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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신임 문화부장관에게 거는 기대


 

지난 주 한국 출장 길에서 잠시 들렸던 서점에서 우연히 ‘서편제’ DVD가 눈에 띄어 구입했다. 여기서 판소리를 구성지게 부르던 배우가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이 되었으니 한국도 상당히 혁신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명곤 장관 이전 영화감독 출신 이창동 장관이 있어 최초의 문화예술인 출신은 아니지만 유럽 에서도 현장 문화예술인 출신이 장관직에 오른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세계 최고 문화국가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프랑스에서도 1940년대 드골 정권시절 10년간 문화장관을 지낸 소설가 ‘앙드레 말로’와 1980년대 미테랑 정권에서 12년간 문화부 장관을 지낸 연극인 ‘장크 랑’ 정도이다.

그리스에선 1985년 정치, 경제적 통합이 가속화되어 가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공통의 정체성을 창출 하고 각국의 고유 문화와 가치의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유럽 문화수도’를 제창하였던 유명 여배우 출신의 문화장관 ‘멜리나 메르쿠리’가 기억되고 있다.

얼마전 신임 문화부 장관이 취임 후 문화산업 분야에서 가장 먼저 게임업계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으며 업계는 게임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장 예술인 출신의 문화부 장관 취임에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대를 갖는다.

◆ 한국정부 문화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제언

현 정부 출범 이후 문화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남달랐으며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문화부에서도 문화산업 육성에 대한 열의와 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한국문화산업을 지켜보는 필자는 몇가지 측면에서 한국정부의 문화산업 육성정책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첫째, 어려서부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문화부에서 발표한 ‘문화강국(C-KOREA) 2010’ 육성 전략을 보면 물론 아직 세세한 내용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문화 콘텐츠 육성 전략에서 좀 더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재 육성 전략에서 지역 사회와 대학들과의 제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어려서부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이를 통한 전문 교육으로 연계하는 중장기적인 육성 전략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문화콘텐츠 관련 고등학교가 설립되고 각 대학마다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가 개설되고 있지만 아동 교육부터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교육 환경에선 정부의 문화산업을 위한 인재 육성 전략은 분명 한계가 있다.

문화산업을 주도하는 문화부 입장에서 창의성 있는 교육환경을 주도할 교육부,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과기부, 정보통신을 주도하는 정통부 그리고 e러닝을 주도하고 있는 산자부 등 유관 부처와의 연대를 통해 추진되는 범국가적인 문화산업 인재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문화산업 육성전략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영화가 서유럽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하고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소개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역시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넘겨다 보고 있어 외형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한국 문화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선 성공적인 글로벌 진입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은 아직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력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기술만을 앞세운 콘텐츠로 해외 진출을 이루고자 한다면 많은 노력과 자금, 시간 낭비가 따르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는 정보화는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산업의 기본이 창의성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이런 창의성은 머리에서 나오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만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디지털 정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그 디지털이 아날로그적 사회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디지털 사용자인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우리 생활 전반에 대해 디지털 활용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즉, 순수 문화와 예술에 기초한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산업전략에 바탕을 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전략도 아날로그 시대의 콘텐츠 전략이 탄탄해야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산업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셋째,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순수 문화와 예술의 대중화를 통한 문화복지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순수 예술과 문화가 고르게 발전해야 하고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어떤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은 전반적인 문화산업의 질적 향상이 이뤄져야 한국 문화 산업은 더욱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문화산업의 질적인 향상과 함께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복지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문화선진국에서 펼치고 있는 대중을 위한 문화 축제나 음악제 등을 통해 문화소외계층까지 혜택이 가는 문화복지정책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산업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넷째, 문화 콘텐츠 개발자들의 해외 문화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

대부분의 한국 문화 콘텐츠 개발사들은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자들 스스로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거나 해외문화를 접하지 않은 한 기업에서 이들 개발자들에게 해외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콘텐츠 개발자들의 직접적인 해외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고 의욕만 앞세우고 있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 개발자들의 해외 문화 인식이 제고되지 않는 한 한국 문화 산업의 아시아 시장을 넘어선 글로벌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은 과제다.

문화부 산하기관에서 해외 유명 교육기관과 협력하여 수개월간의 콘텐츠 분야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발자에 대한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보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선 개발 일선에 있는 이들을 위한 해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 되어야 하고 문화부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신임 문화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세계 문화산업 강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랜 동안 순수 문화와 예술 이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아날로그 시대의 순수 문화와 예술의 발전 없이 갑작스럽게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의 탄생은 없다.

결론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문화산업정책 수립은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산업 육성에 기초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시대의 산업화 정책과 대중적인 문화복지정책이 결합한 전략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순수 문화와 예술을 잘 이해하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신임 문화부 장관이 단기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다 기초 튼튼한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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