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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실명제 Vs 표현의 자유


 

5.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서는 800여 개 인터넷 언론사의 댓 글과 게시판을 실명제로 운영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되면 법정 선거운동 기간 동아 인터넷 언론사의 주요 정치, 선거 기사에 댓 글을 달 때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 하여 행정자치부 시스템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관위는 혼탁한 선거운동과 상호 비방 전, 유언비어를 퇴출시키기 위해선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러한 조치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앞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광범위한 실명제가 도입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여, 인권위에 진정은 물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동전의 양 면과 같은 '실명제' 와 '표현의 자유' 는 인터넷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언급 할 때마다 늘 따라붙는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이나 일탈현상을 거론할 때 '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방종'으로 해석되는 반면,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서는 '실명제'는 '근본적 위험인자'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실명제', '표현의 자유' 와 같은 단어는 정황에 따라 그 의미가 왜곡되기 쉬운 속성을 지녔다. 따라서 단어 자체의 의미 만으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 라는 말에서는 사적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와 연관된 묘한 뉘앙스가 풍겨 나온다. 따라서 이 단어는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강박적인 반발감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금융 실명제' 라는 말은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이 단어에는 '투명성', '정직' 등과 같은 긍정적 분위기가 한껏 묻어있다. 과연 ‘인터넷 실명제’에는 이와 같은 긍정적 의미가 전혀 담겨있지 않은 것일까?

'표현의 자유' 라는 단어는 사이버 문화 현상과 관련해서 가장 남발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반대 진영에서 약방에 감초 격으로 들이대는 구실이기도 한데, 상황과 여건에 관계없이 즉석요리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말은 본래 개인의 소중한 기본권 가운데 하나를 지칭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연히 긍정적 뉘앙스를 전달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막연히 옳은 것으로 여겨지고 무의식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 '실명제'와 '표현의 자유' 가 대결하면 뉘앙스의 우위에 있는 '표현의 자유'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의미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즉, 이성적인 바탕 위에 생각과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아마 어느 누구도 '표현의 자유'가 '감정 표현의 자유' 까지를 포함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은 표현의 자유를 감정표현의 자유까지 확대 해석한 데 기인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확대 해석에는 인터넷이 갖고 있는 익명성과 같은 매체적 특성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생각이 아닌 감정을 쉽게 드러냄으로 갈등이 확대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담론관 같은 영역은 감정 표현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지고,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가득 찬 쓰레기장이 되고 마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선관위의 조치는 비록 그 방법과 형식이 조금 강압적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기 보다는 '감정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의도로 봐야 옳을 것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내 세우며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가 '감정 표현의 자유'까지도 포함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감정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방종을 허용 해 달라고 떼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야 사람들이 몰려들어 돈벌이에 유리한 것은 모두가 잘 안다.

앞으로도 우리들은 이 두 가지 단어를 자주 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뉘앙스에 현혹당하지 않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실명제'에서 '책임'과 '투명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찾아내고, '표현의 자유' 에서는 '방종'의 의미를 끄집어 내어 버리는 일종의 관점의 정리가 우선이지 않을까? 둘 중 어느 것도 완전히 배제 할 수 없는 상호 배타적인 성격을 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각자의 장점이 발휘되는 영역에서 균형점을 찾아 나서는 노력뿐 일 테니 말이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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