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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유럽 IT 재발견] 아이팟(iPod) 현상과 디자인


 

애플이 플래쉬 메모리형 MP3 플레이어 ‘iPod Shuffle’을 선보이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애플 iPod의 인기가 높지 않은 한국에서는 디스플레이어도 없는, 별로 주목 받지 못할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상당수이지만 디자인은 역시 애플이라는 소감도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는 현재 글로벌 MP3 플레이어 시장은 판매 대수에서는 플래쉬 메모리 플레이어 시장이 하드 드라이브 플레이어의 3배 규모이나 매출 부분에서는 거의 비슷한 23억~25억 달러시장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중 iPod은 하드 드라이브 플레이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iPod은 2001년 10월 첫 출시 이래 천만 대 이상 판매되었고 2004년 4/4분기에만 450만대가 판매 되었으며 12월 한 달에 2백만 대가 출시되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각 소매점의 재고가 바닥이 날 정도로 서구 시장에서 iPod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iPod Shuffle은 구 모델?

이번에 출시된 iPod Shuffle에 대해 경쟁자인 Creative에서는 4년 전 그들의 1세대 제품인MuVo One 과 전혀 다를 것 없는 5세대 정도 뒤떨어진 모델이라며 가장 싼 중국 제품도 FM 기능은 달려 있다면서 업계에서 웃을 정도라고 애플의 새로운 모델에 혹평을 서슴지 않고 있다.

당연히 기능적으로 다양하고 많이 앞서가는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iPod Shuffle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한 Shuffle 기능 하나만을 갖고 있는 예전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시장에선 일단 iPod Shuffle이 당분간 성공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 최대 증권 회사인 Merrill Lynch는 iPod Shuffle이 금년 1/4분기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5%인 30만대의 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2주전 샌프란스코에서 열린 Macworld Expo에서 iPod Shuffle은 판매 시작 4시간 만에 2만대가 팔렸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으나 이것은 전화 주문까지 포함한 것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2천대 정도 가 판매된 것으로 다시 정정 보도되기도 하였다.

여하튼 한국에서의 냉담한 반응에 비해 iPod Shuffle은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MP3 플레이어 사용자 들에게는 주요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당연히 기능성에서는 떨어지지만 512M, 1G라는 플레쉬 메모리 플레이어치고는 용량이 크고 가벼워서 운동하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유럽에서 iPod Shuffle은 이번 주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필자도 런던 시내 리젠트 거리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서 iPod Shuffle을 보았다. 점원에게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들으면서 디스플레이어가 없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점원은 운동하면서 가볍게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설명이다.

그런데 점원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애플은 혹시 이 신제품을 저렴한 플래쉬 메모리 시장 공략이 주목적이 아니고 이미 iPod의 매력에 빠져 있는 고객층에게 다양한 기능보다는 운동 등을 하면서 가볍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캐쥬얼 모델 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뜩 든다.

그런 면에서는 일반적인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 가격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512M 모델이 약 90 유로 정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가의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이겠지만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이고 캐주얼 모델로 갖기에는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는 가격인 것 같다.

정장 차림에 하는 시계와 달리 캐쥬얼용 시계 같은 개념으로 저렴한 가격에 단순 기능의 플래쉬 메모리 타입을 출시하였다면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iriver나 Creative 같은 선두 제품을 능가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진입에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성공 가능성은 서구 소비자들 성향을 감안한 판단이다. 매체 등에 나오는 제품 평가에 보면 한국의 몇몇 MP3플레이어에 대해 성능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상위 제품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평가 마지막에서 그 다양한 기능을 다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끝말이 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구의 소비자들은 의외로 디지털 기기들의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아시아권의 소비자들보다 떨어질 수 있다. 다른 표현으론 복잡한 기능의 제품에 대해 머리 써가며 기능을 익히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이 든 소비자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는 인터넷 문화를 10대 청소년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인 20-30대가 인터넷 문화의 주도층이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도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청년과 장년층이 주도를 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사회적으로 서구의 10대들은 한국의 같은 또래들에 비해 용돈 규모가 적고 비교적 검소하게 살아가는 그들 부모의 영향을 받아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스럽게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인터넷 문화의 주도층인 20-30대에게 플래쉬 메모리 MP3 플레이어보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하드 드라이브 모델의 애플 iPod이 당연히 관심이 가게 된 것이다. 그들은 뛰어난 기능보다 다양한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의 하드 드라이브 모델인 iPod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iPod 현상

한국 업체들에 비해 후발자인 Apple iPod이 업계 선두로 나선 이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Cool’한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애플의 브랜드 인지도, 대용량의 하드 드라이브 모델,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iTunes와 연계된 판매 그리고 디자인 전략이다.

