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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한국 게임산업 미래, 밝아보이지 않는다(1)


 

게임강국을 지향하는 한국게임산업의 미래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온 일이고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나온 바 있지만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시장 중심에서 한국 게임산업을 진단할 시기가 되었다.

온라인 게임(1부)과 모바일, 콘솔 게임(2부) 등을 중심으로 한국게임산업의 문제점을 서술하고자 한다.

한국 게임산업의 문제점은 어느 특정 플랫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으로 판단된다. 즉 온라인 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글로벌 시장의 동향과 다르게 너무 한국적 환경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한마디로 개발작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비해 역사가 짧고 그 동안 게임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지난 수년 동안의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정책도 많은 국가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E3 기간 동안 유럽, 북미 등 이른바 게임 선진국지역의 게임관련 협회와 지원기관들간의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 정책은 이구동성으로 칭찬과 함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물론 게임 선진국들은 이미 기업들 스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이 많이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일부만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 업계나 정부가 초점을 맞춰온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현재 글로벌 게임업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에 외견상 한국 게임산업의 지나온 행보는 적절한 것이었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볼 때 칭찬받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 한국 PC 온라인 게임의 집중 육성은 올바른 방향인가?

지난 수년 동안 한국 게임산업은 PC 온라인 게임으로 대변되어 왔다. 아시아 시장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에 대해선 서구 업계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게임시장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주요 사례로 올려 놓고 있다.

잠재력 높은 중국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서구인들에게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임 강국인 영국이나 프랑스 정부, OECD 보고서에 한국 게임에 대해 벤치마킹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해외의 긍정적인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시각에 반해 스스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런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좀더 직설적인 표현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밝은 미래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외견상 성공적인 온라인 게임산업인 것 같지만 내부적으론 결과가 그렇지 못하다.

엔씨소프트가 런칭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대부분의 게임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물론 본사가 한국에 있는 엔씨소프트가 인수한 게임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게임을 국내 게임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은 차기작 개발이 여의치 않고 기존 시장에서도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두고 한국 온라인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온라인 게임 활성화의 조짐이 서서히 보이고 있고 이런 유럽에서 연초만 해도 엔씨소프트의 ‘City Of Heroes’가 현지 게임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하였지만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듯하다. 오히려 'Guild War'에 대한 소식이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5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는 월드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는 유럽 출시 24시간 만에 28만 카피가 판매되었을 정도로 성공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출시된 대부분의 한국 개발 게임들은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수년간 E3 등 전시회에 출품해 제대로 성과를 이룬 온라인 게임 회사들의 성공담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한국의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 투자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글로벌 선진 시장의 주류인 콘솔 게임이 아닌 PC에 너무 치중되다 보니 아시아 시장을 넘어 이른바 선진 게임시장이라는 서구시장에 제대로 진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게임 업체들 역시 온라인 게임이 대세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PC 보다는 콘솔 온라인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콘솔 온라인 게임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6년까지 약 1억2천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콘솔 게임기 시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콘솔 온라인 게임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고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 필자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PC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이야기를 글은 물론 세미나에서 거론하며 다양한 플랫폼 개발을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콘솔 플랫폼 회사의 전략과 한국 개발사 들의 견해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었다.

결론적으로 지난 수년간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PC 온라인 게임들의 중국시장 진출이 한참 활성화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PC 온라인 게임의 이니셔티브 장악이라는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췄고 글로벌 메이저 퍼블리셔들에 의해 주도되는 콘솔 게임시장에 대한 전략의 준비성이 부족하였다고 생각된다.

◆중화권 온라인 게임의 도전

5월 23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례적으로 ‘World of Warcraft’ 개발사인 블리자드 대표의 글을 실었으며 특히 중국 시장에서 다른 서구 업계에서 이루지 못한 중국 내 성공 가능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고 중국 시장에 대한 설명만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느덧 아시아 온라인 게임시장의 중심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 온라인 게임시장을 설명할 때 주제가 한국이 아닌 중국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의 자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보호 정책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중국 개발사들이 자체 개발한 게임들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게임에 비해 대중적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소니 온라인이 대만의 감마니아와의 제휴와 현지화 개발을 통해 중화권 공략을 시동하였으며 중국과 대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시장 점유율 감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선 2003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한국게임의 점유율이 50%대 이하로 떨어지고 중국 개발 게임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물론 아시아 타 지역에서 진출 가능성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중국의 개발과 기획 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게임 성향에 대해 한국 개발사들보다는 훨씬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감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듯 하다.

