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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황우석 신드롬과 글로벌 스탠더드


 

지난 며칠 동안 황우석 교수의 난자 기증 문제를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국익이 우선이냐 과학자의 기본인 윤리적 정직성이 우선이냐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이를 보도한 방송국은 국가의 역적(?)으로 몰리고 있으며 대통령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20여 년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이 문제를 보며 한국 내 애국주의가 조금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IT 업계와 관계가 없는 황교수의 연구 분야에 대해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문제는 보다 냉철하게 판단할 사안이다.

국익을 앞세운 애국주의, 알 권리만을 주장하는 미디어의 시각,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인식 부족, 정부의 대응 태도, 모두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내 미디어들이 앞장 서 황우석 신드롬을 만들어 냈고 이를 보고 들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관심은 선진 과학 한국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공계를 졸업해도 고시를 통해 출세하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준 미디어의 역할은 지대하다.

이런 미디어의 황교수 띄우기는 어려운 생활의 국민들에겐 오랜만에 듣는 신명 나는 뉴스거리였으며 너도나도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오랜 해외 생활의 많은 한국계들은 조국으로부터 신바람 나는 뉴스거리에 연신 인터넷을 뒤적거렸을 것 같다.

여기까지는 대한민국에 사는 동포들과 같이 어깨춤을 추고 싶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냉정히 보면 국민 모두가 황우석 신드롬에 너무 취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아이콘 만들기에 조금 더 차분히 지켜 볼 수는 없었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인터넷 문화가 유난히 발단된 한국이다 보니 어떤 이슈에 대해 그 파장 속도는 다른 나라에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이런 문화로 인해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 한국인 것 같다.

여기서 작년 중반 필자가 진행한 한국 유수의 모 MP3 플레이어 업체의 컨설팅에 간단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갑자기 황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MP3 플레이어로 빠지는가 하겠지만 분명 이유가 있다.

당시 한국의 MP3 플레이업계에선 내심 애플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심각하게 보기 시작하던 시기이었지만 아직도 해외 시장의 공략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을 때였다.

이제는 한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MP3 플레이어를 구매할 때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서구 시장은 물론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둔 애플이 한국에선 영 신통치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특성이 달라 시장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해외에선 이것을 한국형 애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기능으로만 따지다면 애플이 한국 제품에 비해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내놓은 결론은 해외 소비자들의 성향이 복잡한 기능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 제품의 디자인으론 세계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으니 해외 소비자들의 디자인 성향에 익숙한 해외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하고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물론 그 회사의 경영진은 필자의 의견이 타당하고 받아 들였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회사 내부 디자이너들의 반발이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디자이너들 입장에서 자기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반감이 생겼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선 제품 디자인 중요성에 대해 매체가 앞장 서서 보도하고 있지만 당시 미디어들은 한국 MP3 업체들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거론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때 이미 애플의 아성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절대적이었으나 이를 알리는 한국 미디어들은 거의 없었다. 물론 애플이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은 있었다.

현재의 애플의 아이폿은 글로벌 MP3플레이어의 아이콘이 되었고 얼마 전 출시된 아이폿 나노 역시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품목에 PSP와 함께 수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에선 애플 아이폿의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하고 있었지만 한국 매체에선 애플 아이폿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로 일관하였다.

필자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단지 MP3 3플레이어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미디어들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소식을 전할 때 다양하고 철저한 검증이나 여과없이 제한된 소스로 받은 소식이나 업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을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여러 IT 분야에서 한국 미디어들은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 국가라고 끊임없이 설명하지만 그 근거가 아직도 IT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황우석 교수의 경우에도 미디어의 평가는 균형을 잃었고 세련되어 보지는 않는다. 결국 미디어에 의해 세뇌된 국민들과 황교수를 이제 그 미디어 중의 하나가 흔들어 놓고 모두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서구에선 국가의 이익을 위한 사안에 대해선 나중에 비판을 받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미디어들이 국익을 우선시한 것이 묵인되어 왔다. 미국의 미디어들이 그렇고 영국의 세계 권위의 경제지가 자국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한국 정부의 금융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지금 세계는 순수한 이념의 글로벌 시대를 염원하는 인간의 희망과 달리 새로운 자국 이익 중심의 우익 성향의 애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글로벌 사회의 오늘의 모습에서 도덕만을 주장하고 자국의 과학자를 윤리적 잣대로만 평가하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황교수의 업적을 시기하고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서구 입장에선 한국을 견제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관련 방송사에선 방송을 강행한 배경을 난자 의혹에 대해 은폐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더 큰문제이고 아무 일 없다고 한국 정부가 넘어간다면 한국 과학의 설 자리가 없으며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줄 문제라고 밝혔고 이 부분에선 동의한다. 매를 스스로 맞는 것이 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진실을 덮고 국익만을 논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사안에 대해 한국 미디어들이 진실을 밝힌다고 하였지만 그런 부분에서 일관되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황 교수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시인을 하던 황교수가 자인을 하던 이미 해외에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미디어들 스스로 순수한 과학자를 영웅으로 만들었고 서구에서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규범인 과학자의 윤리적인 문제를 파헤치며 한국인 모두 피해자와 패자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가뭄에 단비처럼 국가적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번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과연 세계가 수긍하는 정직성을 보여줬느냐 하는 문제점을 안겨줬다.

정부 관계자들은 차라리 초기에 심도있게 조사를 하고 있다는 대외적인 제스처와 함께 사안에 대해 정중동 자세로 당사자, 미디어 관련자들과 좀 더 심사 숙고하는 노련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런 일 없을 것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하다 해외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더 키웠다는 판단이다.

어찌되었던 황우석 교수 문제는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황교수 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훌륭한 연구 업적이 나오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투명하다고 세계가 믿는다면 한국 생명공학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편, 이번 문제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숙제가 한국에 던져졌다. 단지 황교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한국민 모두 공감을 하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글로벌 사회의 일원인 한국에게는 중요한 명제다.

황교수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동서문화에서 비롯된 이해부족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을 본 것 같다. 물론 옳은 말이다. 동서가 기준하는 잣대가 분명 다르다. 그러나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면 서구인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한국이 서구 선진국들을 리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첨단 분야에서 서구사회가 경계를 할만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주목을 받고 있고 서구인들은 그들이 만든 잣대로 끊임없이 평가하려 할 것이다.

매사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욕도 좋지만 글로벌 사회에 같이 협력과 경쟁을 같이 해야 하는 서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인식과 동참은 그들이 한국을 진정한 동반자이며 선진국으로 대접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한국이 발전하면 할수록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예전에 비해 더 많은 글로벌 스탠더드 문제가 발생될 것이다. 말로는 글로벌 사회를 지향하지만 정부와 국민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한 한국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상대들의 더 많은 견제와 질시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미디어 역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국민들과 정부에 다각적인 면에서 보다 솔직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선 미디어의 균형적인 시각과 함께 해외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역시 같이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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