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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의 CEO 다이어리] 어머니의 다섯가지 잔소리
2008년 09월 22일 오후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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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화가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막힌다. 평소에 살가운 멘트를 준비해 놓지만, 수화기로 전해져 오는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면 어김없이 기어들어가고 그저 드리는 말씀이란 ‘네, 어머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학교를 다녀오면 그날 있었던 얘기를 조잘대는 화목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물론, 형제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식구들은 사진을 찍어도 60년대 노인처럼 무표정하고 막상 명절 때 얼굴을 대해도 정다운 말들을 잘 건네지 못한다.

그저 자식 자랑에 대한 낙으로 살아가시는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드릴라치면, 칙사 대접하듯 전화를 받으시는데 이렇게 불효하는 경우가 따로 없다. 출근길에 라디오를 통해 여성시대를 들으면서 ‘오늘은 전화 드려야지, 어머니 기쁘게 해드려야지’ 하건만 정작 그래 본적이 별로 없다. 통화가 되어도 무뚝뚝해지기 일쑤다. 표현한다는 것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포스닥의 고객에게 대하는 태도의 1/10만 따라가도 어머니는 기뻐하실 텐데 바보처럼 그러지 못한다.

어머니는 고질적인 노인네의 특성을 하나 갖고 계시는데, 한번 말씀 하신 이야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는 거다. 실제 많은 경영 전문가들이 회사의 주요 목표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임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목표가 있긴 있구나’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는데, 어머니는 이 ‘반복 체득 화법’ 분야에 있어서는 전국 최강자이다.

경영지침서 못지않은 어머님의 잔소리

당신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 얻어 먹는다’는 기준으로 되풀이 하시는 다섯 가지의 지침을 처음에는 흘려 듣다가, 차츰 몸에 익어지면서 그 덕을 많이 보게 되었다. 여름철 보양식이라도 사 드시라고 돈을 조금 입금해 드렸더니 어김 없이 오늘도 반복하신다.

첫째, 주변 사람에 대해 가급적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보기 싫은 사람이 뒤에서 남 욕하는 것인데, 설령 나와 함께 떠들고 험담을 하더라도 상대방 머리속에는 그 화살이 자신에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 근본적으로 좋은 점을 얘기 하다 보면 나도 좋아지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열 가지 면이 있다면 그 중에 칭찬할 부분들을 먼저 들춰 내는 것이 도리라 하였다.

둘째, 항상 웃고 다니라는 것이다. 고민도 한 두 번이지, 피곤하고 우울한 표정의 사람을 선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이었다. 웃는 인상 만으로도 인생의 반은 성공하는 것이라 하면서 사람들과 인사할 때, 얘기할 때 항상 웃는 인상을 각별히 신경 쓰라고 하셨다. 또한 그래야 사업도 잘 되고 일거리, 밥거리가 생긴다는 말씀이다.

셋째, 세 번 이상 부탁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막역한 관계도 지나치게 부탁을 자주 하면 번거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니, 생각을 곱씹고 곱씹어 정말 부탁할 일만 사정을 전하되, 동일한 사람에게 평생 동안 세 번 이상의 부탁은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니, 부탁을 하기 전에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오, 그래도 어렵다면 간청을 하되 평생에 주어진 행운보자기가 단 세개 밖에 없음을 명심하라는 것이었다.

넷째, 남이 열 번 말할 때 똑부러지게 한번만 말하라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 1/10을 말하고 9/10을 듣는 시간으로 할애하라는 말씀인데 웃는 것 만큼이나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치있고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길이라는 내용이었다.

다섯째, 무조건 어른들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어른들에게 예의를 똑바로 하고, 먼저 받아들이며 이후에 생각을 전해도 늦지 않으니 절대 사람들 앞에서 어른들이나 모시고 있는 선배, 직장 상사에게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또한 상대방의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일단 어른이면 자세를 똑바로 하는 것이 순서다라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표현이 시골스럽고 순박하여 몇 가지 단어를 수정해서 적었지만 수천 번은 듣고 지낸 지침들로 인해 도움을 얻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럼에도 나의 사회생활이 미진한 것은 아직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이유겠지만, 어머니의 잔소리가 나를 변화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배움은 끝이 없다.


“카잘스 선생님, 당신은 이미 세상에서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95세 나이임에도 아직까지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스페인 태생으로 첼로의 성자(聖者)로 불렸던 파블로 카잘스에게 젊은 신문기자가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 연주실력이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오”

- ‘체어퍼슨 뉴스레터’에서

/신철호 포스닥 대표 column_netcla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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