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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의 바이오 세상]스카치 위스키-생명의 물
발효와 숙성에 의한 걸작품의 탄생
2008년 12월 08일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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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늘어만 가던 국내 위스키 소비량에도 올 한 해 계속된 경기 침체와 불황의 한파가 반영되는 듯 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석 달간 위스키 소비량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하여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국내 일반 위스키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1병에 10만 원대의 프리미엄급인 12년산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올해도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 10월 말 현재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약 3만 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늘었으며 지난 2006년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주당들의 위스키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스카치 위스키에 익숙하였던 입맛이 좀더 부드럽고 깊은 맛이 감도는 싱글 몰트 위스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이미 대중화된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기본 상식 몇 가지는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와 블랜드 위스키쯤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싱글 몰트와 브랜드의 차이는?

싱글 몰트 위스키란 동일한 양조장에서 동일한 숙성기간을 거쳐 생산된 위스키를 말하는데 메켈런, 글렌피딕, 글렌리벳을 비롯, 스코틀랜드의 계곡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위스키 대부분이 싱글 몰트 위스키에 속한다.

블랜드 몰트 위스키는 다양한 양조장에서 제조된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것을 말하는데 조니 워커, 시바스 리걸, 커티 삭 등이 대표적인 블랜드 위스키이다. 둘 다 맛있지만 전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은 점점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와인처럼 각각 독특한 맛과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보통 원액의 생산국가에 따라 스코틀랜드의 스카치(Scotch), 아일랜드의 아이리시(Irish), 캐나다의 캐나디언(Canadian), 미국의 아메리칸(American) 위스키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나라마다 제조방식과 최저 보관연도가 달라 종류와 그 맛이 다양하다 하겠다. 영국에서는 스카치 위스키를 '몰트(Malt, 엿기름)로 당화 (糖化)한 술을 스코틀랜드에서 증류해 최저 3년 간 통에 담아 창고에서 서서히 익힌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스키는 만드는 과정에 따라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 브랜디 위스키로 나누기도 한다.

위스키의 기원은 중세 십자군 전쟁을 통하여 동양의 증류 기술이 서양에 전달된 후 생겨났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싹이 튼 맥아를 이용하여 주로 곡류(호밀, 옥수수, 보리, 밀 등)를 당화, 발효시킨 알코올 함유액을 한번 더 증류, 숙성하여 만든 것이다. 포도주를 증류하는 기술을 전해 받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포도주 대신 맥주를 증류한 강렬한 술을 만들어 ‘생명의 물’이라는 뜻을 가진 '우스게 바하(Uisge Beatha)'라고 불렀는데 우스게 바하는 이후에 우스게베이야(Uisgebaugh), 우스키(Usky)라는 말을 거쳐 현재의 위스키(Whisky)로 불리게 되었다.

보통 위스키는 영어 철자를 Whiskey 또는 Whisky로 함께 쓰고 있는데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만든 위스키는 Whiskey로, 스코틀랜드를 포함한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 만든 위스키는 Whisky로 표기한다. 관례상 다르게 표기하고는 있지만 의미는 같으며 간혹 미국에서 만든 위스키라도 Whisky로 표기되는 것도 있다.

위스키의 제조과정

그러면 몰트 위스키를 예를 들어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몰트 위스키의 재료는 보리이다. 사용할 보리를 이틀에서 사흘 정도 물에 담근 후 발아를 시켜서 맥아(보통 몰트, Malt라고 한다)를 만드는데 발아하기까지는 1~2주 걸린다. 이처럼 일정 기간 발아시킨 보리는 그린(green) 몰트라고 부르는데 더 이상 발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린 몰트를 건조실에서 뜨거운 바람으로 말린다. 이때 말리기 위하여 연료로 쓰이는 것은 피트(Peat)라고 하는 토탄인데 피트란 스코틀랜드의 황야에서 자생하는 히드가 땅에 묻혀 탄화한 것이다. 피트를 태우는 것은 그린 몰트의 발아를 멈추게 하기 위하여 건조시키는 목적 이외에 ‘스모키 향’이라고 하는 특유의 훈향으로 술 맛을 내기 위해서이다. 스카치 위스키에서 그윽한 스모크 향이 나면서 그을린 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몰트를 가루로 분쇄한 다음, 더운 물을 붓는다. 그러면 몰트 속에 있는 당화 효소의 작용으로 전분의 당화가 진행되고 약 8~10시간 사이에 당화액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을 매시(Mash)라 하는데 매시를 여과시켜 당화액(Wort, 맥즙)과 찌꺼기(Draff, 드래프)로 분류한다. 이 당화액에 효모를 가하면 본격적인 알코올 발효가 시작되는데, 통상 2~3일의 발효 기간을 거치게 되면 알코올분 7~8도의 발효액(Wash, 워시)이 된다.

