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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선의 인터넷 김밥] 공짜는 없다 – 포인트 카드와 개인정보


 

두어 달 쯤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퇴근 길에 다음날 아침식사 할 빵을 좀 사오라는 메시지였다. 회사 근처에 있는 제법 큰 베이커리에 들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빵을 주워담은 뒤 계산대로 가져갔다. 할인 받기 위해 이동통신 회사의 멥버십 카드도 내밀었다. 무려 삼십 퍼센트 가까이 할인이 되기 때문에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이 정도 할인을 염두에 두면 유명 베이커리에서 사는 것이 동네 빵집보다도 훨씬 유리하다. 맛이나 신선도는 물론 가격도 싸니 일거삼득인 셈이다.

"포인트가 없는데요?"

카운터 점원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던진다. 아뿔싸! 30% 가까운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되다니. 속이 쓰리다.

주춤거리고 있자 점원이 익숙하게 묻는다.

"다른 포인트 카드는 없으신가요?"

혹시 할인 혜택을 받는 다른 방법이 있나 싶어 나는 재빠르게 되물었다.

"또 어떤 카드로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그러자 점원은 뒤에서 줄 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라는 듯이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저희 베이커리 포인트 카드 없으세요?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당장 할인은 되지 않지만 구매포인트가 누적되면 현금처럼 쓰실 수 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점원은 익숙하게 서랍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어 마그네틱 리더에 주욱 긁은 후 거스름돈과 함께 내민다.

"적립 되었습니다."

카드를 받아 들고 오면서 아쉽기는 했지만, 포인트라도 적립되니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카드를 발급하면 신청서에 이것저것 기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뒤에 줄 서있는 사람이 무척 신경 쓰였는데, 예상외로 가입 절차도 없이 적립카드를 주는 것을 보고 꽤 신선하게 생각되었다.

그로부터 3주 정도 지났을까? 친척 집에 가는 길에 조카들이 좋아할 만한 빵을 사러 둘러보다가 포인트 카드를 발급한 곳과 같은 브랜드의 체인점에 들렀다. 물론 기왕이면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다. 계산대에서 포인트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점원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이 카드는 못쓰는 카드인데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몇 주 전에 분명히 사용했던 카드라고 다시 확인해 보시라고 했다. 점원은 재차 확인해 보고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한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 입니다. 다시 하나 만들어 드리죠. 이전 카드는 발급하신 곳에서 한번 확인해 보시고요!"

결국 거스름돈과 또 한 장의 카드를 받아 들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난 후 빵을 사러 처음 포인트 카드를 발급받은 가게에 갈 기회가 있었다. 마침 잘됐다 싶어 점원에게 포인트 카드 문제에 대해 여차여차 물었다. 점원이 내 말을 듣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내 뱉는다.

"그거요? 포인트 카드 받고 2주 안에 웹사이트에 가입하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왜 사전에 안내를 해 주지 않으셨나요?"

괘씸한 생각을 꾸욱 누르고 점잖게 물었다.

"카드 뒤에 써 있어요. 지금이라도 가입하세요"

그걸로 끝이었다. 뒤에 줄 서 있는 사람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이런 일로 실랑이 벌이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아 씁쓸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카드 뒷면을 읽어보니 깨알만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개인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회원은 카드사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빵집의 회원제 마케팅이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든다. 빵집 입장에서야 잃을 게 하나도 없는 지능적인 방법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선 멀쩡하게 서서 웃음거리가 되는 격이다. 포인트 카드를 일단 먼저 제공하고 나중에 개인정보를 등록하면 회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설사 가입하지 않더라도 그 포인트는 사장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낙점(落點) 고객이 꽤 될 성 싶다.

물론 나는 그 제과점의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회사의 목적이 포인트를 통해 재 구매를 유도한다는 관점 이상을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재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가입절차가 필요 없이 구매실적 만을 기록하는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실제로 집 주변 미용실이나 스시집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경우는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런 혜택도 없는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아마 날이 갈수록 이러한 마케팅 경향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회사의 속내는 단순하다.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어떠한 혜택도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주변에서는 업종에 관계없이 우리들의 개인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물론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토록 개인정보에 대한 요구가 지능적이고 집요해 진다는 사실은 우리자 자신에 관한 정보가 그 무엇보다고 가치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포인트 몇 점을 얻으려고 헐값에 넘기는 것은 너무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결코 공짜는 없다.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 yshong@web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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