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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욕망추구,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본질


 

2006년 들어서면서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DMB에 이어 IP-TV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미디어 관련 제도와 법규는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버렸다. 인쇄매체는 포털에 그 영향력을 빼앗긴 지 이미 오래고, 방송은 지금까지 미디어의 제왕이었으나 이제는 유무선 통신회선의 대역폭을 채우는 컨텐츠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통신회선은 날로 그 대역폭과 속도를 향상시키며, 지구상의 모든 내용물을 실어 나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속도와 용량에 대해선 아무도 더 이상 기술장벽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제 문제는 조만간 뚫릴 방대한 100차선 도로 위에 돈이 될 만한 것들로 채우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통신•방송 융합을 이야기 하지만 방송 컨텐츠는 이미 통신회선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다.

100차선 도로에 채울 내용물을 고민하는 통신 기업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KT는 작년에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에 이어 올해에는 방송 콘텐츠 제작사 올리브 나인을 인수했다. 무선통신의 대표격인 SK텔레콤은 온라인 수능 교육업체 이투스, YBM 서울음반, 종합엔터테인먼트 업체 IHQ를 잇달아 인수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워너뮤직과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대체적으로 온라인 세계에서 사업모델이나 부가가치가 입증된 음악, 영상, 게임, e러닝 분야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의 손바닥 위에는 이러한 컨텐츠들이 선택을 기다리며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입장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애초에 기성 세대들은 정보통신 기기를 유용성의 관점에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정보통신 기기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도구 보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매개자 역할로 바뀌었다. 지금의 우리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이를 도구가 아닌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이제 기술은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순진한 명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신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감행하면서 까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는 이유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우리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명확히 말한다면 새로운 세대가 원하기 때문이다. 필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생산성이나 효과가 구매의 척도가 되지만, 욕구해소의 차원에서 반응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극과 재미가 전부일 분이다.

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욕망을 추구한다. 과거의 매체에는 국가기관이 규제를 엄격히 적용할 수 있었고, TV와 같은 미디어 기기는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아 물리적 절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컨버전스 미디어는 이러한 울타리를 완전히 벗어 던진다. 미디어 단말기는 개인의 손안에 들려 있거나 개인을 둘러싸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가치창출을 위해, 새로운 길을 마련해 줄 법규와 제도의 힘을 입어, 개인의 욕구를 최대한 소비하도록 부추기며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는 황금알을 내리 낳아댈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마치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백색마녀가 주는 터키젤리를 계속 받아 먹으며 유혹의 늪으로 빠져드는 에드먼드의 모습과도 같다.

컨버전스 미디어의 모든 면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가 추구하는 본질적 방향은 몸, 눈, 감정의 욕망을 충족시키데 있다는 점이다.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는 흔히 ‘중독’을 유발한다. 과거에는 마약과 같은 극단적인 욕구 충족이 중독을 불러일으켰으나, 지금은 단순한 문자메시지 사용도 대다수가 중독적 경향에 이르는 점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는 심각하고 깊이 있는 이성적인 욕구는 거의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는 미디어가 몸의 확장이 될지언정 생각과 이성의 확장은 될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는 많이 보고 많이 느끼기는 하되 사고력과 판단력은 급격히 소멸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상실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있을까? 따라 하게만 만들면 만사형통일 테니 말이다.

편의를 위해 발명한 미디어의 본질은 인간의 욕망추구였을까? 아니면 후에 변질된 것일까? 쾌락추구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변한적이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우리들은 그 어떤 문명의 이기도 필연적으로 욕망추구의 도구로 바꾸는 본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본격적인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이면에, 내면세계의 피폐와 소비컨텐츠 중독증에 시달리는 우리 자녀들이 가득해 보인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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