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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테러리즘과 인터넷, 미국의 딜레마


최근 미국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폭력적 과격주의 및 자생적 테러리즘 방지법(Violent Radicalization and Homegrown Terrorism Prevent Act of 2007)'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법안인데, 테러리즘이나 폭력활동에 근거가 되는 급진적 사상이나 신념체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논리적으로 모호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모순은, 미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테러나 폭력활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폭력활동의 모태가 되는 급진사상이나 신념체계에 대해서 조사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급진적 신념체계의 핵심 근거지로 인터넷을 지목하고 있는데, 사이버 공간에서 적용되는 사상의 자유가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가의 안전을 위해 '사상검열'까지 시행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냄새를 풍긴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는 수년 동안 미국이 안팎으로 시달린 많은 사건사고를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제 할 수 없다고 느낀 심각한 고민의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비 체계적이고 비 선형적인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국가안전을 더 이상 통제 할 수 없다고 인정한 위기감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물론 이 법안 말미에, 이 법안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서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개인의 자유' 문구와 법안의 핵심인 '사상검열적' 냄새는 극적인 대구를 이루어 법 집행의 모순성과 미국의 딜레마를 불협화음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이 법안의 모순성이나, '사상검열적' 요소에 대한 비판 보다는, 미국사회가 왜 이러한 모호한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쓰는지 그 속내를 한번 살펴보는 일이 의미 있어 보인다. 왜 미국사회는 스스로 보기에도 모호하고 위헌적 요소가 있는 “사상검열적” 법안을 발의했을까?

미국은 인터넷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적 편의수단이나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동기유발 세력'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911 사태를 기점으로 테러와의 전쟁이나, 나라 안팎의 위협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그 근본적 문제로 인터넷 공간을 지목한 것이다.

극단적 종교, 과격 민족주의 와 같은 신념체계로 무장된 집단들과의 싸움이 날로 어려워지고, 해당 세력의 결집과 규합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효과적인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가안전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알다시피, 인터넷은 소수에게 유리하고, 개별적이고 감정적인 매체이기에 폭력성을 조장하는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다. 토론과 협의 보다는 비방과 성토, 투쟁에 훨씬 효과적인 도구이다. 아마도 위 법안의 발의자 들은 인터넷의 이러한 속성이, 작금의 폭력적 사상을 고양시키고 행동으로까지 유발시키는 근원으로 지목하고 있는 듯 하다. 예전 같으면 한 사람의 급진적 사상이 다수의 동조를 받으려면 많은 물리적 장애를 통과해야 했지만,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평범한 개인의 자유 이상으로, 불온한 급진주의자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더 확대된 결과이다.

예전 보다 그 강도는 훨씬 덜하지만, 인터넷을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현실공간에서의 자유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태도가 일반적인 경향이고, 최근 언어폭력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러한 성향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새 법안을 보면,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에 대해 근원직인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이를 테면, 인터넷 공간에서 한 개인의 급진적 사상은 일반적 판단기준과 관계없이 몇몇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고, 결집하며, 폭력적 행동에 이르게 한다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든다면 자살클럽이나, 성폭행클럽 등과 같이 비상식적인 인터넷 공동체가 상당수 활동하고 심심치 않게 행동으로 옮겨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미국의 이 법안이 대규모의 테러리즘이나 극단적 민족주의뿐 만 아니라 바로 앞에서 예를 든 소규모 신념체계까지 그 대상을 포괄한 것으로 볼 때, 앞으로 현실적 적용이 어떠할지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상검열적 요소가 있어 위헌적이라는 비웃음을 듣는 법안을 미국의 국가안전과 결부시켜 추진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마 맞을 디스토피아적 디지털 사회를 예시하는 것은 아닐까? ”자유”가 사이버 공간에서 손쉽게 “방종” 으로 인식된 사실을 인정한다면, “표현과 사상의 자유” 또한 디지털 세계에서 “(급진적)분노의 표현과 행동의 자유” 로 얼마든지 확대 재생산 된다고 이들은 확신한 것이 아닐까? 우리도 이러한 딜레마에 처할 때가 그리 멀지 않은 듯싶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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