 무장하여 후보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의 장기이자 특성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은 본격적인 머니게임의 단계에서 바통을 건네줄 다음 주자를 찾지 못하여 두번째 주자로 계속 뛰다가 자금력 등의 힘이 부치면 주저 앉아 다음 주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우리나라의 제약사들이 대개 영세하여 신약개발에 매진할 여력이 부족한 반면에 해외의 다국적제약사들은 검증을 마치고 조기 제품화가 가능한 임상후기 단계의 약물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와 개발 사이의 '죽음의 계곡'을 잇는 바이오펀드

이처럼 바이오 R&D의 R과 D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 계곡의 한쪽에는 한정된 자본과 한정된 인력으로 각고의 노력을 다한 벤처들이 있고 그 건너에는 제품 파이프라인에 목마른 제약사들의 수요가 있다. 물론 모든 바이오기업들, 이들이 만든 중간제품들이 보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과학과 땀이 결합된 나름의 성과물들이며 이들 중에는 미래의 리피토, 플라빅스가 될 보석들도 숨어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미 이러한 사실을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고 또한 강구 중에 있다. 그러나, 죽음의 계곡을 넘는 다리는 ‘지원’이 아니라 ‘투자’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대개 1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모든 물질이 전부 약물로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 중 1~2개의 성공한 약물이 나머지 물질의 개발 실패에 대한 비용을 보상하고도 초과이윤을 남겨줄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산업의 당면과제인 ‘죽음의 계곡’을 넘는 해결책은 ‘바이오펀드’에 있다.

정부와 민간자본이 힘을 합쳐 바이오펀드를 결성하고 비임상 및 임상시험 단계의 신약후보물질 또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바이오펀드는 포트폴리오의 구축을 가능하게 하여 성공한 1~2건의 사례로 투입비용을 커버하고 재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제품의 시장성공 이전 단계에서도 라이센싱아웃이나 기업의 상장을 통하여 투자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각 단계별, 분야별 전문가그룹의 참여로 진흙 속 보석을 골라낼 수 있으며, 투자전문가들의 전문적인 관리를 통하여 자본의 정확한 집행 및 회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바이오는 대표적인 ‘국가 전략산업’ 분야이다. 몇 해전 문제가 되었던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세계 각국의 강제 생산 조치 등의 방책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R과 D 사이의 죽음의 계곡을 더 이상 손 놓고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은 ‘바이오펀드’라고 믿는다.

아직은 험한 바이오의 세상에 ‘바이오펀드’의 다리를 놓자.

/신정섭 산은캐피탈 벤처투자실 팀장 column_shinj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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