그 다음 증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증류시킬 때 쓰이는 것은 양파 모양으로 생긴 동제 단식 증류기이다. 그 속에 발효액인 워시를 넣고 밑에서 가열, 증발시키면 비등점이 낮은 에틸 알코올부터 먼저 증류되어 나오고 이 에틸 알코올의 기체를 차가운 냉각기로 액화시킨다. 이렇게 제조된 것을 몰트 위스키 주정(Sprit)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포터블 스프릿(Potable Sprit, 마실 수 있는 주정)이라고 부르지만 이 단계에서는 아직 상품의 가치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포터블 스프릿을 나무통에 넣고 저장하여 원하는 기간만큼 숙성과정을 거치게 된다. 숙성을 위하여 담아 둘 통에 사용되는 목재는 북미산 참나무인 화이트 오크가 주로 사용된다. 스페인산 셰리(Sherry, 달콤한 스페인 와인의 총칭)를 담는데 사용했던 빈 통을 재사용하면 향기나 색깔 좋은 위스키가 나오기 때문에 물 건너 유럽산 빈 통을 얻어다 썼으나 요즘에는 셰리의 생산량이 적은 반면 스카치의 수요가 많아서 미국에서 수입한 오크통을 사용한다.

새 오크통에 셰리 술을 스며들게 하기도 하고, 버번 위스키를 비운 미국산 통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나무통에 오랫동안 보존되는 사이에 주정은 서서히 호박색으로 변해 간다. 저장되는 동안 나무통의 바람 구멍을 통하여 외부의 산소를 흡수하게 됨으로써 서서히 숙성이 이루어지며 또한 그 바람 구멍으로 증발하기도 하므로 처음 통에 넣은 주정은 숙성기간 동안 상당히 줄어든다. 통을 막아 10년 정도 저장하면 마지막에 가서는 25~30% 가량이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스카치위스키의 저장 숙성 기간은 법률로 최소한 3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몰트 위스키는 적어도 5년 이상 저장되어야 상품 가치가 있는데 7~8년의 숙성으로 완성 단계에 도달하고, 10~12년의 숙성으로 맛과 향은 그 절정에 다다른다. 이렇게 숙성시킨 향기 높은 몰트 위스키는 같은 증류 솥에서 나온 술이라도 어떤 통에 저장하였느냐에 따라 맛과 향기가 서로 다른 것이 여느 술과 다른 점이고 매력이라 하겠다.

통 속에서 원하는 숙성기간을 거친 후 몰트 위스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 조화로운 맛과 향이 나올 수 있도록 혼합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에 의하여 같은 숙성 기간 중 서로 다른 통에서 꺼낸 위스키를 브랜딩(Blending)이라는 혼합 과정을 거친 후 병에 넣어져 상품이 된다. 하나의 양조장에서 생산되어 다른 몰트 위스키와는 혼합하지 않은 것이 바로 싱글 몰트 위스키이다. 그레인 위스키는 엿기름에 보리 또는 호밀, 옥수수를 넣어 연속 증류장치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만든 위스키이며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만든 것을 브랜디 위스키라고 하는데 보통 부드러운 맛을 내며 이 브랜딩 기술이야말로 브랜드 위스키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보리보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콘 위스키와 버번(Bourbon) 위스키도 있다. 버번 위스키가 스카치 위스키보다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옥수수의 당분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위스키를 숙성기간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는데 15년 이상을 프리미엄급, 숙성 18년 이상이 되면 슈퍼 프리미엄급이라 한다.

그 매혹적인 호박색은 어디서 왔나

스카치위스키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지만 실은 18세기 후반까지도 무색, 무취의 알코올 음료였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포도주를 담아 숙성하고 버린 셰리 통이 쓸모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18세기말 영국 정부가 프랑스를 상대로 벌인 7년 전쟁과 미국의 독립으로 인하여 재정난에 봉착, 주세를 15배 올린 영국 중앙 정부의 탄압 덕분이었다. 영국은 스코틀랜드를 병합한 지 69년 후인 1776년부터 그 고장의 농민들을 황홀하게 만들어 준 이 ‘생명의 물’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위스키 양조장들은 모두 산 속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제조업자는 무거운 세금을 피해 밤중에 몰래 반출하다가 적발되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수입 셰리주를 담아 온 낡은 통속에 위스키를 몰래 담은 것이다. 요즈음 용어로 치면 위조 포장에 해당할 만 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어느 날 뚜껑을 열어 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위스키에서 전에 없던 깊은 맛이 나면서 신비롭고 오묘한 빛깔마저 감도는 것이 아닌가? 그 때부터 그 은은한 호박색은 영국, 아니 세계를 지배하는 술의 빛깔이 되고 만 것이었다.

저무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송년회가 여기 저기서 한창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다사 다난하였던 한 해였고 IMF 시기보다 힘든 시기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스카치 위스키를 폭탄주로 섞어 마시는 일이 올해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건 오묘하고 깊은 맛,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아름다운 색깔을 우리에게 선사하기 위하여 십 여 년 동안 오크통 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깨어 나온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정성욱 인큐비아 대표 column_sungoo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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