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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유럽 내 한국 지상파 DMB 표준의 현실은


 

한국 지상파 DMB 표준이 유럽 표준으로 정식 채택돼 관련 업계가 매우 고무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 국내 방송 기술의 국제 표준화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둘 수 있으며 다른 IT 분야에도 국제 표준화 추진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국내 기사가 쏟아져 나온바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지상파 DMB 표준의 유럽 표준화 채택이 확실시된다고 하던 기사가 나온 직후 노키아가 주도하는 DVB-H에 밀려 유럽 시장 내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유럽의 상황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 유럽 내 한국 지상파 DMB표준의 현실은?

아직 상용화가 시작되지 않은 시범 서비스 단계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고 한국 지상파 DMB 표준이 유럽 표준화로 채택됐다 해도 이미 35개국 250여 업체 혹은 기관과 DVB-H를 공동 연구 개발하며 한발 앞서 가고 있는 노키아 진영과 힘든 경쟁을 벌어야 한다.

처음부터 한국 지상파 DMB 표준이 유럽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한국측에서 예상하였다면 유럽에 대한기대치가 너무 높았으며 앞선 기술만 생각했지 유럽 주변 상황을 간과했다는 생각이다.

유럽만이 아닌 대부분의 경제 대국은 특히 통신 정책에선 상당히 보수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물며 이동통신 산업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향후 유럽에서 디지털 오디오 방송의 주축의 하나가 될 모바일 TV 분야를 한국측이 주도하도록 순순히 개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물론 삼성전자나 LG측에선 독일 바바리아(Bavaria)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고 프랑스 리용(Lyon) 지역에서 한국 DMB 표준이 시범 서비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 유럽에서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부디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상용화까지 이뤄내길 기대한다.

그러나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측 기대와는 달리 유럽 각국 정부의 디지털 오디오 방송 분야의 정책은 분명 노키아 주도 표준인 DVB-H 단독 서비스 혹은 DVB-H와 DMB 표준 두 가지를 다 테스트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퀄컴의 FLO가 유럽 내에서 경쟁적인 위치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 디지털 방송 정책을 주관하는 CSA는 현재 프랑스는 노키아의 지원을 받아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DMB표준도 상성전자와 LG의 지원을 받아 방송 채널 TF1과 Bouygues 텔레콤을 통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프랑스 남부에서 시범 서비스를 곧 시작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스페인은 이동통신사 Telefonica Moviles가 9월에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노키아 표준인 DVB-H를 6개월간 시범 서비스할 것으로 발표하였다. 5백명의 테스트들이 Nokia 7710을 통해 TVE, Antena 3, Telecinco, Telemadrid 등 스페인 주요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받아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3월 시작된 Bavaria 지역의 DMB 시범 서비스만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지난해 6월부터 보다폰 독일이 12주간 베를린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노키아 7700, 필립스 HoTMAN2를 통해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또한 함부르그, 브레멘 등 독일 북부 5개주는 2006년 월드컵 기간 동안 DVB-H 시범 서비스를 하고 2007년 상용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Halle/Leipzig 등 중부 독일 지역인 금년 12월 5일부터 DVB-T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독일 T-mobile의 경우 한국 DMB 표준만이 아닌 노키아 DVB 표준에 대한 테스트도 병행하고 있어 다가오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전후로 한국의 기대처럼 DMB 표준만이 정식 서비스에 들어 갈 것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보다폰 사용자들은 이미 3G 휴대폰을 통해 ‘Vodafone live!’ 서비스에서 독일 인기 TV 프로그램인 “TV Total” 혹은 “Rent a Pocher” 등의 하이라이트 내용을 받아 볼 수 있다. 또한 독일 최대 미디어 그룹인 RTL과 함께 DVB-H에 대한 테스트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KPN, Digitenne, Nosema, TNO 등 통신기업들이 7월7일부터 DVB-H 표준을 통해 디지털 TV와 라디오 방송을 모바일에 시범적으로 서비스하고 2006년 하반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해 1월 DVB-T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아직 모바일 TV분야에 대한 시범 서비스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DVB-H 서비스가 유력시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9월 O2와 ntl Broadcast 후신인 Arqiva가 옥스포드 지역에서 DVB-H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350명의 O2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시범 서비스는 BskyB, Discovery Networks Europe, Sports international, CNN, Cartoon Network 등 6개월 동안 16개 채널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앞선 예를 보아서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한국 DMB 표준을 시범 서비스로 채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현황은 노키아 DVB-H가 한발 앞서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 기술의 세계 표준화 채택을 위한 두 가지 교훈

