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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국가적 디지털 콘텐츠 종합로드맵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에서 콘텐츠 산업 관련 분야의 여러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한국에서 생각하는 콘텐츠 산업 범위가 일부 분야에 치우쳐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 음악, 게임 등은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등 얼핏 보기에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적인 한국의 콘텐츠 산업 전략이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나서고 몇몇 부처가 콘텐츠 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매체에서도 콘텐츠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 보다 한국이 더 의욕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이 새로운 정보화 환경에 너무 치우쳐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정부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콘텐츠 산업 정책을 강조하고 있고 기업들 역시 아날로그 시대의 탄탄한 문화적 기초의 필요성을 등한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2년 전 정부 산하기관의 해외 디지털 콘텐츠 시장조사 연구에 참여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관련 자료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바 있다. 또한 정부 산하기관 스스로도 해외 선진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조사를 수행하면서도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과연 문화 선진국이라는 이들이 콘텐츠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있는가 하는 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한국의 감성공학 전문가인 이 구형 박사의 저서 '디지털 제대로 이해하기'에서 어느 정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정보기술 없이도 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 아날로그적인 사회 인프라가 잘 발달,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 기술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반면 후진국에서는 정보화를 추진할 만한 콘텐츠가 없어 정보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문화선진국에서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이미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 산업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어 디지털이라는 매개체의 중요성을 한국보다 덜 인식하고 있어 이에 관련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 문화 선진국들이 정보화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나름대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오면서 아직도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수립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들 선진국보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시기적으로 한발 앞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려는 것이며 온나라가 디지털화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IT 인프라 최강국인 한국 입장에서 문화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 발전을 이룩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는 것은 미래 지향적인 시각이라고 분명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보는 한국의 콘텐츠 전략은 좀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콘텐츠 산업은 앞서 말한 한류 문화의 중심인 일부 산업뿐만 아니라 보다 폭 넓은 의미에서 인간이 아날로그 시대에서 글, 그림, 영상,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디지털 콘텐츠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부 부처에 따라 문화 콘텐츠, 디지털 콘텐츠라고 표현은 달리 하지만 목표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콘텐츠 산업의 가장 기본이 창의성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창의성은 머리에서 나오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만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성에 기초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기술력에 바탕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감성공학 전문가 이구형 박사는 ‘디지털 산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정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디지털 사용자인 사람과 사회, 디지털에 의해 변화될 경제, 문화, 교육 정치 등과 같은 우리 생활 전반에 대해 디지털 활용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산업화가 늦었기 때문에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인 정보화에서 앞서가는 한국의 모습은 후진국들에게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의 콘텐츠와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없는 정보화는 모래 위의 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분야에서 정책을 수립, 실천하고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모든 관계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술은 분명 정보화로 가고 있지만 이것을 응용하여 산업화시켜 나가려는 단계에서 정책 당국이나 기업은 아직도 기술을 앞세운 산업화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즉, 아날로그 시대의 콘텐츠 산업 전략에 바탕을 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전략도 아날로그 시대의 콘텐츠 전략이 탄탄해야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산업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캐릭터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작업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스토리는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유희와 창조의 공간에서 탄생한 것이다. 또한 음악 콘텐츠는 그 자체의 중요성은 물론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를 더욱 빛을 발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아날로그 시대의 창의력이 바탕이 되는 순수 문화, 예술의 발전 없이 갑작스럽게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의 탄생은 없다.

지금 한국의 관련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고 상호 협력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두 부처의 논의로 우리 다음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갈 디지털 콘텐츠 전략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각 부처간의 특성을 감안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은 분명 수립되어 있겠지만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고 종합적인 전략보다는 유사한 시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엇박자 나는 디지털 콘텐츠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더 많다.

지금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정책에 문화부, 정통부 두 부처뿐만이 아니라 현재 e커머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산자부, 한국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부, 과학기술의 상위 부처인 과기부 등 관계 부처 모두 나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디지털 콘텐츠 전략 로드 맵’이 준비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콘텐츠 정책 수립의 근간은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 산업의 육성에 기초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시대의 산업화 정책이 결합한 전략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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