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한국 게임산업 미래, 밝아보이지 않는다 (3)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수백을 넘는다고 하면 해외 업계 관계자들은 믿기지 않는단다. 그렇게 많은 개발사가 살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요즈음 글로벌 모바일 게임 업계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나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메이저 업체들 중 직접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메이저 SP들과 제휴하여 중국 시장에 진입한 업체가 갈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 모바일 게임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뛰어다닌지 3년이 넘어선다. 뒤 돌아보면 성공적인 모습 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곰곰이 짚어봐야 할 것이다.

◆ 열악한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 환경

우선 한국 시장 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영세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경영차원 에서 수익창출 우선 정책의 이동통신사들이 선호하는 한국형 게임을 개발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뛰어난 창의성 게임 개발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 이런 문제는 다 인식하고 있다.

수년간 발전하는 듯하던 모바일 게임 업계가 정체 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이동통신사가 콘텐츠 퍼블리싱 사업에 직접 뛰어든다고 하니 자금력 부족하고 개발과 능력 부족의 개발 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 보인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소규모 업체들에게 개발 연구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무리였을지 모르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하면서 현지 콘텐츠 특성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서둘러 한국형 게임을 진출시키려 했고 오히려 이제는 한국 게임은 이질적이라는 인상만 남겨 둔 모양새가 되었다.

시장 선점의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전 시장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해외시장 개척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기업이 해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다고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출하고자 하는 현지 시장 정보 수집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유럽과 한국에서 출시되는 모바일폰들의 게임 최적화 부분에서도 국내 개발사들은 유럽 기업들에게 비해 유리하지 못하다. 물론 양측의 개발 환경 차이도 있겠지만 한국내 모바일폰이 유럽에서 출시된 모바일폰에 비해 게임에 대한 최적화가 떨어진다는 것은 개발자들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유럽 시장 진출하려던 초기에 한국 플랫폼 환경에서 개발되었던 콘텐츠를 다시 유럽 시장 환경의 게임으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즉, 콘텐츠 하나를 갖고 두 개의 버전을 제작 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갖고 있었다. 이런 유사한 문제는 다른 IT 분야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 콘텐츠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 국내 이동통신사 영업 정책

유럽 이동통신사 게임 담당자들은 한국 게임의 채택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소를 이야기한다. 그래픽 수준의 향상, 단순하고 중독성 높은 게임성,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게임 그리고 오리지널 게임이다. 오리지널 게임이라는 것은 원작이라고 이해될 수도 있지만 창의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게임산업에서는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라이플 싸이클이 짧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에 최근의 게임 콘텐츠 경향은 더욱 창의성이 요구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 창의성이란 단순한 아이디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개발 전략, 화면 연출, 게임 알고리즘, 게임 기획과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가 요구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발사들은 창의성이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들은 기술적 지원, 상업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익 창출이 시급한 중소 개발사들은 창의성 게임을 개발하기보단 유명 게임이나 수익이 잘 나온다는 게임들을 약간 변형한 게임들을 개발하고 이런 유사한 게임성의 한국 게임들을 소개 받은 해외 유통사들이 한국 모바일 게임의 창의성 부족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창의성 높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지 못한 배경에는 이동통신사의 수익창출 위주의 정책도 분명 한 몫을 했다. 물론 이동통신사에서는 자체 테스터를 통해 게임의 질을 평가하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들이 창의성 있는 게임 발굴할 수 있는 게임 전문가들인지 의문을 갖는 외부 시각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한국 게임만으로 예전의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고 보고 해외 유명 개발사들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관련 개발사를 통해 한국 현지화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필자도 이 부분에서 이동통신사들을 지원한 바 있다.

해외 모바일 콘텐츠들의 한국 시장 진입은 이에 자극 받은 국내 기업들의 선의의 경쟁심도 유발하고 해외 콘텐츠들의 경향도 분석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참고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한국 콘텐츠 다양성과 개발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국내 모바일 콘텐츠의 근본적인 질적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 이동통신사가 직접 해외 콘텐츠를 받아 들이고 콘텐츠 산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공급 할지 모르겠다. 이동통신사의 의지로만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고 활성화되길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현재의 모바일 게임 업계의 총체적 난국에 대해 이동통신사가 공동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국내 콘텐츠 업계 주도에만 열중하고 전반적인 모바일 게임 개발 수준 향상에 일조하겠다는 동료 의식이 없다면 한국 모바일 게임 콘텐츠 업계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 모바일 콘텐츠 해외 진출에 보다 근본적인 정부 대책 필요하다

수개월전 필자의 다른 칼럼에서 한국 정부의 IT와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다수의 지원 기관에서 모바일 콘텐츠를 앞다퉈 지원하겠다고 할 정도로 시장 성숙되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해외 정부 기관이나 업계에서 벤치마킹의 최우선 순위에 오를 정도로 한국 정부 기관들의 업체 지원은 다양하고 적극적이다. 모바일 콘텐츠 테스트 베드, 해외 수출 지원 사업, 해외 마케팅 대행 사업, 해외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 사업도 다양하다.

