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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한 벤처 경영자의 에세이- ‘왕따 직원’과 일하기(상)


 

친하게 지내는 벤처기업 경영자 한 분이 찾아 오셨습니다. 겸연쩍게 웃더니 “글 좀 봐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모 대학의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니고 있는데 졸업논문을 썼다는 것이지요. 그 논문이라는 것의 주제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2년 동안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몇몇 직원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사례를 제시하고 나름의 분석을 해놓았더군요.

다만 문장이 딱딱하고 쓸모없는 인용이 자주 들어가서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게 흠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썼느냐”고 여쭈었더니 “그래도 논문인데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의 논문작성 요강에는 ‘에세이 스타일’도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 대학원의 과정인 만큼, 서로간의 경험 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감하게 고치기로 했습니다. 제목에 ‘왕따 직원’이라는 속어를 넣고 부제에는 직원들의 별명을 표기해 조금 튀는 모양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별명이 그 문제 직원들의 행태를 빗댄 것이었으니, 별명으로 부제목을 뽑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용을 추리니까 괜찮은 경영 에세이 하나가 완성되었습니다. 그 경영자는 “명색이 논문인데 이래도 되느냐”면서 걱정을 했지만 “논문이 튄다고 해서 졸업 안 시켜주는 최고 경영자 과정은 없을 터이니 밀어붙여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몇일 후 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논문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되었다면서 좋아하더군요. 한턱 쓰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사업 주변의 시장분석이나 전망 등을 주제로 사업계획서 풍의 딱딱한 논문을 냈다고 합니다. 반면 그 분만 경험이 배어 있는 사례 위주의 ‘재미있는 에세이’를 내놓아 발표를 할 때 인기를 끌었답니다.

저로서는 그 에세이가 우수 논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분을 동기들 가운데 ‘튀는 인물’로 만들었다면 그것 만으로도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 경영자의 왕따 직원에 대한 소 논문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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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직원의 전형과 조직내 CEO의 역할]

- ‘싸가지’와 ‘핑계쟁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서론

(A) 회사 현황

㈜XXX은 1999년에 설립되어 2000년 3월에 법인 전환한 벤처기업이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온라인 사업으로는 OO정보 포털 사이트와 함께 OO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으로는 세계 3대 OO 메이커인 XX 브랜드를 수입,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계 납품하고 있으며 또 다른 OO의 제품인 XX를 들여와 직영점과 대리점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XXX의 목표는 OO 종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사업을 기반으로 삼아 OO 수출입과 자재유통에 이르기까지 OO 종합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OO 업체인 X사의 모델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미래형 마케팅’에서 X사를 마케팅 비전 기업 00위에 꼽았다. 대량 맞춤 생산 시대에 적합한 기업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29개국에 140개의 지사를 운영중인 X사는 OO에서 3번째로 큰 회사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경제학자 스텔란 뵈르그(Stellan Bjoerg)는 만약 이 그룹이 상장된다면 총 자본액이 1,000억 크로네(미화 12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XXX은 이를 위해 다년간 업계에 종사한 전문가들은 물론, 산학협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 대학 교수진을 자문위원 및 주주로 영입하여 양질의 정보와 최적의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중이다. Y대학교 및 K대학과 산학협력 협정을 맺었다.

주요 주주는 OOO(대표이사), OO은행, 외국인 투자자이자 협력사 대표인 ChXXX FXXX, LXXX BXXX, JXX CXX 등이다.

㈜XXX은 다국적 기업 C사에 제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OO등의 외국계 기업에 대량 설계 납품했으며 최근에는 서울 XX에 완공된 XXXX에 제품을 대량 공급한 바 있다.

(B) 문제 제기

초창기부터 ㈜XXX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었다. 국내에 관련 학과가 많지 않아 전공자를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우수 인력은 대개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핵심 멤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대표이사가 전 직장 시절부터 함께 근무했던 대학 후배를 중심으로 스탭을 꾸렸으나 넘치는 일에 비해 인력이 항상 부족해 1인3역, 1인4역을 수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에 따라 회사 구성원들은 영업 일정에 맞추기 위해 휴일도 없이 강행군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기력을 소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결국 대표이사는 외부 영입을 통해 일부 영업 및 기획관리 인력을 충당했으나 효율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2명의 직원이 불성실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바람에 그들의 소관 업무는 물론, 조직의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대표이사가 손수 영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탓으로 내부 관리에는 소홀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또한 전 직원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은 초창기 벤처기업의 경우 한 두 명의 일손도 아쉬운 터여서 문제직원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면 현재의 성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서로에 대한 인정에 얽매이는 경향이 높은 초기 벤처기업에서는 한 두 명의 일탈이 전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대표이사는 조직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이들 2명을 지목하고 수 차례 면담과 대화, 주의, 경고 등을 통해 시정을 촉구했으나 그 효과가 불과 몇 일을 가지 못했다. 결국 대표이사 등은 문제직원 2명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고 이들을 퇴사시키기에 이르렀다.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더욱 큰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최고의 인재들만이 필요하다.

연구 대상 및 사례 분석

(A)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연구자가 2000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약 2년간 ㈜XXX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하면서 함께 일을 했던 직원들 가운데 직원 2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돌출행동 및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 무책임한 태도 등은 조직의 활력 과 직원들의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바 그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을 기술함으로써 전형적인 ‘왕따 직원’에 대한 CEO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다음은 연구자가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왕따 직원 판별 기준’이다. 이 가운데 2가지 이상의 사례에 해당한다면 ‘문제직원’일 소지가 높으며 3가지 이상이라면 ‘퇴출 대상 1호’로 지목해야 할 것이다.

성공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인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직을 위한 초핵심 역량(meta-core competency)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초핵심 역량이란 모든 다른 역량들을 정확하게 선택하는 역량이다.

<문제 직원 판별 기준 10가지>

1. 모난 성격이어서 다른 직원과 어울리지 못한다.

2.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3. 쉬운 일조차 빨리 매듭짓지 못한다.

4.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 되면 자신의 덕분이고 안 되면 남의 탓을 한다.

5.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을 갖도록 애를 쓴다.

6. 뜬 구름 잡기 식의 현실성 떨어지는 기획을 하고 전문용어를 구사하며 말장난을 일삼는다.

7.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8. 매사에 부정적이다.

9. 남의 솔선수범에 편승하며 자신은 조금도 희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 시키는 일만 한다.

한상복(㈜비즈하이 파트너,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closest@bizhig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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