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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의 바이오 세상]신약개발 속의 세렌디피티
2008년 12월 26일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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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성탄절과 연말이 다가오면 ‘세렌디피티’라는 제목의 영화가 가슴을 훈훈하게 하였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첫 눈에 반한다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러브 스토리였지만 내용보다는 조금 생소한 제목에 이끌려 본 영화였다.

결혼을 앞둔 조나단(존 쿠삭 역)이 성탄절 선물을 위하여 백화점에 들러 하나 남은 장갑을 골라 잡은 세라(케이트 버켄세일 역)를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해 연락처라도 교환하자는 조나단의 제안에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세라는 조나단의 전화번호를 5달러짜리 지폐에 적고 그 지폐가 자기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연락하기로 약속한다. 세라 역시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연락처를 적어 헌책방에 팔테니 둘의 만남이 운명이라면 책을 통하여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며 헤어진다.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운명적인 만남이 되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내용의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된 ‘세렌디피티 (Serendipity)’란 단어의 어원은 옛 페르시아의 우화 '세렌딥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유래하였는데 보물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난 인도의 세 왕자가 자신들이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자신들의 마음 속에서 찾아낸다는 이야기이다.

18세기 영국의 호레이스 월폴 (Horace Walpole)이라는 작가가 그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 당시에는 신조어였을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게 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요즈음에 와서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 열심히 일하는 행복 속에서 찾아오는 행운, 행운을 불러오는 힘이나 능력 등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 특히 과학분야에서 ‘세렌디피티 효과’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우리에게 비교적 친근한 단어가 되었다.

세렌디피티 효과의 원조, 페니실린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연을 싫어하는데 아마도 우연은 비체계적, 비합리적, 비과학적이며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찮게 생각하는 우연과 우연이 가져다 준 뜻밖의 결과에 의하여 과학은 가끔 큰 걸음을 내디뎌 왔음은 과학의 발달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세렌디피티’로 통칭되는 뜻밖의 발견으로 자연과학과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 기술들은 진보하여 왔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신약 개발의 배경과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세렌디피티 효과’에 의하여 탄생한 약은 의외로 상당히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세렌디피티 효과’의 원조는 플레밍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미생물을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실수로 그만 포도상구균을 배양한 배지 접시의 뚜껑을 열어둔 채 퇴근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실험실에 출근하여 보니 뚜껑을 열어 놓고 퇴근한 것을 알게 되었고 배지 접시 위에 배양한 포도상구균이 부분적으로 죽어 있음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관찰력이 없는 보통의 연구자라면 그냥 버렸을 배지를 가지고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의 생육을 억제하는 곰팡이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 푸른 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 때문에 포도상구균이 죽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불렀는데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뿐만 아니라 각종 병원성 미생물을 죽이는 효과가 탁월한 것을 밝혀냈다.

이리하여 페니실린은 인류를 각종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해방시킨 항생물질의 효시가 되었고 항생물질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은 20세기 중반부터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플레밍은 이 위대한 발견을 “순전히 우연에 의하여 발견한 산물”이었다고 되풀이하곤 하였다는데 그는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는 몰랐어도 그 의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부작용 때문에 퇴출될 운명해 처한 약물이 실험에 사용한 토끼 생식기의 해면체를 충혈시킨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화이자의 한 연구원에 의하여 21세기 최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탄생하였고, 노인들의 눈꺼풀의 주위가 떨리는 안검경련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한 주사약이 오히려 주사 맞은 부위의 주름을 없앤다라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앨러간제약의 개발팀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미용 의약품인 ‘보톡스’가 탄생한 배경을 보면 ‘세렌디피티’와 무관하지 않다 하겠다.

최근 일라이 릴리사가 국내에도 출시한 당뇨병 전문 치료제 ‘바이에타’는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 서식하는 힐라 몬스터라고 하는 도마뱀의 타액에서 아이디어가 얻어져 개발되었다. 이 도마뱀은 1년에 단 3∼4 차례, 한 끼에 자신 체중의 3분의 1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 치우는데 먹지 못하고 굶는 기간 동안에는 에너지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기능을 쇠퇴시켜 두고 먹이가 나타나 먹을 때는 다시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특이한 생물학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평소 곤충생물학에 관심이 많고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드라마 보기를 즐겨 하던 일라이 릴리의 한 연구원은 사막의 도마뱀의 이러한 특이한 포식 습성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는 “무언가를 먹게 되면 타액이 나오게 되니까 도마뱀의 타액 내에는 췌장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특수한 단백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오랜 연구 끝에 이 단백질만을 뽑아내 ‘바이에타’라는 의약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혈당이 높아졌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전세계의 만성 당뇨병 환자들로부터 ‘똑똑한 치료제’로 불리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세렌디피티의 법칙’으로 ‘보톡스’를 발매, 큰 재미를 본 앨러간제약은 제2의 보톡스를 찾기 위하여 미용 의약품 분야를 ‘선택’하고 신약 개발 과정 중에 나타나는 어떠한 사소한 부작용도 놓치지 않겠다는 연구개발에서의 ‘집중’을 구사하는 전략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앨러간제약에서 개발 중인 ‘루미간’이라는 약물에 녹내장 환자의 속눈썹을 자라게 하는 돈 되는(?)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루미간’은 녹내장 환자의 안압을 내리게 하는 약으로서 주요성분인 비마토프로스트 (Bimatoprost)라는 물질은 합성 프로스타글란딘 유사물질로 이미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완료했으며 2009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 신약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이 약은 또한 속눈썹이 나오는 피부에 직접 바르게 되면 그 곳에 있는 샘 (腺)을 자극해 속눈썹을 상당히 길게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녹내장 환자의 안압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속눈썹 발모제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속눈썹 발모제도 신약 허가를 별도로 받아 빠르면 2009년에 세계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2의 보톡스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번 성공 역시 부작용 시장이 원래 겨냥한 시장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약이 시장에 나오면 37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마스카라 화장품 시장에서 약 5억 달러 규모를 장악 또는 그 이상의 시장을 신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앨러간사는 자신하고 있다고 하나 실제 시장은 그 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대표적인 신약들의 개발 과정을 굳이 찾아 보지 않더라도 우연이라는 모습으로 찾아오는 ‘세렌디피티’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기업인에게도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고 여겨진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를 포함, 21세기를 헤쳐 나가는 기업에 있어서 ‘세렌디피티’는 꼭 필요한 경영자원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 오는 행운

3년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생각지도 못했던 목적’을 위하여 찾아온다”고 하였으며 또한 “이 ‘보이지 않는 손님’을 우연하게라도 발견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 말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그렇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의성 또는 창조성은 필연이 아닌 우연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둡고 긴 불황터널에 접어든 요즈음에 있어서 ‘세렌디피티’는 정말 필요한 경영자원이라고 하겠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노력 속의 행복’이라고 한다. 반면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한다. 네 잎 클로버 ‘행운’을 찾기 위하여 세 잎 클로버 ‘행복’을 짓밟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듯이 ‘세렌디피티’만을 추구하다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실력과 노력마저 소홀히 하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본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늘 노력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하여 준비하는 자에게만 ‘세렌디피티’는 성탄절 밤에 내리는 눈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성욱 인큐비아 대표 column_sungoo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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