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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인터넷 의사소통 문화와 정치의 위기


 

최근 우리사회의 가장 답답한 현상중의 하나는 언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공 담론의 수준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의사소통' 이 합리성을 잃고 감정적인 경향으로 왜곡되기 일쑤이다. 마치 우리 사회가 감정의 도가니와 같이 끓고 있는 듯 하다.

십여 년 전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향은 초기 PC통신과 같은 온라인 미디어가 성장하던 때부터 시작하여 인터넷 시대로 들어서면서 더욱 그러한 정도가 강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의 의사소통이 지금과 같이 혼란스럽고 동일한 언어에 대한 가치관이 제 각각인 작금의 상황에는 아무래도 인터넷문화를 위시한 디지털의 영향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미디어는 특정한 이데올로기(경향성)를 형성한다. 기술은 중립적이라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태도라고 미디어 학자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TV와 같은 영상매체는 감성적 경향을 유발한다. 다 아는 것처럼 아나운서의 멘트 보다는 '어떤 화면을 보여 주느냐'가 전달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이미지에 의한 감성유발'이 영상매체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M-net과 같은 음악방송의 위력이 또한 이를 증명한다.

인터넷도 미디어이다. 인터넷 속에는 활자와 영상이 함께 뒤섞여 있지만 테크놀러지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 도구이기에 나름대로의 매체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봐야 마땅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터넷이 갖고 있는 첫 번째 매체적 경향(이데올로기)은 '즉각적인 감정유발'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활자매체나 방송매체와 달리 전달하는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태도(이기적, 개인적, 자기중심성)에 따른 이데올로기로 볼 수 있다. 또한 영상매체가 유발하는 '감성' 과 인터넷 매체가 유발하는 '감정'은 그 성격이 다르다. 감성유발은 주로 수용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의 영역에 머물게 하여 사고력을 약화시키지만(무기력 지향), 인터넷으로 인한 감정유발은 공격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반면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작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경향을 만들어낸다.

인터넷 매체가 갖고 있는 두 번째 이데올로기는 '경량화' 즉, 아무리 심각한 주제라도 극히 표면적인 문제만을 가볍게 부각시켜 깊이 있게 숙고해야 할 본질은 바다 밑으로 가라 앉히는 경향이다. 최근의 국가•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상황만 보더라도, 인터넷에서 특히 네티즌의 태도는 깊이 있는 이성적 고찰과 논의 보다는 감정적 경향에 기인한 '좋다, 싫다' 수준에서 머무는 것을 지금껏 지켜보고 있다.

세 번째로 착각을 양산 한다. 가장 큰 착각은 참여의 착각이다. 대가를 거의 치룰 필요가 없는 인터넷에서의 적극적 감정표현을 참여로 착각한다는 뜻이다. 한 소설가는 우리 인터넷 광장을 일컬어 참여의 착각, 동의의 착각, 인지의착각, 평등의 착각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통찰력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말은 오래 전에 '멋진신세계'의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기 이미 언급한 내용을 재확인 했을 뿐이다. 이러한 착각은 앞에서 언급한 이성이 배제된 즉각적인 감정적 경향성, 이로 인해 문제의 표피에만 집중하는 편향과 결합하여 네티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는 또 다른 자기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헉슬리의 언급을 풀어서 옮겨 보겠다. 괄호부분은 필자가 첨가한 말이다.

(인터넷과) 대중매체에서 쏟아지는 온갖 감성적 담론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오염시키며 이성적 담론은 심연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모든 사회적 의사결정은 예전보다 저급한 수준에 머무르기 시작하고 국가와 문화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 앨더스 헉슬리

작금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담론을 보면, 감정적인 대립이 모든 것을 가려서 중요한 현안마다 인터넷이 특정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데, 대부분 감정적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이제, 네티즌의 견해나 의견을 참고하거나 이들과 소통할 때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유발하는 이러한 경향성을 넘어서야 할 시기가 되었다. 자칫하다가는 정치적 담론은 한없이 가벼워진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회적 공공담론은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에 유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이성적 논의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표피적인 감정적 표현만 난무할 수 있다. 이는 네티즌 개개인이 문제이기 보다는 인터넷이라는 개인미디어가 갖고 있는 매체적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과 같은 사회 지도층은 물론 동 시대를 사는 사회인으로서 이러한 미디어의 본질적인 편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올바른 사회적 안목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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