필자는 유럽 디지털 오디오 방송 분야의 표준화 채택과 관련해서 한국에서 두가지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 기술 표준화가 국제 표준화를 이룩한 것은 대단한 일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없다. 뛰어난 기술 이외에 시장 공학적인 면에서 현지와 잘 접목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유럽 표준화 경우 우선 노키아가 갖고 있는 유럽 내에서의 위상을 간과한 부분도 있고 유럽 표준화를 시도하기에 앞서 현지에 우군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유럽 표준화 채택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이미 노키아는 현지 주요 이동통신사, 방송사들과 시범 서비스를 확정해가고 있었다.

둘째, 국제 기술 표준화를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해외 파트너들과 초기부터 협력해 가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4G 분야에서 해외 유수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삼성전자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과 더불어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술의 표준화 작업에 필요한 정답이다. 지난1월 5일자 필자의 칼럼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한국 단독으로 세계 기술 표준화를 이룩하려고 하기 보다는 메이저 기업들과 제휴하여 상용화를 통한 이익의 공유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예전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한국 IT 기술의 세계 표준화 성과가 계속 나오길 기대하면서 이제는 기술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선 한국 정부나 기업은 글로벌 시장과 더불어 가는 보다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두 마리 토끼를……

유럽이나 미국에서 모바일 TV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비자 조사에도 불구하고 Vodafone 등 메이저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TV 서비스가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될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아 상용화 계획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모바일 TV의 2006년 하반기 상용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통신업체들도 있으나 지금까지의 이동통신사들의 준비 상황으로 보아서는 유럽의 DVB-H 상용화는 2007년 정도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유럽 DMB 표준화 채택과 별도로 DVB-H에 대해 국내에서도 개발의 필요성이 조성되고 있다. 정통부에서도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다. 물론 지난해 DMB인가 DVB-H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결정되었던 정부의 DMB 전략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다.

DMB를 주도하였던 메이저기업들이 DVB-H에 대한 기술력까지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측은 중소 벤처 기업의 DVB-H 단말기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을 하루빨리 내놓은 것이 현명한 일이다.

앞선 예상과 같이 2007년 DVB-H 표준의 유럽 상용화를 가정한다면 중소기업들이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서라도 DVB-H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면 한국 IT 기술력을 감안할 경우 유럽 DVB-H 단말기 제조 업체의 기술력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DVB-H에 대한 연구가 정부의 DMB 전략에 밀려 계속 지체된다면 현재 유럽 분위기로 보아 초기 모바일 TV 시장에서 일부 메이저를 제외하곤 DVB-H에 대한 연구가 미약한 한국 중소 핸드폰 업체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유럽 DMB 표준화 채택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고 90년대 중반 CDMA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TDMA 방식의 GSM을 선택할 것인가 찬반양론이 팽팽하던 상황이 불연듯 생각이 났다.

당시 한국이 GSM에 대해서도 관심을 일찍이 기울였다면 지금과 같이 노키아가 독주하는 유럽 시장 상황은 다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유럽 모바일 TV 시장 역시 정부에서 한국 DMB 표준화에만 올인 한다면 자칫 예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정통부 내부에서 DVB-H에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고 예전 상황의 재연에 대한 염려는 한낱 기우이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의 모바일 TV 단말기 수출 전략 부분에선 DMB이던 DVB-H이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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