20G, 40G, 60G, 80G 등 대용량의 초기 모델은 서구인 신체 사이즈 기준으로도 작은 모델은 아니었다. 그러나 4GB 마이크로 하드 드라이브 모델인 iPod Mini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출시하면서 iPod의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iPod Shuffle이 iPod Mini에 견줄만한 제품은 아니라고 본다.

4GB iPod Mini가 큰 성공을 거두자 경쟁사들은 비슷한 용량의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였다. 한국의 iriver H10 5GB는 물론 Creative의 Zen Micro 5GB, Rio Garbon 5GB 등이 대표적인 예다. iPod Mini와 다른 디자인이지만, 조금 더 작거나 얇으며 배터리 수명이나 용량을 조금 더 크게 하는 모델들이다.

그러나 필자는 과연 이런 전략으로 하드 드라이브 플레이어 부문에서 애플 iPod을 앞서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많은 경쟁자들이 iPod의 미국과 유럽 시장 내 성공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애플이 만들고 있는 ‘iPod현상’을 깊이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iPod 매니아 탄생, 새로운 음악 트렌드, 타도 애플을 외치는 경쟁사들의 동향 그리고 애플의 다른 제품의 매출 증가까지 이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구의 인터넷 주도층인 청장년층이 선호하는 애플 디자인은 iPod에 매료된 매니아를 주축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했고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음악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요일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애플 스토어는 필자의 유럽 수십 년 생황에서 거의 처음 보는 광경이다. 마치 예전 어린이들이 열광하던 포켓몬을 연상케 하는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까……

또한 경쟁사들의 노골적으로 애플을 겨냥한 광고 그리고 너도 나도 애플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MP3 플레이어 시장의 뜨거운 경쟁 역시 iPod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애플의 iPod은 이미 오래 전에 Macintosh 컴퓨터의 연간 매출 대수를 넘어섰으며 Apple의 브랜드를 다시 인식시켜 주고 있다. Apple Mac에 대해 잊혀가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Apple 컴퓨터의 기억을 다시 일깨워주면서 Mac 매출 증가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d 현상은 디자인에서 출발

필자는 이런 모든 ‘iPod 현상’은 디자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iPod의 성공을 견제하는 경쟁사들이 유사한 대용량의 하드 드라이브 모델 전략을 내놓자 애플은 기본 모델의 디자인과 용량을 축소하고 저렴한 가격의 Mini 4GB를 출시함으로써 Apple iPod의 성공 사례를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

Mini 4GB 의 특징은 우선 사이즈와 무게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실제 Mini는 iPod의 원래 모델의 85%의 사이즈라 수치상으로 커다란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수 있으나 기존 모델에 익숙하여 있는 소비자 입장에선 손에 딱 들어갈 만한 사이즈로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하드 드라이브 무게로 인해 185g의 기존 모델에서 104g으로 현격히 줄여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변화에 성공하였다. 기존 모델의 흰색을 지양하고 실버, 골드, 블루, 핑크, 그린 등의 파스텔 톤으로 변화를 추구하여 보다 젊은 층의 소비자 들을 겨냥하였다.

이런 Apple의 변화는 실제 소비자들이 Mini를 구매하려다 보면 시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아 내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으며 현재 실버 모델이 가장 많이 출시되고 있다.

기존의 독립된 버튼 스타일의 Touch wheel이 하나의 Click Wheel 디자인으로 변화된 것도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다. 스크린도 작아지면서 기존의 스크린의 텍스트 줄보다 한 줄이 줄어들었지만 보다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Apple iPod Mini 4GB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 8시간 정도에 불과한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iPod의 디자인을 축소하고 경량화시키고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런 디자인과 색상을 택함으로써 iPod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향상시켰다.

오래 전부터 많은 서구의 하드웨어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감각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인은 마치 디자이너들의 세밀한 감각으로 비즈니스를 하여야 한다는 디자인 경영 논리도 있다.

현대의 상품 디자인은 기능적이면서, 심플하고, 간결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고 있으며 그 제품 속에서 디자인 이노베이션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 자체가 곧 상품의 품질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애플 iPod 은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 성공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애플도 이제부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iPod Shuffle의 초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차기 제품이 지금까지의 모델이상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경쟁자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대표 기업인 iriver, Creative 의 iPod 시장을 오히려 역공할 것이다. 또한 소니의 뛰어난 마이크로 하드 드라이브 개발 능력과 배터리 부문의 기술력이 디자인과 접목될 경우 그 위력도 만만하지는 않다.

차기 모델로 iPod 비디오 제품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PMP 등의 휴대용 비디오 플레이어에 대한 서구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 차가운 편이지만 휴대용 비디오 플레이어의 경우 세계적인 전자 제품 브랜드들이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MP3 플레이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MP3 플레이어 시장은 전에 없이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다. iriver, Creative 그리고 새로운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Sony 등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들과의 승부에서 흔들림 없이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하워드 리(유로비즈 스트래티지스 CEO) howard@eurobizstrateg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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