필자가 항시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모바일 게임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어려움은 유통이 아닌 개발에 문제가 있다. 콘텐츠의 질적 수준보다는 현지 콘텐츠 특성들과 이질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부에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되었어야 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업체의 개발 능력 향상에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는 없겠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적어도 산하 기관에서는 준비하고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을 한 기업의 지원 정책의 방향과 완급을 조절하여야 한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의 어려움은 한국 내부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기업 경쟁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국내 시장의 주축인 이동통신사의 정책을 쫓던 국내개발사들은 창의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고 정부는 근본적인 업계의 경쟁력 부족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

그 동안 한국 모바일 콘텐츠가 해외 콘텐츠 특성과 어떻게 다른지, 또한 기업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칼럼과 발간한 책자와 시장 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이에 대해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이런 가운데 전체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갖춰야 할 몇 가지 현안이 있다.

첫째, 해외 진출을 위해선 개발사들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

현재 한국 업체들의 인원수나 조직 등은 물론 개발비 확보나 예산상의 규모 수준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힘겹다. 물론 회사 규모가 커야만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를 펼치는 서구 업체들의 움직임을 볼 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3년부터 브랜드 게임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더니 현재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콘텐츠 중 최대 50%선까지 브랜드 게임이 장악하고 있다. 결국 유명 콘텐츠를 라이센싱할 만한 자금력이 없는 업체들은 상위권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세계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EA는 금년 20여개의 모바일 게임 타이틀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고 Activision, THQ 등은 그들의 타 플랫폼 게임의 모바일 버전 개발과 라이센싱에 열중하고 있다.

Gameloft는 지속적으로 브랜드 게임을 출시하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였다. i-Play는 글로벌 최대 콘텐츠 라이센싱 업체인 Marvel과 브랜드 모바일 콘텐츠 계약을 맺었다. Jamdat은 새로 라이센싱한 Tetris를 갖고 한국 업체와 만만치 않은 금액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외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 콘텐츠 개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브랜드 콘텐츠가 없다면 뛰어난 창의성 게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창의성 게임 개발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 게임으로 인해 창의성 게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전세계적으로 게임 개발 비용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게임 역시 수준 높은 창의력 게임 개발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해 글로벌 경쟁은 소규모 기업들의 역량으론 힘겨운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 엔텔리전트와 넥슨의 합병은 주목 받을 만하다. 또한 NCsoft와 관련된 움직임 등 이런 업계의 합병은 양측의 장점만 살릴 수 있다면 적극 권장할 만한 일이다. 또한 해외 업체와의 합병이나 인수 제의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국내 메이저 퍼블리셔 탄생이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국제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한국 기업은 한,두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나름대로 애그리게이터 역할을 하는 기업도 있지만 개발력을 보유하고 현지 이동통신사와 직접적인 대화 창구가 있는 메이저 퍼블리셔가 탄생해야 하며 현재 가능한 후보가 누구인지 업계는 잘 알고 있다.

정부 모 기관에서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육성 관련 사업을 펼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의지와 관계 없이 업계 스스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할 정도의 퍼블리셔 탄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물론 경쟁 업체의 입장에 따라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하는 메이저 퍼블리셔가 탄생해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로 글로벌 시장을 위한 브랜드 게임과 경쟁력 뛰어난 창의성 게임 개발도 가능하다. 보수적인 투자가들을 모바일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할 방안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함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선두기업을 통한 물꼬가 터진다면 제2, 제3의 메이저 퍼블리셔가 탄생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메이저 게임 퍼블리셔의 탄생은 전체 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셋째, 개발사들은 해외 사업을 위해 뚜렷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2004년에서 2005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거대 자본이 유럽 주요 개발사들을 합병하고 북미와 유럽 시장 내 메이저 유통 채널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들은 다시 이런 제휴를 아시아로 펼치기 시작하였으며 늦어도 2006년 상반기안에 아시아 네트웍을 마무리 지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필자가 한국에서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한국 모바일 개발사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몇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즉,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 네트웍에 합류해서 그들과 같은 일원이 되거나, 순수한 아시아 메이저 퍼블리셔가 되거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한 개발 스튜디오로 남거나, 한국 시장에 전력 투구하는 선택의 길이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위와 같은 명확한 그들의 미래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어설프고 막연히 해외진출을 꾀하고자 한다면 돈, 시간, 노력의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모바일 게임 콘텐츠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메이저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으로 몰려오고 중국 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한국 개발사들의 경쟁력은 계속 답보 상태로 남아 있다면 한국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글로벌 진출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당연히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고 정부기관은 업계의 문제점을 직시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전시성 해외사업이나 해외 바이어 초청해서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사업 정도에 머무르며 안일하게 업계 현실에 대처한다면 게임 강국의 실현은 요원한 목표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3편에 걸쳐 한국 게임산업이 안고 있는 현실을 서술하였다. 물론 완벽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필자가 제시한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수차례 지적해온 것이다.

한국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은 열성적이고 다른 나라에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부 기업과 지역을 제외하곤 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해외 실적은 솔직히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 같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는 기업의 몫이다.

필자의 생각은 정부의 전시성 해외 지원 사업은 재고되거나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업계의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 솔직하고 냉정하게 한국 게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분석해야 한다. 이것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진출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장의 시각에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가 업계와 같이 연구하고 보완해 나가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한국 게임산업 미래, 밝아보이지 않는다 (3)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