한국 게임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켜 나스닥에 상장한 샨다의 경우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서구 온라인 게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샨다는 나스닥 상장 후 미국 게임 엔진 회사를 인수하고 그곳의 미국 엔지니어를 중국으로 대거 현지 근무시키는 등 만만치 않은 글로벌 경영전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와 제휴하였고 또한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를 IPTV에 런칭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 보다 파격적이고 글로벌 기업 못지 않은 경영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자본력을 앞세운 샨다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또한 해외 대작 게임들이 한국 시장을 징검다리로 하여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엿보이고 있어 이래저래 한국 진출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불어오는 파고가 결코 만만치 않다.

국내 업계에선 WOW가 현재 한국에서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의던 타의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이 떨어지고 아시아를 넘어 서구 시장에선 기존의 게임성으로 현지 게이머 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높은 메이저 개발사들의 해외 대작들에 밀리는 등 한국 게임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시급

온라인 게임 해외 진출의 당면 과제는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라 할 수 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 지역 진출은 지금 당장보단 중장기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하는 지역이다. 분명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세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향후 몇 년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다.

또한 앞선 이야기처럼 최근 유럽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계나 소비자 입장에선 한국 게임에 대한 흡인력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시장 상황은 예전에 비해 많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이미 유럽의 몇몇 온라인 게임 관련 기업들이 한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중에는 온라인 게임 개발에 실패하고 와신상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전력을 가다듬고 한국 게임의 서구시장 퍼블리싱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 기업은 퍼블리싱만이 아닌 한국게임으로부터 그들의 실패요인을 찾아 다시 온라인 게임 개발을 준비하려는 의도가 있다. 몇몇 한국 업체들이 이들의 제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은 중국의 예처럼 서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부메랑 효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유럽은 한국에 비해 온라인 게임 개발 기술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유럽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은 서두르지 말고 퍼블리싱 하겠다는 기업의 전략과 면모를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한국 게임을 런칭하기 위해선 개발사보다는 포털 사이트나 게임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대형 ISP나 포털 사이트가 바람직하다. 이들 온라인 게임 서비스 회사는 개발에 대한 미래 경쟁 요소가 없고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개발사에 비해서는 뛰어나다.

시장 다변화도 아주 중요하지만 현지 게이머들의 성향을 한국 기업들보다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서구 게임업체들의 제휴를 무턱대고 발아들이지 말고 여러 상황을 미리 예견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는 분명 말이나 글처럼 간단한 주제는 아니다. 대작게임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서구 개발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게임성의 경쟁력만이 아닌 비즈니스 환경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어느 메이저 개발사 경영자가 PC 온라인 게임 환경이 성숙치 않은 해외 시장 상황에서 게임기가 아닌 PC로 모든 것을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글로벌 메이저 퍼블리셔들의 전략과 서구 게이머들의 성향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에 의해 콘솔과 PC간의 컨버전스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비디오 게임시장에 진입하기 보다 쉬운 환경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글로벌 퍼블리셔들은 오히려 그들의 콘솔게임이 PC상으로 옮겨져 온라인 게임마저 그들이 장악하려는 의도가 더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서구 게이머들은 대작 게임에 중독이 되어가고 결국 이런 소비자 성향에 부응하지 못하는 개발사들은 도태되고 자본력 튼튼한 메이저 퍼블리셔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적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 글로벌 게임 시장의 현주소다.

메이저 퍼블리셔들도 이런 대형화 현상에 적응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합병이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본의 반다이와 남코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 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대형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선호하는 게임성이 다른 서구 게이머들의 경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개발사 전략과 어떻게 융합이 가능한지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할 수 있는 게임 성향은 하드코어 게임보다는 캐주얼 게임이 보다 용이할 것이다.

현재 추세는 서구 온라인 게임 서비스 회사들 역시 시장이 한정적인 하드코어 게임보다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E3에서도 캐주얼 게임 성향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분명히 들어났다고 보인다.

이런 세계적 동향에 한국의 개발사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제 정부나 기업이나 게임산업 전반적인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경쟁력으론 선진 게임시장으로 진입에 분명 어려움이 있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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