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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디지털 파시스트, 그들을 믿지 말라!


 

MBC PD수첩에서 국민영웅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과정의 문제점을 취재한 방송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줄기세포 연구과정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논쟁은 제쳐두고, 방송사와 제작진의 비 애국적(?) 행동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대통령 조차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표현을 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집단적 광기, 집단적 혼수상태라는 표현을 들어 네티즌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광고중단 사태까지 발생하는 현실을 목도하노라면, 입맛이 씁쓸하다 못해 과연 이러한 집단적 사이버 파시즘이 또 다른 사회적, 정치적 왜곡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여간 걱정 되는 게 아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감정적 집단성은 사이버 공간에서 종종 발생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본질은 한결 같았다. 대체적으로 민족주의 내지는 국수주의적 사안에 대해선 감정적 결집도가 매우 고조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독도 문제나 한 여배우의 정신대 누드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 특히, 정신대 누드 사건은, 여배우의 알몸을 흘끔흘끔 엿보는 재미를 가장 즐기는 네티즌들이 느닷없이 애국적 관점으로 돌변하여 외견상 성숙한 의식을 표출 한 것처럼 언론에 오르내린 기가 막힌 사건이었다. 지금도 그렇듯이 네티즌들의 감정적 국수주의는 자신들의 관음증 취향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 그러했지만 네티즌들의 감정적 집단성은 거의 믿을 게 못 된다. 그들의 태도는 원칙과 기준이 결여되어 있기에 늘 상대적인 입장을 취한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들어준다 싶으면 스스로에 취해 오버하다가도, 여기저기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강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비열함까지 갖추고 있다. 즉, 그들은 전혀 주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행동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형 야누스라고 할 수 있다.

궁금증이 하나 남는다. 개개인으로 볼 때에는 멀쩡한 그들이 왜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토록 비 이성적이고 감정에 치중하는 무리로 돌변하는 것일까? 순식간에 파시즘에 이끌린 맹목적 추종자로 변모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바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독특한 속성이다. 사이버 공간의 매체적 특성이 네티즌의 감성과 결합하여 집단 성을 가중시킨다. 전에도 한두 차례 언급했지만 웹 공간은 개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인 매체경향을 부채질한다.

모니터 앞에서는 누구나 홀로 존재한다. 따라서 주위의 물리적 영향권 밖에 있기에 무의식적인 자기중심적 행동이 쉽게 촉발된다, 또한 이로 인해 심각한 고민이나 판단보다는 그저 좋고 싫음의 감정적 표현을 내뱉기 십상이다. 이러한 행태들이 웹 공간에서 동질감을 확인하기만 하면 개인적 책임이 최소화되며 집단적 광기와 같이 불거져 나온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네티즌 여론' 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감정은 결코 여론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 정치권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렸던 '국민정서' 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보다도 훨씬 저급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광고주가 PD수첩에 광고를 중단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회사의 사업적 판단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네티즌무리들이 자신의 집단 성이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계속 착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일반 언론이나 방송에서 네티즌의 집단적 행태가 심각한 폭력적 사건임을 조금만 더 집중적으로 지적하기만 하면 이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것이다. 개똥녀 사건 때 한 사람을 물어뜯듯 달려들던 하이에나들도 언론과 방송의 집중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러섰다. 게다가 자신들도 심한 행동이었다고 자성의 목소리까지 높였다.

이런 이중적인 특성을 가진 무리가 바로 네티즌이다.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이들을 길들일 수도 있고, 이들에게 길들여질 수도 있다. 정부 정책당국이나 언론과 방송사는 네티즌 무리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도리어 네티즌이 그저 반응하는 무리일 뿐이고, 참조사항일 뿐이다. 네티즌의 힘을 덧입은 현 정권은 이들에 대해 항상 과도하게 평가하는 듯했는데, 이번에 이들의 본 모습을 보게 되어 일편 다행으로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은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의 집단성에 '참고'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이들로 인해 더욱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편협한 국수주의적 감정을 바탕으로 휘젓는 이들의 행동은 언제든지 재현될 소지가 높다. 아마도 노련한 정치인은, 이들의 특성이야 말로 정치적 목적에 역 이용하기 안성맞춤이라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집단적 감정이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나 대통령 선거와 같은 상황을 왜곡시키는 일이 왜 없겠는가?

사이버 공간의 집단적 감정표현에 대해선 그 이슈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격하시켜야 한다. '싫다' '좋다' 의 감정만 빼면 사실상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이들은 여론은 가라앉히고 감정만 띄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인격'과 '무리'를 구분해야 할 것이다.

문득, 지난 대선이 네티즌의 감정적 집단 성이 내재된 사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네티즌 무리들이 이토록 설치는 것일까? 그러나 무리들의 감정은 언제든지 돌변한다. 대통령도 물어 뜯으려 달려드는 모습을 보라. 자칫하면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환호하던 예수를 못박은 유대인처럼 그들의 정치적 구원자도 얼마든지 십자가에 못박는 일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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