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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의 글로벌 테크놀로지 아웃룩]SF영화 같은 미래가 온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만드는 ‘친절한 세상’

스마트폰의 기상 알람 음악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열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아침햇살에 침대서 몸을 일으켰다. 썩 개운치 않다. 시계는 오전 8시. 어젯밤 회식서 술이 좀 과하긴 했나 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8시 기상, 10시 출근으로 자동 조정된 오늘 일정을 확인한다. 아침에 중요한 업무가 없었던 게 다행이다. 이 스마트한 녀석이 알아서 두 시간이나 더 재워줬으니 이제 냉수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릴 때다.

운전석에 앉아 텔레매틱스 화면을 보니 떠오른 알코올 수치는 다행히 정상권. 일전처럼 수치 높아 못 간다고 주저앉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다행히 걱정만으로 그쳤다. 같은 화면으로 실시간 도로교통 상황을 보니 온통 초록색. 양호하다. 가끔 느지막이 출근하는 맛이다. 텔레매틱스로 출근길에 있는 해장국집에 국밥 한 그릇 시켜놓고...출발이다. 식당에 닿으면 앉자마자 아침 뚝딱 먹고 시간 맞춰 출근할 수 있겠다. 누구는 아침식사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해 하루 할 일들을 꼼꼼히 살펴본다지만, 나는 밥 먹을 땐 밥만 먹는 주의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의 첨단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얼마나 멀었을까, 한 10년 정도?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까, 아니면 너무 길게 잡은 것일까? 분명한 것은, 앞으로 10년 뒤면 전세계 여러 IT기업, 대학, 정부 연구소들에서 개발해낸 다양한 유비쿼터스 기술들이 – 어떤 것들은 SF영화를 통해 미리 예측된 것들, 또 다른 것들은 현재까지 아무도 상상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생활방식을 ‘조금씩 많이’ 뒤바꿔놓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이 글을 구상하던 10월 29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LG전자 등과 함께 유비쿼터스 환경 구현에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비쿼터스 투명 스마트창’을 개발해냈다는 낭보가 TV와 일간지 등을 통해 널리 소개됐다. 자체발광 OLED소자에 투명물질로 구현한 박막 트랜지스터 회로를 결합하는 핵심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향후 투명한 유리 위에 컬러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까지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유비쿼터스 미래 환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회자되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 인상 깊게 등장했던 투명디스플레이 모니터가 머지 않아 우리 기술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사용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환경에 스며들어 어디서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컴퓨팅 환경을, 라틴어 어원을 갖는 ‘어디에나 동시에 존재하는’ 이라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단어를 써서 명명한 개념으로 제록스 팰로앨토연구소(PARC) 컴퓨터사이언스랩의 마크 와이저 박사가 1988년 처음 주창한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IBM의 정의 또한, 모든 컴퓨터, 컴퓨팅 디바이스, 혹은 센서가 인터넷 등 유무선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돼 물리공간의 사물과 환경 속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통합됨으로써, 사용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구성요소들이 구체화됐을 뿐 핵심 개념은 동일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같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그 광범위한 비전과 영향력으로 인해 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IT업계 전반에서 하나의 대형 아젠다가 돼 오고 있다. 너무나 인기있는 아젠다가 되다 보니, 한때는 거의 모든 첨단기술들이 하나같이 ‘유비쿼터스’ 라는 형용사를 달고 소개되는 것이 유행처럼 될 정도였다. 이제 유행(?)도 좀 지나고, 무엇보다 홈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유비쿼터스 아파트 등 실제 유비쿼터스 환경을 지원하는 기술들이 상용화됨에 따라 이런 개념 혼동은 점차 가라앉고 있는 듯 하다.

유비쿼터스 환경을 좀 더 쉽게 이해하자면, ‘친절한 세상’이라는 그림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들은 컴퓨팅 이전부터 계속 발전돼왔다. 다가오는 사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켜지는 조명등, 사람이 다가서면 작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주위가 어두워지면 스스로 켜지는 가로등, 자동 수도꼭지, 개인 ID카드로 열리는 보안문, 바코드로 가격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POS 시스템 등등...이런 기술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적용돼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이런 각각의 단순한 센서 장치들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훨씬 똑똑해진 센서 장치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및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유비쿼터스 장비들을 통해 크게 한 차원 발전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 맨 앞에 소개해본 가상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사용자가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자, 스마트폰은 모바일 결제정보 및 위치정보, 귀가 시 홈네트워크 연결시간, 그리고 침대에 통합된 건강정보 센서의 정보들을 통해 이런 사실을 인지해낸다. 이에 건강을 위한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를 위해 인터넷으로 사용자의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 이튿날 아침의 업무일정에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 출근시간 변경을 등록하고 기상 알람시간도 조정해준다. 기상 알람을 울리면서는 홈네트워크를 통해 커튼을 열어 사용자의 기상을 도와준다. 유비쿼터스 승용차는 탑승하는 사용자의 신원을 지문정보를 통해 확인하고,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 알코올농도측정 센서로 사용자의 날숨을 체크한다. 텔레매틱스는 도로상의 수많은 CCTV 카메라와 유무선 센서 네트워크, 그리고 수많은 차량들이 보내온 정보들을 모으고 분석해주는 유비쿼터스 교통시스템에 접속, 이미 기억된 사용자 출근경로의 실시간 교통상황을 확인해 보여준다. 미래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매력이 조금이나마 실감되지 않는가?

IT업계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역시 비전과 현실에 상당한 간극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 IT인들의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경우에는 여러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용도의 센서, 액추에이터, 임베디드 장치들을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만들어줘야 하므로, 그만큼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개발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 정부도 2003년 9월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을 출범시켜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04년 6월 설립된, 현재 필자가 소장을 맡고 있는 한국IBM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UCL)와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을 통해 긴밀한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IBM UCL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의 협력 및 IBM 본사 왓슨 연구소 연구원들과의 글로벌 공동연구 노력을 통해, 텔레매틱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RFID, 헬스케어 부문의 정보통신선도기반기술 개발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또한 2007년부터는 J2EE, 디지털미디어, UCC(User Created Contents)분야까지 연구 영역을 넓혀 나가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및 모바일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정부 및 여러 협력기업들과 함께 유비쿼터스 컴퓨팅 핵심기술을 선도하고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u-시티 도시통합운영센터 플랫폼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솔루션 ▲센서액추에이터RFID 기반 실시간 위치 탐지 솔루션 ▲RFID/USN 통합 개발 프레임워크 ▲유비쿼터스 웹 기반 디바이스 협업 솔루션 ▲유비쿼터스 세미나 솔루션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그 성과로 나오고 있고, 계속 정부 및 기업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향후로 펼쳐질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은 실질적인 규모의 상업적 수요 형성에 따라 공공부문의 u-시티u-교통, 기업부문의 u-물류 및 보안관리, 그리고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등에서 먼저 개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인터넷과 모바일 문화의 강국인 우리나라의 IT 기업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 구현에 있어서도 치밀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시장의 사업기회를 선점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강윤 한국IBM 연구소 소장 column_leek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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